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만 그런가요?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그 호텔 침대.
구름처럼 푹신한 거위털 이불, 머리가 쏙 파묻히다 못해 사라질 것 같은 베개 서너 개.
보기만 해도 '나 지금 쉬고 있어' 티 내기 딱 좋은 그 비주얼.
그런데 전 꼭 잠을 설쳐요.
이상하게 뒤척거리죠.
뭐랄까...
내 머리 모양, 내 어깨 높이에 딱 맞게 길이 든,
그 10년 넘게 베서 목덜미 부분이 살짝 누렇게 변한 내 베개랑은 느낌이 완전 다르잖아요.
시트는 또 어찌나 빳빳한지.
사락, 하고 바스락거리는 그 소리가 왠지 낯설어요.
분명 완벽하게 편안해야 하는데,
제 몸은 "어? 여기 내 자리 아닌데?" 하고 긴장하고 있나 봐요.
그래서 결국, 새벽 2시쯤 말똥말똥 눈을 뜨게 되죠.
TV도 껐고, 밖은 쥐 죽은 듯 조용한데...
이상하게 그 순간부터 머릿속이 더 또렷해져요.
왜 우리는 가장 편해야 할 그 낯선 잠자리에서,
오히려 평소엔 잊고 지냈던 생각들, 미뤄뒀던 고민들,
심지어 몇년 전 일까지(!!) 불쑥 꺼내놓게 되는 걸까요.
아마,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아서인가 봐요.
내 방, 내 침실에서는 '자야 한다'는 의무감,
'내일 출근해야 한다', '일어나야 한다'는 그 압박감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305호, 타인의 방에서는...
그 압박감마저 '나'의 것이 아니에요.
잠들지 않아도 괜찮고, 밤새 뒤척여도 뭐라 할 사람이 없죠.
그래서 호텔에서의 이 불면은,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불쾌한 뒤척임이 아니라,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가장 깨어있는' 시간.
저는 호텔에서의 그 '완벽한 불면'의 시간을,
솔직히... 꽤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