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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May 31. 2017

아이오닉과 떠난 친환경 드라이브

초록빛 너울지는 세상으로

섬진강과 지리산을 품은 하동으로 떠났습니다. 
친환경자동차 아이오닉을 타고 떠난 녹색 여행길을 소개합니다.



소리나 진동 없이 미끄러지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승차감에 출발이 산뜻한 여행길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감상하는 것, 어울려 산다는 것, 환경을 지킨다는 것. 따뜻하고 친절한 말들은 입술 위에 가볍게 노닐지만 실제 그 말들을 체감하고 실천하는 일은 모호하기만 합니다. 어디에서 어떤 실행을 해야 할는지, 공생의 기쁨은 어떻게 만져지는지. 그래서 예쁜 단어를 몸소 체험하는 친환경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친환경자동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타고 산과 강이 굽이굽이 어우러진 하동으로 출발했습니다. 



배가 드나들던 하동의 섬진강 물길은 '하동포구 80리'로 불렸습니다


서울에서 하동까지, 여정은 4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섬진강 뱃길을 따라 구례로에서 섬진강대로를 달리는 동안 낮게 펼쳐진 구름에 홀연히 정신을 빼앗깁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부유하는 구름들이 찢어놓은 빵 조각이나 넓게 펼친 커튼, 헤집고 헤집어도 보드랍게 피어 오르는 목화솜을 닮았습니다. 요즘은 미세먼지로 하늘의 민낯이 귀해졌으니 모든 장면이 반가울 수밖에요. 평일 한낮이라 길은 더없이 여유로웠지만 서두르진 않았습니다. 이런 길과 하늘을 볼 수 있다면 구름처럼 노닐러 자주 와야겠습니다. 4월초부터 성황이었던 꽃놀이 축제가 지난 하동은 조금 한가해진 분위기입니다.



갈대숲산책로는 사람이 지나다니기에 너무 좁거나 허전하지 않을 정도, 딱 그만큼의 넓이로 준비돼 있습니다


섬진강 습지공원 입구 주차장에 아이오닉을 세우고 갈대밭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강물이 한쪽으로 천천히 흘러내리고 하늘거리는 갈대는 바람에 나부껴서,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데크 길에 나서는 기분이 꼭 장면의 일부가 된 것 같아 묘합니다. 갈대숲산책로는 사람이 지나다니기에 너무 좁거나 허전하지 않을 정도, 딱 그만큼의 넓이로 준비돼 있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자연을 누리도록 꾸며놓은 듯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침범하지 않고 절제하고 양보하면, 소중한 것들이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것이지요.



살짝만 밟아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브레이크는 아이오닉의 제동력을 확인시켜 줍니다


갈대숲을 나와 앞뒤 차가 없는 길을 저속으로 달렸습니다.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로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는 동안 하이브리드 차는 엔진 대신 전기 모터로 전환되었습니다. 소리 없는 전환 덕분에 우리의 여정도 적당히,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섬진강의 대표적인 산물인 민물조개, 재첩을 특화시키기 위해 신기리 일원에는 재첩특화마을이 조성돼 있습니다


섬진강 포구에는 강바닥을 긁어 채취한 돌무더기를 실은 배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돌무더기를 스삭스삭 채에 거르자 재첩이 촤아- 하고 배 바닥에 떨어집니다. 채 위에 남은 돌들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물속에 도로 빠뜨려집니다. 촤아, 풍덩, 스삭스삭. 갓길에서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까지 무심하게 어우러져 꽤 듣기 좋은 소리가 포구에 울려 퍼집니다. 1급수에서만 산다는 민물조개, 재첩은 섬진강의 대표적인 산물이지요. 한창 산란이 이루어지는 6월까지가 제철이니 식당이 밀집해 있는 신기리 일원 재첩특화마을에 들르는 게 좋겠습니다. 한창 물이 오른 재첩 음식을 재첩회, 재첩회덮밥, 재첩국 등으로 맛볼 수 잇습니다. 이곳까지 와서 별미를 놓치면 섭섭하잖아요. 



수백 년 세월을 산 소나무가 높고 울창해서 시야와 숨통은 물론, 가슴마저 탁 트이는 것 같습니다


하동포구에서 이어지는 송림은 1745년, 조선 영조 때 강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숲입니다. 수백 년 세월을 산 소나무가 높고 울창해서 시야와 숨통은 물론, 가슴마저 탁 트이는 것 같습니다. 숲 가운데 듬성 듬성 짧게 밴 나무 밑동이 웬 것인가 했더니 음악이 나오는 위장 스피커입니다.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섬진강 백사장을 바라보거나 밑동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의 잔잔한 리듬에 맞춰 몸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원하고 여유로운 소나무 숲이 있으니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이 더 너그럽고 인자하게 느껴집니다.



