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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듯 누리는 자유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by HMG 저널
기아 스포티지에 올라 노르망디의 드넓은 길을 달렸습니다.
일상의 꽉 막힌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를 만끽합니다.



하늘과 푸른 초원으로 나뉜 세상은 단순하고 평온하지요. 차 한 대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든지 아무렴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탁 트인 경관과 조우하는 짜릿함에 도시에서 짧은 시야로 혹사당한 눈이 비로소 긴장을 풀게 됩니다. 아득하게 자유로운 길, 시선은 저 끝까지 닿고 작은 속삭임마저 멀리멀리 뻗습니다. 이렇게 자유를 주는 길이 줄곧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참고이미지 2.jpg 낮고 넓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그런 세상이 어색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앞뒤 양옆으로 텅 빈 공간에 감탄하며 한참을 달리는데, 이상하게도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내려앉습니다. 조금씩, 불편한 기운이 몸을 에워쌉니다. 제한 없이 누리는 자유가 내심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을까요. 인정하기 먹먹하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자유를 모르고 지내온 시간이 길었으니까요.

우리는 마음껏 헤엄치는 자유보다 울타리 안이 안전하다고 배웠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감싸는 울타리는 더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연령과 경험과 환경에 따라 결이 다른 조언이 덧대어지면서. ‘원래 그런 것’과 ‘다들 하는 것’이라는 울타리의 밖은 암전의 세상 같았죠. 거침없이 망망한 지평선이 참 아찔하게 느껴질 즈음, 저 멀리서 평온한 말 무리를 만났습니다.



참고이미지 3.jpg 초원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려 스포티지를 한 쪽에 세웠습니다


고요하게 먼 발치를 응시하는 말의 눈이 깊습니다. 배가 고프면 한쪽으로 고개를 묻어 풀을 뜯고, 크게 동요할 일 없이 잔잔하게 움직입니다. 긴장감 가득한 울타리나 목줄은 없지만 충분히 안정적이고요. 의지만 있다면 넘어가기 쉬울 법한 건너편의 말에 해를 입히지도, 작정하고 제 자리를 이탈하지도 않습니다. 걷다 무료하면 방향을 틀고 폭신한 풀을 찾아 발길을 돌릴 뿐입니다. 멀리 넓게 탐색해 필요한 만큼만 움직입니다. 저 말들은 이런 자유가 어색하지 않겠지요. 느긋하게 누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평안합니다.



hyundai-sportage-photoessay (4).jpg 타지에서의 여행이라면 좁고 허름한 골목길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과 이유에 ‘자유’만큼 거창하고 유의미한 목적이 있을까요. 스포티지에 올라 망망한 길에 나섭니다. 시선은 멀리 두고 앞으로 앞으로 달려 봅니다. 앞에 서 있는 울타리 때문에 수없이 맞고 튕겨나와야 했던 시선이 비로소 경계를 풀고 바람을 만끽하는 시간. 누린 적 없어 어색할지라도, 조금은 외롭고 불안해도, 결코 멈추지 않길 바라요.





글. 안미리

여러 매거진 에디터를 거쳐 지금은 HMG 저널을 만들고 있습니다. 찰나의 아름다움, 사소함의 기적, 짙은 진심을 찬양합니다.


사진. 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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