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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May 24. 2017

투싼과 함께 한 송림 드라이브

은은하고 단단하게, 소나무에 대한 단상

투싼을 타고 안면도 휴양림에 다녀왔습니다. 
싱그러운 솔내음이 여기까지 전해오는 것 같습니다.



모든 생명이 시들어 파리하게 사라질 때도 소나무는 홀로 고집스럽습니다. 노랗고 붉은 꽃을 틔워 매료시키는 매력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이파리가 시원하게 너른 것도 아닌 것이, 입을 앙다물고 곧게 버티는 듯 합니다. 그래도 가만히 올려다 보고 있자니 부럽습니다. 매몰찬 바람과 거센 빗줄기가 숱하게 지났을 텐데 이렇게 청청하다니요. 지나는 이의 무심한 한 마디에 빛을 잃고 어깨를 오므리는 사람보다 어쩌면 강인하고 잘난 소나무입니다.



촘촘하게 자란 녹림과 어우러진 푸른 투싼의 모습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입술 안으로 말아 넣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갈수록 매정하고, 나는 왜 이렇게도 약하기만 한 건지. 열대림의 시원하게 팔 벌린 나무들처럼 솔직하게 살아볼까 싶다가도, 생각을 바꿔 한 템포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송림 한 가운데서, 깊은 송진 향을 맡으며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상벽한 소나무같이, 그렇게 강직하게 살기로 다짐해 봅니다.



반가웠던 만남을 뒤로하고 떠날 채비를 해봅니다


소나무는 푸르른 생을 멈춘 후에도 좀처럼 뒤틀리거나 갈라지지 않습니다. 어디서든 잘 자라니 구하기 쉽고 벌레도 잘 생기지 않아 집을 짓기에 이만한 목재가 없지요. 죽고 나서도 기둥과 벽, 바닥으로 태어나 오래오래 머무릅니다. 이 얼마나 질기고 든든한 존재인지. 어딘가에서 은은하게 자리를 지키고, 때로는 가시 돋힌 세상을 인내하며, 누군가에게는 쉼을 주는 삶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들이마시고 뱉는 호흡에 소나무 향이 배어날까요.


자동차도 소나무와 비슷한 존재일지 모르겠군요. 늘 묵묵하게 당신의 곁에 서서, 당신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당신의 가장 개인적이고 안락한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니까요. 오늘, 당신의 듬직한 친구를 한 번쯤 쓰다듬어주면 어떨까요.






글. 안미리

여러 매거진 에디터를 거쳐 지금은 HMG 저널을 만들고 있습니다. 찰나의 아름다움, 사소함의 기적, 짙은 진심을 찬양합니다.


사진.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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