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남겨두고 떠나는 일

by 호텔몽키

오전 10시 50분.

알람이 울립니다.


아...

마법이 풀리는 시간이죠.

어젯밤, 문고리에 걸어두었던 그 강력했던 'DND' 팻말도,

이제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방 안을 둘러봅니다.

완벽하게 낯설었던 그 침대는,

이제... 완전히 '나의 것'이 되어 엉망으로 구겨져 있습니다.

욕실에는 어젯밤 내가 쓴 어메니티 껍데기가 흩어져 있고,

바닥에는 묵직했던 호텔 가운이 허물처럼 벗겨져 있습니다.


솔직히,

내 집이 이렇다면... 등골이 서늘하겠죠.

"언제 다 치우나" 한숨부터 나왔을 거예요.


그런데,

호텔 체크아웃의 가장 큰 쾌감은,

이 모든 '나의 흔적'들을,

내가 치울 필요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내가 어질렀으니, 내가 정리해야 한다'는,

그 '일상의 중력'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는 순간.

나는 그저,

내 가방만 챙겨서 나가면 그만입니다.


이 얼마나 완벽한 '남 탓'인가요.


가방을 끌고, 마지막으로 방을 '쓱' 둘러봅니다.

(충전기! 여권! 지갑!)

그리고 문을 닫습니다.


'딸깍-'


'카드 키'를 대고 문을 열 때의 그 '딸깍' 소리는...

"나는 이제부터 타인이다"라는 '시작'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체크아웃 할 때 문이 닫히는 이 '딸깍-' 소리는...

"나는 이제 다시, 나로 돌아간다"라는 '끝'의 소리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내려갑니다.

"체크아웃할게요."

남아있던 미니바는 없었는지 형식적으로 묻고,

카드를 반납합니다.


그 순간,

이상하게... 발걸음이 가벼워요.


어쩌면 우리가 호텔에 '머무른다'는 것은,

이 '떠남'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떠날 것을 알기에,

그렇게 마음껏 게으르고,

마음껏 어지르고,

마음껏 '나'일 수 있었던.


이 완벽한 '머무름'과 '떠남'의 기록.

<룸서비스와 낯선 침대>의 마지막 장입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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