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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Jun 21. 2017

종로 12번 마을버스 ‘은수’ 이야기

삶의 의미를 찾아 세계를 여행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모든 걸 버리고 홀연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게 사실이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 게 현실이죠. 그런데 여행작가 임택 씨는 50대가 되면 세계 여행을 떠나겠다는 각오로 휴대전화 뒷번호까지 5060으로 바꿔두었고, 50대가 되자 실천에 옮겼습니다. 종로 12번 마을버스 ‘은수’와 함께 세계로 나간 것입니다. 중년이 되어 초록색 마을버스와 함께한 세계 여행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세계로 나간 은퇴 직전의 마을버스 ‘은수’


은퇴를 6개월 앞두고 종로 길 위를 힘겹게 달리던 초록색 마을버스가 ‘은수’라는 새 이름을 얻고 세계 방방곡곡에 발자취를 남기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여행작가 임택 씨 덕인데요.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한 중년으로 일행을 꾸렸던 그는, 은퇴 직전의 마을버스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쳇바퀴 인생, 아직 젊은데도 은퇴의 위기에 놓인 마을버스의 모습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이 버스와 함께 세계여행을 하면서 우리의 무한한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무모한 도전이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임택 씨와 은수는 보란 듯이 세계를 누볐습니다.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능력의 발견


사실 은수는 시내 교통 규정상 시속 60km 이상 주행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임택 씨는 여행을 떠나기 전 현대자동차연구소에서 이 설정을 해제했다고 하는데요. 처음엔 시속 70km로만 달려도 굉음을 냈는데, 속도를 차츰 높이며 주행하니 2개월 만에 굉음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경험을 통해 “폐차 직전의 마을버스가 자기도 모르던 능력을 발견하는 것처럼, 여행을 통해 우리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10년 가까이 48만km를 주행한 마을버스가 보여준 능력은 임택 씨의 긴 여정에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여행 중에도 마을버스 은수는 엄청난 끈기를 보여줬는데요. 모두가 안 된다고 손사래 쳤던 안데스 산맥, 볼리비아의 포토시의 언덕, 우유니 사막, 중남미를 질주한 후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까지 달려갔죠. “저를 감동시킨 건 마추픽추도, 티티카카호도 아니에요. 10년간 48만km를 달린 마을버스가 해발 4,600m를 넘어갔다는 사실이죠. 고도가 높다 보니 공기가 희박해서 엔진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고, 일행 중 2명은 기절까지 했어요. 해발 4,600m의 그곳엔 소수의 사람들과 라마만 살고 있었는데, 다들 생전 처음 보는 버스였던지 넋을 잃고 은수를 봤던 게 기억이 납니다.”



은수의 원동력은 사람들의 응원


임택 씨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요. 특히 험난한 여정에 은수가 힘들어할 때마다 은수를 치료해준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미에선 고유황디젤을 쓰기 때문에 은수의 연료계통에 무리가 가해졌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어요.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는 현대자동차 정비소에서 은수를 성심껏 돌봐준 덕분에 말끔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로 달려갈 수 있었거든요.” 


그는 길에서 만난 젊은 여행객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하며 국경과 세대를 넘어서는 공감대를 만들어냈습니다. “사람들이 차 벽에 싸인을 하기도 하고, 은수와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내부도 편하고 에어컨 가동도 잘 돼서 숙소를 놔두고 일부러 은수에서 자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여행을 하다가 만난 외국인 친구들 중에는 ‘자기 나라에 먼저 가서 기다릴 테니 꼭 들러달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은수와 임택 씨의 계속되는 도전 


임택 씨는 마을버스 '은수'와 함께 677일간 7만km를 달려 세계일주에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여행의 끝이 어딘지, 언제인진 모르지만,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오래도록 남겠죠?




은수 버스와 함께한 여행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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