하동은 최적의 드라이브 장소이면서도 자전거길을 따라, 뱃길을 따라 트레킹을 하기에도 그만인 건강 여행지입니다


드라이브를 하던 중 차분하게 걸음을 내딛는 트레킹족을 간간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에 고민과 단상을 곱씹는 듯한 인상이었달까요. 하동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자전거길을 따라, 뱃길을 따라 트레킹을 하기에도 그만인 건강 여행지인 것 같습니다. 커다란 배낭을 맨 그들처럼 지나는 장면들과 단상을 놓치지 않으려 성실하고 느긋하게 달렸습니다.



북천면의 약 5만 평에 이르는 꽃양귀비 재배지 덕분에 올봄 하동에는 나들이객이 부쩍 많아졌다고 합니다


비유하자면 하동은 전반적으로 수수한 차림을 한 농부같았습니다만, 새빨갛게 단장한 멋쟁이 같은 면모도 있습니다. 북천면 꽃양귀비 재배지가 그렇습니다. 중심지에서 먼 감이 있는 북천면까지, 과연 사람들이 몰려들 만한 장관입니다. 약 5만 평의 꽃밭이 무심했던 풀빛 땅을 아찔하게 물들여 잔뜩 화사합니다. 꽃양귀비는 아편꽃으로 불리우는 양귀비와 달리, 마약 성분이 없고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꽃입니다. 



매혹적인 꽃양귀비를 6월 초순까지 하동군 북천면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낯간지러운 숨바꼭질이 어울리는 드넓은 꽃밭이 있는가 하면, 좁다란 길가의 소박한 꽃길도 있습니다. 식장 초입에 선 커플처럼 새초롬한 기분을 머금고 꽃양귀비 사이를 지나갔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 ‘꽃길만 같아라’ ‘꽃길만 걸으리’ 장난스럽게 읊조리게 되지요.



온 마을을 수두룩하게 뒤덮은 정금리의 야생 녹차밭은 주민들이 소규모로 관리한 까닭에 반듯하게 각 잡힌 모습보다는 소박한 인상을 줍니다


19번 강변 국도를 타고 쌍계사 방면, 드디어 화개면 정금리 마을에 들어서니 산등성이마다 다원이 펼쳐집니다. 통일 신라 흥덕왕 때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를 심은 최초의 땅, 이곳이 바로 녹차의 시배지입니다. 산 아래 평지마저 논에 벼가 아닌 차가 심겨져 있습니다. 차나무를 재배한 천 년의 역사가 꼿꼿히 서려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군 중심 관광 개발 산업 덕분에 요즘은 듬성등성했던 차밭이 빼곡하게 열을 지은 모습입니다


하동이 녹차의 시배지로서 천 년의 세월을 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동안 대규모 마케팅은커녕 딱히 대외 홍보에 힘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마을 도처에 보이는 차밭들은 차나무에서 떨어진 씨앗이 퍼져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야생 차밭입니다. 최근에는 소박했던 차밭의 경관이 좀 바뀌었는데요. 하동군이 나서서 정금리 최고(最古) 차나무를 중심으로 듬성듬성했던 차밭을 말끔하게 메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금리 마을은 경상도의 마지막 지리산 둘레길과 이어져 굽이진 산줄기를 조망하며 흥취를 느끼기에도 그만입니다


정금차밭은 지금 티백용 나무들이 열을 지어 서서는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방문객들을 위해 쉬어가기 편한 정자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리산 끝자락에 닿는 차밭 전체가 산책로로 잘 닦여 여유를 갖고 걸으면 두 시간 정도 트레킹이 가능합니다. 산과 강과 꽃과 나무. 느지막한 봄을 붙들어 푸른 자연 경관을 만끽하기에 하동만한 여행지가 또 있을까요.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기 전인 요즘이 여행에는 가장 좋은 계절일지 모릅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녹음 짙은 하동으로 친환경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글. 안미리

여러 매거진 에디터를 거쳐 지금은 HMG 저널을 만들고 있습니다. 찰나의 아름다움, 사소함의 기적, 짙은 진심을 찬양합니다.


사진.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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