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선택은?
#1 밍PD(나), 혜원(리틀 포레스트 주인공), 플렛쳐(위플래쉬 미친선생)가 만났을 때
밍PD: 맘 편히 살래요. 이제 지쳤어요.
혜원: 너도 너만의 숲을 찾아봐!
플렛쳐: 뭐라는 거야? 찌질이.
밍PD: 찌질이 아니고요. 저도 할 만큼 했어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플렛쳐: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야.
혜원: 아닐걸요.
밍PD: 쉬면서 밤 조림 만들어볼까 봐요. 레시피가?
플렛쳐: 그러니까 구독자 수도 같이 쉬지.
밍PD: 저는 구독자 수에 연연하지 않을 겁니다...
플렛쳐: 근데 조회수는 왜 같이 쉬는 거냐?
밍PD: 좀 쉬어가면 어때서요?
플렛쳐: 아무짝에 쓸모없고 자존심도 없는 찌질이.
혜원: 뭘 그렇게 어렵게 사냐.
플렛쳐: 넌 끝났어(You done).
밍PD: 퍽유ㅗ퍽유ㅗ 플렛쳐ㅗㅗ 퍽유ㅗㅗㅗㅗㅗㅗㅗㅗㅗ!!!!!!!!!!!!!!!!!!!!!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가을이 오면 밤 조림을, 겨울이 오면 곶감을 먹는 혜원. 그녀는 '조금 쉬어가도 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나도 혜원처럼 좀 쉬어봤다. 저번 글에서 당당하게 밝혔다. 그때까진 참 행복했다.
덕분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 편집도 천~천히 하고, 공원 산책하며 가을바람도 즐기고, 칼퇴도 했다. 그런데 온몸이 뻐근하다. 내가 쉰 만큼 프로그램의 텐션도 분명 떨어졌다. 한주를 쉬고 정말 큰 교훈을 얻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난 혜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친 듯이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야 그나마 괜찮은 정도의 영상을 얻는다. 정신적 압박감이 있을 때 아이디어가 나온다. 마감 시간에 물어뜯겨야 정신이 번쩍 든다. 꿈은 '리틀 포레스트'지만 현실은 '위플래쉬'다. 플렛쳐 선생의 미친 소리들이 나를 더 자극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위플래쉬형 인간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손가락이 찢어지도록 드럼을 쳐야겠다. 플렛쳐 선생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나올 날을 위해서.
Side note:
‘위플래쉬’란?
영화 속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재즈 곡의 제목이다. 중간 부분 드럼 파트의 ‘더블 타임 스윙’ 주법으로 완성된 질주하는 독주 부분이 일품으로 꼽힌다. 단어의 원 뜻은 ‘채찍질’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