허버트 J. 갠스 지음, 강현두 옮김
원서 1974년, 번역서 1998년(77년 버전의 개정판인 듯)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는 허버트 갠스가 1974년에 발표한 책이다. 허버트 갠스는 미국의 사회학자로, 도시재생, 뉴미디어에 등을 연구했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는 는 문화를 취향(문화 그 자체)과 청중(문화의 수용자)을 기준으로 하여 구분한 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내용으로,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질당시인60년대말부터70년대초반까지미국에서는TV등뉴미디어를통한대중적 즐길거리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문화'란 역사, 철학, 심리적으로 상징성을 지닌 세련된 심미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 관점에서 대중문화는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허버트 갠스는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는 단지 '취향'의 차이일 뿐이라는 주장을 가장 중요한 전제로 한다. 취향은 여러 가치와 그것들 포함하는 문화, 그리고 문화적 내용물을 공급하는 전달하는 매체까지 포함한다. 이 취향을 공유하는 집단을 취향공중이라고 한다. 대중문화, 고급문화 등은 취향의 차이를 가진 공중들의 차이에서 오는 구분일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 기준이다. 비판론자들이 대중문화가 나쁘다고 하는 이유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대중문화는 기업인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된다. 둘째 대중문화는 고급문화를 차용하므로 고급문화가 저속해지며, 고급문화의 자원을 소모한다. 셋째 대중문화는 수용자에게 피상적 만족만을 가져다준다. 넷째 대중문화는 수용자의 수동성을 조장하여 자유민주의 시민을 전체주의의 위험에 빠트린다. 그러나 실증적 자료나 기타 예증을 통하면 이 비판들은 그리 설득적이지 않다. 실은 이러한 비판론은 계몽주의 시대에 먼저 깨어난 지식인들이 고급문화를 향유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정치적 의미와, 산업 발전이 공동체 생활을 오히려 퇴행시켰고, 이를 가속화시킨 게 함께 발달한 대중문화라는 전제를 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을 뿐이다.
모든 인간은 심미적 충동을 가진다. 그리고 그 충동의 유사성은 취향공중이라는 분석적 군집을 구분할 수 있게 한다. 취향공중과 그들의 누리는 문화는 크게 상급문화, 중상급문화, 중하급문화, 하급문화, 신민속 하급문화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구분된 것에 따라 문화를 분석하면, 각 문화의 차이는 속한 공중의 취향, 즉 욕망의 차이일 뿐,각문화가계층적옳고그름을뜻하는것이아님을알 수 있다.
취향문화에 대한 평가행위는 사생활을 위한 개인적 선택인 사적인 것과 사회의 공공복리를 고려해서 내리는 공적인 선택이 있다. 보통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사적인 평가를 공적인 정책주장으로 펼치면서 생긴 잘못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자신의 취향만으로 옳다고 여기는 행위는 민주적 다원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정책입안자들이나 지식인들이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행동이나 선택을 ‘개’ ‘돼지' 등의 단어를 사용해 폄훼하고, 따라서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진지한 논의가 벌어진다. 이것 역시 나의 취향이 옳으므로, 이를 정책으로도 옮겨야 한다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문화는 취향이고,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 문화에 대한 접근은 중립적이어야 하고, 이에 대한 연구 역시 상하좌우의 판단을 무조건적인 전제로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 문화 자체에 대한 이해에서 문화 정책이나 연구의 방향성이 나와야 한다.
정책적으로 내 취향이 아닌 문화를 접하게 해주기 위한 방법으로 문화적 상향이동과 하위문화 편성을 저자는 제안한다. 문화적 상향이동은 모든 사람들을 중상급계층의 생활로 만들어, 중상급계층이 누리는 문화를 선택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며, 수입구조나 교육적 기회에 대한 재개편의 목적이 상위 문화 수용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반면 하위문화 편성은 각 취향공중들의 상이한 문화기준들을 만족시킬 문화내용을 선택할 수 있게 제시하는, 즉 TV 채널처럼 독립적이고 공평한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누구나 선택의 만족을 줄 수 있고 다양성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김쌤의 추천이유
'문화'라고 할 때에는 본질적으로 수준 높은 고급문화를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언제부턴가는 영화나 가요처럼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예술도 어엿하게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이론적 출발점이 되는 책이 갠스의 이 책이다. 문화상품의 소비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이론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