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by 도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아서 내 인생 하나 제대로 편집하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책을 만들까 고민한 적이 있어. 그런데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네 손으로 직접 책을 만들 수 있게 됐네. 기분이 어때? 이걸 시작하기까지 얼마나 숙고했는지. 결제하고 나서 환불을 두 번이나 받았잖아.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면 꼭 진심으로 임하는 너라서 스스로 이것밖에 못 하는 모습을 직면하기가 그렇게도 싫었던 거야. 알아. 뭐든 완벽하게, 온전하게 해내고픈 그 마음. 결국 강박처럼 남아서 시작이라는 걸 할 때마다 널 괴롭힌다는 것도. 그런데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절감한 사람은 바로 너였어. 잃을 것도 없는 네가 매 순간 잃을 걸 걱정하더니 결국 널 지웠으니까. 그냥 한 번 해보라는 말이 왜 그렇게 무서웠나 몰라. 그냥 한 번에 네 모습이 어떻게 새겨질 줄 알고. 존재하지도 않는 무수한 타인을 네 속에 욱여넣고 넌 지켜봐야 했어. 네가 무채색이 되다 못해 그들의 그림자가 되는 모습을. 겨우 시작하지 않았을 뿐인데 시작하는 방법조차 모르게 되더니 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고 말았어.


최근에 정신과 상담까지 받고 나서야 알게 된 건 널 잃어버린 것도, 그저 사라진 것도 아니라는 점이야. 많은 것들에 가려진 것뿐이더라고. 네 삶이 바다라면 이건 해무 같은 거였어. 시간 지나면 서서히 걷힐 거고 넌 있는 그대로 드러나면 되는 거야.


물론 지금도 이 책을 어떻게든 근사하고 끝내주게 만들고 싶어서 골머리를 앓는 너지만, 잊지 마.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잘하고 있는 네가 있다는 걸. 이건 그 기록이 될 거야. 환영해. 너 자신과 마주하는 모든 나날이 촘촘하게 엮일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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