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로 EV를 타고 떠난 인천 드라이브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이 울긋불긋 물듭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시동키를 비틀면 연쇄반응이 일어납니다. 연료를 펌프로 빨아들여 보내고 엔진 실린더 속에 고압으로 뿜은 뒤 불꽃을 ‘탁’ 튕기면 ‘펑’ 폭발이 일어납니다. 이 압력이 피스톤을 밀어내면 크랭크샤프트를 거치며 회전력을 만들고, 이 힘을 적절한 기어로 주물러 바퀴를 굴립니다. 그런데 전기차엔 이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전원을 켜면 바로 주행 가능한 상태. 가속페달을 밟으면 전기 모터가 즉각 최대치의 힘을 토해냅니다. 간결하고 직관적입니다. 그런 니로 EV를 타고 떠났습니다. 인천광역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둘러보기 위해.
탄탄하고 너그러운 승차감
지금의 인천을 상징하는 송도로 먼저 향했습니다. 송도는 영종도 신공항과 더불어 지은 국제도시. 니로 EV 앞유리창 너머로, 167만 평의 매립지 위에 수많은 빌딩과 아파트를 아우른 신도시가 펼쳐졌습니다. 바둑판처럼 구획을 나눈 송도 거리를 니로 EV의 준자율기능을 동원해 유유히 달렸습니다. 차선을 벗어나면 스스로 운전대를 조작했고, 미리 설정한 속도를 넘기지 않은 채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달렸습니다. 부드럽게 송도를 가로지른 니로 EV는 영종도로 방향을 잡아 총 길이 18.3km의 인천대교에 올랐습니다. 건설 당시 세계에서 6번째로 긴 다리였습니다. 주탑 높이는 238.5m로 여의도 63빌딩(249m)에 맞먹습니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무게 중심이 낮은 니로 EV는 강한 바닷바람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차분하게 달렸습니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탄탄하되 요철에서 오는 충격은 너그럽게 삼켰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바다를 매립해 지었는데, 확장을 대비해 남겨 놓은 부지가 아직 광활하게 남아있습니다. 니로 EV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30년 전, 미래를 내다보며 공항을 기획한 담당자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대중화에 앞서 최대 385km를 달리는 전기차로 기획되어 관심을 한몸에 받던 니로 EV 역시 옳았습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들의 몫이니까요.
지체 없는 가속과 숨 막히는 정숙성
차를 돌려 이번에는 인천의 구도심으로 향했습니다. 회전수가 충분해야 힘이 무르익고, 수시로 기어를 바꿔야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니로 EV는 가감속 제어가 한층 정교하고 빨라 더욱 편안했습니다. 또한 엔진이 없으니 타이어 구르는 소리, 서스펜션의 미세한 작동음 등 평소 의식 못 하고 지나쳤던 소음이 기분 좋게 귓가를 간질였습니다.
미추홀(彌鄒忽)과 인주(仁州). 각각 고구려와 고려 이후 인천의 지명입니다. 인천은 지리적으로 외부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지역 중 하나입니다. 구한말에는 서양 문물이 인천을 통해 흘러들어왔고 지금도 당시 건물이 꽤 남아있습니다. 차이나타운을 지나 제물포고로 이어지는 골목 좌우로, 과거 창고를 개조한 전시관이 즐비했습니다. 근대와 현대의 풍경이 뒤섞인 골목에서 행인들은 숨죽인 채 뒤를 밟는 니로 EV를 거의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골목에서 큰길로 합류할 때마다 EV의 위력에 새삼 눈을 떴습니다. 소위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가속 덕분에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 있었습니다. 이때조차 숨 막히게 정숙했습니다. 매너가 뛰어나고 능숙하다는 말이 어울립니다. 니로 EV에는 자동차의 오래된 본분, 현재의 기술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글. 김기범 칼럼니스트(웹진 < 로드테스트 > 편집장)
사진. 최진호(Goood Studio)
기아자동차 사외보 DRIVE KIA 2018년 11, 12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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