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이 지나 되돌아보는 올해의 첫 다짐은 잃어버린 저를 다시 찾는 거였어요. 너무 많은 것을 마음에 품고 사느라 제가 뭘 좋아하는지조차 잘 모르겠더라고요. 심리 상담에 앞서 검사를 진행하는데, SCT 문장완성검사라는 게 있었어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다’라는 항목에 저는 ‘저 자신’이라고 답했어요. 내가 누구인지, 누구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저는 미지수였거든요.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수가 아니라, 그래서 더 찾을 수 없는 미지수. 어쩌면 그 무엇도 아닌 허수일지도요. ‘다 있는데 나만 없구나' 깨달았을 때 제가 제대로 고장 났다는 걸 실감했어요. 약 10년을 앓아온 우울증, MMPI 심리 검사에서 불안, 긴장, 신경증. 편집증, 강박 등 모든 항목 지수 ‘심각’.
처음으로 정신과에 가서 약을 받고, 다시 심리치료를 받고 있어요. 그러면서 격려 일기라는 걸 쓰기 시작했는데, 저는 저에게 비난만 해왔지 한 번도 격려해 준 적이 없더라고요. 손 편지 쓰는 걸 좋아해서 누군가 힘들어할 때마다 건넸던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정작 제게 해준 적은 없었어요. 타인을 신경 쓰느라 저를 헤아리지 못했던 거예요. 그들에게 전한 말들이 실은 제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인 줄도 모른 채 말이죠.
그래서 저 자신과 한 번 제대로 대화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 자신에게 한 번도 편지를 써준 적이 없더라고요. 느린 우체통에 넣는 그 흔한 1년 뒤, 10년 뒤 나에게 전하는 편지도요. 이 책은 저에게 전하는 편지에서 저라는 사람을 읽기 위해 쓰였습니다. 나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숱한 고민이 담긴 책이기도 합니다. 쓰는 내내 무수히 많은 감정이 교차하고, 직면하고 싶지 않은 것도 마주해야겠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제 이야기를 하는 편지, 제 안부를 전하는 편지, 저를 격려하는 편지 등. 모든 편지의 수취인은 바로 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