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해서 더 끌리는: 소피아 여행지 4곳 추천

by 호텔 몽키

파리, 로마, 런던. 이름만 들어도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지는 도시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피아'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화려한 기대감 대신, 낯설고 물음표 가득한 설렘을 안겨줍니다. 과연 그곳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발칸 반도의 심장,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마주한 풍경은 세련된 쇼윈도나 반짝이는 야경이 아니었습니다. 덜컹거리며 도시를 가로지르는 낡은 트램, 검게 그을린 돔 지붕, 그리고 무심한 듯 친절한 사람들.


이 도시는 굳이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투박하게 드러내고, 그 위에서 오늘을 살아갈 뿐입니다. 화려함에 지쳤을 때, 꾸미지 않은 진짜 유럽의 속살이 그리울 때, 우리는 소피아로 떠나야 합니다.


제가 소피아의 느린 걸음 속에서 발견한, 투박해서 더 진심이었던 4곳의 풍경을 나눕니다.


1. 알렉산드르 넵스키 대성당 : 도시의 심장이 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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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여행은 이곳에서 시작되어 이곳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발칸 반도에서 가장 큰 정교회 성당인 이곳은,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기지 않는 압도적인 위엄을 품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거대한 금빛 돔과 세월에 검게 그을린 옥색 돔의 조화. 성당 내부에 발을 들이면, 스테인드글라스 대신 육중한 벽화와 촛불의 흔들림, 그리고 공간을 가득 채운 성가(聖歌)가 모든 감각을 깨웁니다. 관광객의 소란스러움마저 삼켜버리는 이 경건함 속에서, 비로소 내가 낯선 도시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2. 비토샤 대로 : 설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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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시에는 그 도시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중심가가 있습니다. 소피아에서는 '비토샤 대로'가 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고개를 들면, 마치 거대한 병풍처럼 '비토샤 산'의 설산이 도시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상점과 카페, 활기찬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말없이 품어주는 거대한 자연. 도시가 자연에 일방적으로 기대어 있는 듯한 이 비현실적인 풍경이야말로 소피아의 진짜 매력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저 멀리 설산을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됩니다.


3. 세르디카 고대 유적지 : 발밑에 로마가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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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시간이 겹겹이 쌓인 도시'라는 말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도심 한복판,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난데없이 거대한 로마 시대의 유적이 발밑에 펼쳐집니다.


기원전 로마인들이 걷던 돌바닥 길, 집터, 목욕탕의 흔적. 유리 바닥 아래로 수천 년 전의 도시가 숨 쉬고, 그 위로는 현대의 사람들이 바쁘게 오갑니다. 역사를 박물관에 가두는 대신, 도시의 일상 속에 아무렇지 않게 스며들게 한 것. 과거와 현재가 이토록 투박하게 공존하는 모습에서 낯선 감동을 받게 됩니다.


4. 젠스키 파자르 (여성 시장) : 가장 날것의 소피아


유명 관광지보다 그 도시의 진짜 얼굴이 보고 싶다면 시장으로 가야 합니다. '젠스키 파자르'는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의 삶의 활기로 가득 찬 곳입니다.


새빨간 파프리카 가루, 산더미처럼 쌓인 치즈와 올리브, 불가리아의 명물인 장미 오일과 꿀을 파는 작은 가게들. 조금은 무질서하고 시끄럽지만, 그 속에는 가장 진하고 솔직한 소피아의 오늘이 있습니다. 흥정하는 소리와 웃음소리 사이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 낯선 도시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에 젖어듭니다.


소피아는 그런 곳입니다. 스스로를 화려하게 치장하는 대신,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투박한 돌길 아래 수천 년의 시간을 품고, 저 멀리 설산을 이고 선 도시. 이곳에서 우리는 '발견'이라는 여행의 가장 순수한 기쁨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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