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비 인터뷰
저녁이 있는 삶, 자유로운 삶, 넉넉한 삶, 나누는 삶, 책, 감성, 햇살, 바람, 여유. 나에게 한없이 좋아 보이는 것들이다. 그래서 저녁이 있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넉넉히 살아내는데 책과 감성, 햇살까지 겸비한 인스타 그래머가 있으면 무조건 팔로우하던 때가 있었다. 그가 찍는 정방향 사진에 매료되어.
한동안 빈티지를 좋아하는 남자 친구의 영향을 받아 빈티지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동묘로 데이트를 많이 갔고 그때마다 전등이며 바구니며 테이블이며 사들였다. 그리고 빈티지적 삶을 살아가는 인스타를 팔로워 했다. 그들은 어느새 내 워너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구매하는 빈티지 제품을 동묘에서 찾아다니기도 했고 비슷한 것을 사면 쾌재를 불렀다. 나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느낌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착각한 순간이었다.
깔끔하고 정리정돈 잘 되는 사람이 빈티지를 더 잘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정리정돈이 되지 않는 내가 빈티지를 좋아해 구매하다 보니 집은 창고가 되었다. 새 제품을 쌓아놔도 엉망일 수 있는데 낡고 오래된 것들을 쌓아 놓으니 그저 골동품 장이 되어버렸다. 취향도 중요하지만 내 성향과 맞는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그 후론 빈티지를 구매하지 않는다. 좋아 보이는 것들을 그저 정방향의 화면으로 받아들이고 탐닉할 뿐이다.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정방향 안에 들어오는 정돈되고 깔끔한 삶이 그 사람의 모든 면모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 너무 잘 알면서도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가끔 동경한다. 인터뷰어가 되고 나서 가장 동경했던 사람은 前 보그 코리아 김지수 기자님이었다. 영화 <여배우들>에 직접 기자로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녀는 나에게 '좋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직업 그대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건 현실을 반영한 컨셉도 한몫하겠지만 그 위치와 직함,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걸 의미했다. 내가 원하는 앵글과 구도에 맞는 정방향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가 쓴 책들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기자로서 인정받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떤 글을 어떻게 쓰는 분일까. 26살의 나에게 그녀는 오를 수 없는 산, 그것도 봉우리 같은 존재였다. 이걸 느낀 건 그녀의 책을 읽고 나서였다. 그녀의 책이 나에겐 좀 어렵게 느껴졌다. 26살 나에겐 그랬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덕분에 나는 두산타워에 들어가 보그 코리아 편집실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옆에 작은 미팅룸 같은 곳에서 인터뷰는 진행되었고 나는 행복하면서도 떨렸다. 경외하는 느낌이랄까. 그녀는 나를 예쁘게 봐줬던 것 같다. (착각인지 모르나)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기특해해 줬다. 감사했다. 아니지, 영광스러웠다. 마음속으로 이 분야에선 당신과 같은 멋진 기자가 되어 볼게요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경외하는 워너비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지금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 나가는 그녀를 동경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감탄만 절로 나올 때가 있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화려하게 꾸민 것도 아닌데 왜 화려할까. 내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의 콩깍지가 이미 있는 건 아닐까. 아무렴 어떠하리.
좋아 보이는 것은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나도 갖고 싶다를 내포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것을 추구하기도 하고 따라가기도 한다. 때론 그럴듯하게 따라 해 만족하기도 하고(하지만 완벽히 똑같지 않다) 때론 나와 맞지 않음을 깨닫고 마음을 접기도 한다. 때론 따라갈 수 없음을 자각하고 낙심하기도 하고 때론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게 무엇이든 내 취향과 성향에 맞게 잘 다듬어 내 것으로 소화해야 함을 알게 됐다. 동경하고 따라가기만 하면 빈티지를 두서없이 모아 난잡하기 이를 데 없던 집처럼, 나를 잃을 수도 있다.
좋아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좋아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 초점을 맞춰 더 매력적인 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다. 좋아 보이는 것을 내재화시키면서 나를 잃지 않는 삶. 좋아 보이는 삶을 인터뷰했던 나는 누군가에게 좋아 보이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과 함께 그녀와의 인터뷰를 마음 깊이 담아 두었다. 이렇게 꺼내 볼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