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이 쨍한 '파란색'이고 호이안이 따뜻한 '노란색'이라면,
후에(Hue)는 비에 젖은 '회색'이거나, 멍든 듯한 깊은 '보라색'입니다.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가 머물렀던, 그러나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비운의 도시.
그래서일까요? 이곳의 공기에는 왠지 모를 '처연함'이 배어 있습니다.
화려한 즐거움보다는,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지는 시간.
베트남에서 가장 고요하고 깊이 있는 산책을 할 수 있는, 후에의 3가지 풍경입니다.
후에 여행은 거대한 성벽, 황궁으로 들어서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의 경복궁, 중국의 자금성과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상처'입니다.
전쟁으로 불타버린 전각들이 남긴 텅 빈 터, 그리고 검게 그을린 성벽 위로 자라난 푸른 이끼.
화려하게 복원된 건물보다, 무너져 내린 그 '폐허'의 흔적들이 더 강렬한 말을 건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쓸쓸함은 배가 됩니다.
넓은 황궁을 전동 카트로 스치듯 보지 마세요.
천천히 걸으며, 찬란했던 제국의 영광이 시간 속에 풍화되어 가는 과정을 목격하는 것.
그것이 후에가 주는 가장 묵직한 울림입니다.
후에에는 여러 황제릉이 있지만, '카이딘 황제릉'은 충격적일 만큼 이질적입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유럽의 오래된 고성이나 드라큘라의 성처럼 보입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영향을 받아, 시멘트로 지어진 검은색 외관.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도자기와 유리 조각으로 장식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가장 어두운 겉모습 속에 가장 화려한 욕망을 감추고 있는 곳.
회색빛 계단을 오르며 마주하는, 도열한 석상들의 무표정한 얼굴.
삶과 죽음, 동양과 서양, 소박함과 사치스러움이 기묘하게 뒤섞인 독보적인 건축물입니다.
무거운 역사의 공기에 조금 지쳤다면, 강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흐엉강(향강)'.
그 강 언덕 위에 7층 석탑으로 유명한 '티엔무 사원'이 서 있습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해 질 녘입니다.
사원 입구에서 바라보는, 강물 위로 붉게 떨어지는 태양.
그리고 그 강을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용머리 배(Dragon Boat).
강바람을 맞으며 아무 말 없이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시간.
도시가 품은 슬픔과 상처를 묵묵히 씻어내려 가는 저 강물처럼,
여행자의 마음에도 평온한 쉼표가 찍히는 순간입니다.
후에는,
웃고 떠드는 여행지가 아니었습니다.
낡고, 바래고, 무너져가는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증명하는 도시.
그 쓸쓸한 여백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화려하지 않은 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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