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다시 학생이 되다

아이 둘 아빠, 방송국 직장인, 그리고 대학원생이라는 이름으로

30대 후반, 다시 학생이 되다

30대 후반.
나는 다시 학생이 되었다.
특수대학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들어간 것이다.

방송국에서 일한 지 10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그 변화는 다소 극단적인 방식으로 찾아왔다.


2023년 봄, 나는 대학원 입학원서를 냈고, 입학허가서를 받았다.
당시엔 모든 게 어리둥절했다. 학교 생활, 수업 방식, 사람들까지..


하지만 어느덧 5학차, 이제는 졸업 학기다.
정확히 39살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흐른다.


회사에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속에서 가장 ‘평범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아이를 돌보고, 퇴근 후 강의실에 앉고, 과제를 하고, 논문을 쓰고...
바쁘고 치열했지만 그만큼 ‘살아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느 날, 대학원 원우 한 분이 내게 물었다.
“왜 뒷풀이에 잘 안 오세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바쁘고 피곤해서요.”
그러자 그분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다 바쁘고 피곤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잖아요.
그래도 뒷풀이 오는 이유는 있죠~
시간 투자해야 얻어가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 말이 한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나는 무엇을 얻으러 이곳에 왔을까?’

흔히 말하는 인맥? 커리어 확장?
사실 나는 그 어떤 것도 뚜렷하게 기대하고 오진 않았다.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회사 생활 10년 차.
나는 종종 ‘정체된 나’를 마주했다.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성장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감각만 남았고,
내가 하는 일과 나 자신이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대학원이었다.
마침 회사에서 학비 지원도 가능했고,
부서 눈치는 조금 보였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

무엇보다 나는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였다.
회사도, 집도, 육아도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아내와 장모님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강의실에 가고,
밤늦게 돌아오는 날들이 반복될 수 있었던 건
가족이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건,
결코 혼자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가 아니다.
나이가 들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용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옆에서 버텨주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아내의 응원과 이해,
그게 없었다면 이 도전은 애초에 시작도 못 했을 것이다.


2023년 3월, 그렇게 대학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2025년 6월.
나는 5학기를 버티고, 논문을 완성했다.
8월이면 졸업이다.


고된 회사 업무를 마친 뒤
저녁도 제대로 못 먹은 채 강의실에 앉았던 날들이 생생하다.
편의점 삼각김밥 하나로 때운 저녁,
밤 11시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던 평일들.

편도 1시간 30분의 출퇴근 거리,
회사, 육아, 수업, 과제, 논문...
정말 쉬운 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얻었다.
꾸준히 무언가를 공부했다는 자신감,
타사·타업계 사람들과의 교류,
그리고 나 자신의 ‘정체’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기회.


나는 영상편집기자다.
그리고 지금, 내가 쓴 논문은
‘영상편집기자들의 뉴스 제작 경험과 개선 방안’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직업을 주제로 삼은 것이 아니다.
이 주제는 직능단체로 설립한 한국영상편집기자협회의 창립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며 느꼈던 갈증, 변화의 필요성,
그리고 무대 뒤에 있는 이 직군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존중.
그 모든 생각과 경험을 논문이라는 형식에 담아냈다.

사실 나는 30대 안에 석사를 하고, 책을 출판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출판은 아직 못 했지만, 논문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언젠가, 그 논문을 토대로
내가 정말 쓰고 싶은 책을 내고 싶다.
40대 초반에는 그 꿈도 이루고 싶다.


다시 돌아보면,
‘대학원에 다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의 리듬이 바뀌고,
생각의 결이 달라졌다.

다시 학생이 된다는 건,
단순히 책상 앞에 앉는 일이 아니라
멈춰 있던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 ‘움직임’의 끝에서
조금은 다른, 더 나은 나를 만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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