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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Jun 09. 2017

모터사이클로 즐기는 지상 최고의
노르웨이 드라이브 코스

노르웨이 국립관광도로를 모터사이클로 달린 한 청년의 여행 이야기

노르웨이의 좁고 긴 국토 구석구석마다 거대한 빙하를 깎아 만든 골짜기와 협곡 절벽이 아찔하게 자리합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노르웨이의 길은 그 자체가 관광지입니다. 노르웨이의 협곡과 산악 지형을 따라 개발한 18개의 관광 루트. 지상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라고 불리는 노르웨이 국립관광도로를 모터사이클로 달렸던 한 청년의 이야기를 HMG 저널에서 전해드립니다.



꿈꾸던 모터사이클 여행의 시작

산 위에서 바라본 로포텐 제도


2014년 2월 말, 생애 첫 모터사이클을 장만했습니다. 당시 내가 그걸 직접 운전할 능력이 안 되어서 우습게도 딜러 분과 함께 트럭에 싣고 집까지 갔습니다. 딜러 분이 물었습니다. “어쩌다 모터사이클을 타게 됐어요?” “2012년에 전시를 하나 봤어요. ‘노르웨이 국립관광도로’라고 이름 붙인 18개 드라이브 코스에 설치된 전망대를 건축 모형으로 만들어서 사진이랑 영상을 보여 주는데,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엄청 근사하더라고요. 그때 상상했어요. 아, 바람을 맞으며 이 길을 달리면 좋겠다고. 모터사이클로요.”


물론 대답하면서도 정말 그곳에 갈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습니다. 막상 모터사이클을 타기 시작하면서 초반에 느꼈던 감정은 기쁨이나 설렘보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심지어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브레이크를 늦게 잡아 접촉 사고가 난다든지, 주유를 하는데 휘발유가 사방으로 튄다든지. 아마도 자전거를 처음 배웠을 때처럼 두 바퀴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이 탈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였을 것입니다.


여행에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을까요. 전시를 보며 했던 상상을 실제로 옮기는 과정이 어쩌다 보니 회사를 떠나 러시아를 거쳐 노르웨이를 비롯해 유럽 여러 도시를 모터사이클로 횡단하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2015년 6월 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고 두 달이 지나 드디어 노르웨이 국립관광도로에 진입했습니다.



상상했던 바로 그 도로에 진입하다

아찔한 트롤퉁가 바위


로포텐 제도에 들어서니 노르웨이 국립관광도로를 가리키는 갈색 표지판이 나왔습니다. 상상한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리기 시작했을 때, 그 기분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만일 이곳까지 비행기로 넘어와 모터사이클을 빌려 타고 쉽게 달렸더라면 이런 감정을 겪지 못했을 것입니다. 달리는 내내 눈부신 풍경 앞에서 눈물이 났고 처음으로 살아 있음을 신에게 감사드렸습니다.


들뜬 기분으로 200여km를 달려 E10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오우(Å)라는 어촌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노르카프 가는 길에 만난 독일 뮌헨 출신의 라이더가 “자신이 살면서 다녀온 길 중 가장 아름다웠다”며 강력히 추천한 곳인데,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붉은 로르부(Rorbu: 어부들의 창고)와 건조대 위에서 가지런히 말라가는 대구. 노르웨이 북서부 해안가의 그림엽서 같은 절경을 마음껏 감상했습니다.


로포텐 제도를 떠난지 보름쯤 지났을 때, 트롤퉁가에 도착했습니다. 트롤퉁가는 북유럽의 신화나 민화에 나오는 괴물인 트롤의 혀를 뜻합니다. 하당에르(Hardanger) 코스 중 오다(Odda)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북동쪽으로 더 가면, 하루 일정으로 트래킹을 할 수 있습니다.


‘T’라고 표시된 코스를 따라 11km를 걷다 보면 혀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바위가 나옵니다. 피오르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아찔한 절벽입니다. 이곳에서 사진 찍다가 추락하여 목숨을 잃은 사례가 있을 정도로 악명 높습니다. 오후 12시 55분쯤 다다른 지점에서 ‘현재 시각이 오후 1시가 넘었고, 주위가 어둡기 시작하면 돌아가라’는 표지판을 만났습니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오고 비는 계속 내렸습니다. 하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절벽 끝에 서니 삶과 죽음의 무게가 딱 절반으로 나뉜 느낌이었습니다.



트롤스티겐 전망대를 지나 노르웨이를 떠나다

게이랑에르(Geiranger)-트롤스티겐(Trollstigen) 코스


마지막 여정으로 게이랑에르(Geiranger)-트롤스티겐(Trollstigen) 코스를 지났습니다. 트롤스티겐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불구불한 도로가 담긴 사진은 제가 이 여행을 상상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입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니 안개가 짙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흩뿌리는 이슬비는 더욱 공기를 차갑게 했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핫초코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는데 안개가 서서히 걷혔습니다. 순식간에 시야가 개었고, 모든 사람들이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섰습니다. 사위가 고요한 가운데 간간히 사람들의 감탄사와 카메라의 셔터 소리만 들렸습니다. 안개가 우리에게 허락한 시간은 고작 5분이었습니다. 거짓말같이 뿌연 안개가 다시 주변을 에워쌌습니다. 노르웨이 여행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저녁에 고속도로를 경유해 6시간 동안 450km를 달려 밤 11시에 다시 오슬로에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기온은 그새 5도 가량 내려갔고 바이크의 진동과 소음이 유독 요란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기에 다시 남쪽으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스로틀을 당겼습니다. 노르웨이에게 작별을 고하며.






글. 손현 여행작가

필자는 한 전시에서 감명 받은 노르웨이의 비경을 만끽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간 유라시아의 도로를 달렸다. 그리고 여행기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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