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방에 들어가면 꼭 하는, 저만의 이상한 '의식' 같은 게 있어요.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에 한번 쓱 걸터앉아 보고.
그리고...
슬그머니 그 '작은 냉장고' 문을 열어보죠.
알아요.
어차피 안 먹을 거. 아니, 못 먹을 거.
손대면 큰일 나는 거 알면서도, 굳이 그걸 열어봅니다.
'삑-' 하고 씰 뜯는 소리라도 날까 봐 조심조심.
문이 '스윽-' 열리고, 그 안에 가득 찬 '보석'들이 보입니다.
줄 맞춰 서 있는 앙증맞은 콜라병, 이름도 모르는 맥주,
그리고 저 쪼끄만 프링글스 통.
솔직히... 탐나죠.
지금 당장 저 콜라를 따서 꿀꺽꿀꺽 마시고 싶고,
저 초콜릿을 와그작 씹어 먹고 싶어요.
"에라 모르겠다, 나 휴가 왔잖아!"
이성보다 욕망이 불쑥 고개를 쳐드는, 딱 그 10초.
...그리고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냉장고 문에 꼼꼼하게 붙어있는 그 '가격표'를 보는 순간.
"콜라가... 8천 원?"
"이 물이... 6천 원이라고?"
방금 전까지 저를 유혹하던 그 달콤한 욕망이,
정말 눈 녹듯이 사라져요.
"와, 이걸 누가 먹어."
"1층 편의점 가면 2+1인데."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죠.
그리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냉장고 문을 다시 닫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만 보면, 미니바는 먹으라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구경하라고 있는 거죠.
'이런 사치를 부릴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는,
그런 '합리적인 포기'를 확인하는 절차랄까요.
그리고 돌아서서,
테이블 위에 공짜로 놓여있는 그 '무료 생수' 한 병을 엽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물이...
세상에서 가장 달고 맛있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