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을 가르는 건, 어쩌면 아주 얇은 막 하나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어둑해진 골목길을 돌았을 때, 혹은 안개 낀 숲속 터널을 지났을 때.
우리는 문득 치히로가 헤매던 그 '신들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되죠.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 신비로운 터널 너머를 꿈꾸는 당신에게.
현실에서 만나는 가장 몽환적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티브 여행지 3곳을 소개합니다.
영화 속, 밤이 되자 텅 비었던 거리에 홍등이 켜지고 정체불명의 그림자들이 북적거리던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대만의 산골 마을, 지우펀은 그 장면을 가장 강렬하게 소환하는 곳입니다.
해 질 녘, 좁고 가파른 계단(수치루)을 따라 붉은 등롱이 일제히 불을 밝힙니다.
비좁은 골목을 가득 메운 맛있는 음식 냄새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음.
비록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공식적인 배경지가 아니라고 했지만,
그 몽환적이고도 기묘한 활기는 영락없이 유바바의 온천장 앞거리입니다.
땅콩 아이스크림 하나를 물고, 그 붉은 빛의 미로를 헤매는 순간.
우리는 기꺼이 돼지가 되어도 좋을 만큼 이 거리에 매혹됩니다.
지우펀이 '거리'의 분위기라면, 마쓰야마의 도고 온천은 '건물' 그 자체입니다.
제작진이 공식적으로 참고했다고 밝힌,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죠.
3층짜리 거대한 목조 건물의 위용.
꼭대기 층의 붉은 유리창(진로가쿠)과 지붕 위에 앉아있는 백로 조각.
밤이 되어 가스등이 켜지고, 건물 안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올 때면, 금방이라도 창문을 열고 유바바가 "일해라!"라고 소리칠 것만 같습니다.
삐걱거리는 나무 복도를 걷고, 낡은 탕에 몸을 담그는 경험.
이곳은 단순한 목욕탕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가는 타임머신입니다.
화려한 건물보다, 영화 전반에 깔려있던 그 '신비롭고 축축한 숲'의 분위기를 원한다면.
규슈의 깊은 산속, 쿠로카와 온천마을이 정답입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붉은 나무 다리,
이끼 낀 바위, 그리고 숲 전체를 감싸는 자욱한 수증기.
치히로가 숨을 참고 건너던 그 다리가, 하쿠가 용이 되어 날아오르던 그 숲이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상점가조차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연 속에 숨어있는 마을.
검은 나무패(입욕패)를 목에 걸고, 김 서린 숲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숯검댕이 요괴들이 튀어나와도 전혀 놀랍지 않을,
가장 완벽한 '이계(異界)'의 풍경입니다.
그곳에 가면 알게 됩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 마법 같은 이야기가,
사실은 어딘가에 진짜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터널을 지나기 전,
그 몽환적인 세상 속에서 잠시 길을 잃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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