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데이

by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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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아이돌이 한 달에 한 번 ‘굳이?’ 싶은 걸 하는 ‘굳이 데이’를 만들었다는 글을 읽었어. 원래 낭만은 귀찮음을 이겨내는 일이라고. 무언가를 할 때마다 효율성을 따지는 너에게 굳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근사해 보였어.


서울국제도서전을 위해 서울에 갔던 날이었던가. 애초에 계획과 다르게 1박 2일을 혼자 보내야 했던 넌 꽤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로움과 약간의 외로움 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그 순간 친구 M으로부터 ‘소현아, 사랑해’라는 메시지가 온 거야. 넌 누가 더 빨리 답장 오나 친구들과 하는 우정 테스트인 줄 알고 얼른 답을 보냈지. 그런데 이건 친구 M이 만든 ‘사랑해 데이’였던 거야. 1년에 한 번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전하는 날. 어쩜 이렇게 자신을 닮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각을 하는지. 이 한마디가 뭐라고 몇 날 며칠을 행복하게 보냈어. 나였다면 절대 하지 못할 말을 대신 듣는 기분이란.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는 것 같거든. 앞으로도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나도 너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데이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정말 별일 아닌데 꽤 충만해지는 데이로 말이야. 한창 여름이고 창밖에는 또 비가 내리니 비를 실컷 맞는 데이는 어때? 넌 물은 싫어해도 비 맞는 건 좋아하니까. 누가 들으면 ‘정말 굳이?’라고 되물을 거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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