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돌아 눕는 관계

by 공간

똑바로 누워야 건강한 잠을 잔단다

오늘도 왼편으로 돌아누웠다


잠에서 깨자마자 빛을 보면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던데

한밤중에 눈을 떠도

당신의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완벽한 수면은 꿈을 꾸지 않는 것일까


물이 빠진 뻘에서 조개와 돌게를 주워 담으며

우리는 꽤 오래 꿈속에서 살았다

만조를 찾아 함께 걸었다

때로는 모래사장에 앉아

이국의 언어를 닮은 파도소리를 따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나는

잠이 쏟아졌지만 똑바로 눕지 못했다


너무 많이 자는 사람과

잠에 들 때마다 꿈을 꾸는 사람의 동침은

약속 같은 것처럼 한 사람을 숨죽이게 한다

나는 자주 당신의 옆모습을 바라봤고

그럴 때마다 천장에 붙인 야광 하늘이 공전하고 있다고 믿었다


언젠가는 당신이 돌아 눕는 차례가 올 거라는 것


궤도에서 벗어난 관계에

몸을 기대 누우면서

가장 긴 꿈이라도 꿔보겠다고

벽으로 돌아 눕는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상대를 나의 궤도 안에 들이는 일이다. 내 주변을 공전하는 것들과 함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도 하면서.

이내 들어온 행성 하나가 굉음을 내며 내 중력을 모두 빼앗아 간다. 이제 중심은 내가 아니라 내 힘을 먹고 자란 행성이다. 내 우주는 이제 당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당신 주위를 공전하면서 믿는다. 언젠가는 당신이 돌아 눕는 차례가 올 거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