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터뷰이를 만나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들은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시골에서 풍기는 갓 지은 밥의 곱슬곱슬한 냄새 같달까. 첫사랑, 첫 입학, 첫 미팅, 첫 입사, 첫 월급, 첫 동기. 이렇게 처음 하는 것의 머리에 붙어 감성을 자극하는 단어들은 처음이기에 잊히지 않는 필연까지 장착시켜 그 어떤 기억도 이길 수 없는 최고의 메커니즘을 만든다. 매력적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 첫 인터뷰도 그랬다.
처음 마주하는 환경에 내 모든 세포들이 반응하는 시간이었고 결국 내 모든 세포들이 그 시간을 기억했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당시의 상황은 물론이거니와 그날 유독 진하게 느껴졌던 차장님의 향수 냄새와 긴장으로 울렁거리던 속 쓰림, 방황하는 눈동자와 내가 적어 내려가는 노트에 무어라 끼적이는지 들킬까 봐 움츠러드는 어깨. 내 몸은 처음 겪는 모든 상황을 예민하지만 정확하게 받아들이느라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설레지만 낯선 그 모든 환경에 적응하려 애쓴 나는 당시를 잊을 수 없다.
내 첫 인터뷰 상대는 윤학렬 감독님이었다.
당시, 감독님은 영화 <철가방 우수 씨>라는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인터뷰어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에 대한 일말의 고민 없이 필드로 던져졌다. 다행히 실수를 막아줄 차장님이 동행했다.
아침부터 처음 취재하는 날이라며 촌스럽게도, 흰 와이셔츠에 검은색 상하의 정장을 입고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완벽한 면접 복장) 내 이름이 박힌 명함을 들고, 나의 첫 인터뷰이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차장님에게 검토받았던 질의서는 빼곡하게 인쇄되어 내 눈앞에 있었지만 흰색은 종이요 검은색은 글씨로되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한국어였는지 옹알이 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설레임의 기억에서 제외다.)
당일 첫 인터뷰임을 고백하며 떨리는 손으로 건넨 명함과 아직 노트북도 준비하지 못해서 노트에 마구 적어 내려가던 손놀림, 기억에 남기고 싶어 함께 사진 촬영을 부탁하고자 기회를 엿보는 내 수줍음이 그날의 첫 경험을 기억해내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나의 첫 인터뷰이셨던 윤학렬 감독님은 어수룩한 나의 질문들에 성심껏 대답해주셨고, 중간중간 갈피를 잡지 못해 줄줄 세어버리는 내 질문은 차장님이 막아주셨다. 겨울이었는데 땀이 맺히는 인터뷰였다.
처음 하는 것들은 우리를 긴장하게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처음이기에 면죄부를 받기도 하지만 들통나는 어리숙함은 우리를 민망함 가운데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처음 것들을 잊지 못하고 추억하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 가슴 깊숙한 곳에 새겨 놓는 것 아닐까. 나도 나를 설레게 했던 모든 처음 것들을 사랑한다. 우리 속에 살아 숨 쉬는 처음 것들. 우리 속에서 영원한 글감이 되어주렴.
봄 바람
바람이 분다.
친숙한 공기가 날 설레게 한다.
내가 마시던 그 공기가 그립다.
눈을 감으면 내 볼을 스치던 설렘
횡단보도에 마주 서 있던 바람과 나
그 바람이 나를 설레게 했다.
그 공기가 날 기분 좋게 했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따 다시 만나자며 나는 버스에 올랐다.
바람과의 헤어짐
아쉬웠다.
다른 어느 공간에서도 느낄 수 없는 그때 그 바람
날 설레게 하던 그 바람
봄을 느끼게 해 주고
내 안에 진짜 봄을 불러일으켜준 바람
싱그러웠던 그 바람, 그 공기가 오늘 유난히 그립다.
이번 봄엔 어떤 바람이 불까.
다시 그런 바람을 만나볼 수 있을까.
그립다. 그립습니다. 봄바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