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by 도다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 없이, 그런데도 무수히 많은 사람을 이해하며 애쓰느라 고생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썼던 너의 처절한 삶을, 처진 발걸음을, 짐처럼 쌓여버린 책임감을, 포기해 버린 지난날을, 자꾸만 저버려야 했던 너의 마음을 모르지 않아. 충분히 이해해. 그렇지만 타임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네 이야기보다 그들의 말을 통해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었나 봐. 너를 외면하는 나를 붙잡고 울부짖는 네가 얼마나 무너졌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쓰려. 그래도 나아가려는 마음을 멈추지 않아 줘서 고마워. 몹시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는데도 삶을 포기한 적은 없었잖아. 매번 너보다 다른 것들이 우선이어서 그렇지. 이만큼 견딘 것도 네가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 이건 절대 오만이 아니야. 그러니까 잘 살았어. 잘 이겨냈고. 타인의 슬픔과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해서 마음 깊숙이 곪아버린 내가 미처 너를 헤아리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오늘 난 너에게 자두를 사줬어. 돈 생각 하지 않고 먹고 싶은 과일 고민 없이 사 먹는 게 소원이었잖아. 오전엔 정신과 상담을, 오후엔 심리 상담을 받고 하루 종일 엉엉 울던 너였는데. 그 자두는 꽤 먹고 싶었나 봐? 퉁퉁 부은 눈으로 과일 가게 사장님께 ‘이거 달아요?’ 묻던 네가 얼마나 웃기던지. 거봐, 넌 또 네 삶을 살아간다니까.


맛없으면 어쩌나 괜히 돈 낭비한 거면 더 마음 상할 텐데 지레 걱정하는 너에게 ‘그럼 어때!’라고 말해주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려. 그래도 맛있어서 다행이다. 오늘 정말 자두 한 알 치의 삶이었어. 딱 그만큼의 행복으로 충분했고. 자두 한 봉지 손에 들고 걷는 네가 제법 여름 같아서 참 예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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