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닌 도시의 야경

by 호텔몽키

방에 들어오면, 저는... TV부터 켜지 않아요.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방 안의 모든 불을 끄는 겁니다.


스위치를 '탁' 끄는 순간.

방 안이 칠흑처럼 어두워지는 바로 그 순간.

눈앞의 그 거대한 통유리창이...

비로소, 거대한 스크린이 됩니다.


저 수많은 불빛들.

일정한 간격으로 켜져 있는 가로등.

빌딩 숲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자동차들의 붉은 꼬리.

그리고 저 멀리, 누군가의 '일상'이 켜져 있는 아파트 창문들.


솔직히... 너무 아름답죠.

그런데 가만히, 정말 가만히 그 야경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져요.


왜일까요?

그건 아마,

저 야경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저 반짝이는 불빛들 중에,

단 하나도, '나'를 기다리는 불빛이 없다는 사실.


차 소리, 경적 소리, 사람 소리...

이 15층 유리창은, 그 모든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해 줍니다.

저는 지금, '소리가 제거된' 야경을 보고 있어요.


저마다의 이유로 바쁘게 움직이는 저 '일상'들.

그 모든 것과 나 사이에,

이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벽 하나가 놓여있다는 것.

이 완벽한 '거리감'.


'DND' 팻말이 세상의 '방문'을 막아줬다면,

이 창문은 세상의 '풍경'을 막아줍니다.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기에,

그저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있는.

내 것이 아니기에,

가장 완벽한 위로가 되는.


저는 그 '아름다운 거리감'이 좋아서,

한참이나 불 끈 방 안에,

그냥, 서 있습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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