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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슈퍼우먼이 아니야

by 피자 Sep 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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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내 얘기를 터놓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다.

다른 사람이 내가 표현한 글을 읽고 같은 마음을 느끼길 바랐다.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린 나이일 때부터

사회 초년생이 된 지금까지의 나를 지켜봐 주고 계신

나의 어머니, 우리 엄마를 글로 쓰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슈퍼 우먼이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슈퍼 우먼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그 기억 속의 나는 그리고 엄마는 지극히 평범했다.

내가 유치원을 다닐 땐 가정주부로 살림을 하셨고

초등학교를 다닐 땐 인천에서 김밥집을 하셨고

중학교를 다닐 땐 안산에서 주꾸미 구이집을 하셨고

고등학교, 대학교, 얼마 전까지도 다른 가게를 다니며 일을 하셨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또 한 번 짠해진다

내가 커갈수록 엄마는 작아졌는데

엄마는 작아질수록 더 힘든 일을 해오셨다

내가 더 클 수 있게끔.


다른 주제가 아닌 어머니 우리 엄마에 대해 넌저리 식으로 나마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슈퍼우먼인 줄 알았던 우리 엄마가 아프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잔병치레 하나 없이 건강하셨던 건 아니지만

지금 아픈 우리 엄마는 나까지 우리 누나까지

아프게 한다.


뇌 경색증 이란 병명에 결과가 나왔다


이 병을 앓게 된 직후의 우리 엄마 모습은

 내 마음을 찢어놓기 충분했으며

밤낮 가리지 않고 나와 우리 누나를 울려 놓았다.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고, 기억을 못 하고, 무기력하게 움직이질 않았다.

나를 표현하는데 그 남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누나를 보고 대뜸 왜 이렇게 많이 컸냐고 했다.


더 슬픈 건 그 와중에 내가 우는 모습을 보시곤

울음을 멈추게 해 주려고, 바보상자를 가리키며 재밌다고 거짓웃음 지으며 날 부르는 우리 엄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난 부모님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자랐다.

중학생이 되면서 내 의지가 커졌다.

사춘기였다.


술과 담배를 배웠고 나쁜 짓도 하고 경찰서도 왔다 갔다 했다

그때 엄마 속은 얼마나 타 들어갔을까.

고등학생땐 하던 운동도 그만두게 되고 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그때 엄마 속은 얼마나 타 들어갔을까.

대학생일 땐 굳이 말리는 자취를 하겠다며 고집대로 떨어져 지내고 용돈을 받아썼다

그때 엄마 속은 얼마나 타 들어갔을까.


얼마 살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고등학생 때가 제일 힘들었다

운동하는 걸 말리는 엄마를 뒷전으로

내 고집대로 시작한 운동인데

시작한 의도와는 다르게

기쁨은커녕 짐만 안겨드렸고

갈피 못 잡고 방황하던 시기에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하게 됨으로써

내 방황은 날개를 달았다.


항상 혼자 생각하고 내 생각만 하고 걸어와서

엄마를 보지 못했다.

내 결정에 엄마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 결정에 엄마는 아팠다.


기어 다니다, 다 컸다며 말하다, 아직도 커가고 있는 나한테 엄마는 슈퍼우먼이었던 것이다.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돌이키지 못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을 하고 나서야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마주하려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고 있다.


슈퍼우먼인 아니

슈퍼우먼인 거 같은 엄마가

어머니들이 더 건강할 때

더 마주하고

더 생각하고

더 사랑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환경이야 어떻든

생활이야 어떻든

나 자체를.

 세상 빛을 보게 해 준

보물 같은 사람이니까


사랑합니다 원정순 마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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