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K5와 함께 떠나는 지하철 4호선 여행
저는 경기도 남부에 삽니다. 직장은 서울이고요. 출퇴근은 주로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합니다. 4호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4호선은 늘 붐빕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사람이 적은 구간이 없죠. 이유가 있습니다. 4호선은 서울의 동북부인 당고개를 시작으로 서울의 중심을 통과해 과천과 안양지역을 지나 안산, 오이도로 이어집니다. 이른 아침부터 양쪽 베드타운의 인구가 4호선을 타고 서울의 중심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구간 대부분이 혼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엔 늘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4호선이 지나는 길 곳곳에도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숨어있죠. 지하철 밖 4호선은 어떤 이야기와 모습을 담고 있을까요? 당고개를 시작으로 마지막 오이도까지 4호선을 따라 자동차를 타고 내달려봤습니다.
4호선 여행의 출발지는 당고개역입니다. 북쪽으로는 의정부, 동쪽으로는 남양주와 인접한 서울 북동쪽의 끝이죠. 수락산과 불암산에 둘러싸인 이곳은 예전 성황당과 미륵당이 있던 곳이라 당고개라는 이름이 됐다고 합니다. 고갯길에는 산짐승이 많아 이곳을 통과하던 나그네들은 돌을 들고 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당고개역 주변은 작은 시장과 주거지가 밀집해있습니다. 역사는 지상 3층 구조인데 언덕에 위치한 주거지역 안쪽까지 회차를 위한 레일이 이어져 언뜻 주거지 안으로 지하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당고개를 떠나 본격적인 4호선 여행을 시작하려는데 여우비를 만났습니다.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듣는 음악만큼 좋은 것도 없죠. 차창 위로 떨어지는 비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해봅니다. 오늘 시승한 더 뉴 K5는 미국 최상급 오디오 브랜드인 ‘크렐(KRELL)’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습니다. 입체적이고 풍부한 사운드가 막히는 도심을 위로해줍니다. 한결 마음이 편해지네요.
쌍문역
다음 목적지는 쌍문역입니다. 쌍문역 입구는 만화가 김수정이 그린 만화 < 아기공룡 둘리 > 캐릭터로 예쁘게 단장돼있습니다. 만화에서 주인공인 둘리가 사는 동네가 쌍문동이기 때문입니다. 쌍문동 일대는 ‘둘리 특구’라 불러도 될 만큼 둘리로 꾸며진 곳이 많습니다. 벽화가 그려진 ‘둘리문화거리’가 있고, 둘리와 관련된 각종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둘리뮤지엄’도 있죠. 버스정류장을 표시하는 팻말도 둘리 얼굴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참, 아시죠? 드라마 < 응답하라 1988 >의 배경도 쌍문동이었습니다.
혜화역
혜화역은 젊은이의 거리이자 문화의 거리인 대학로를 지납니다. 예전보다 상권이 훨씬 밝고 세련되게 변한 느낌이지만 공연문화의 중심지라는 타이틀은 다소 퇴색된 것 같네요. 대학로도 젠트리피케이션의 열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학로의 지대가 상승하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 닫는 소극장이 속출하고 있죠. 소극장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밥집과 술집입니다. 건축가 김수근이 지은 아르코 예술극장과 샘터 사옥의 붉은 벽돌만이 과거 대학로의 느낌을 끌어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명동&회현역
서울 곳곳에 각각의 개성으로 무장한 핫플레이스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 대표 핫플레이스는 명동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유동 인구가 제일 많고, 땅값이 제일 비싼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명동 네이처 리퍼블릭 부지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3.3㎡당 3억 원을 돌파하며 15년째 전국에서 제일 비싼 땅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구도심의 상징답게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인 명동성당, 1934년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한 옛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 등도 자리하고 있죠. 명동은 역사와 문화, 트렌드가 공존하는 몇 안 되는 지역입니다.
삼각지&신용산역
삼각지는 한강, 서울역, 이태원 방면으로 동시에 이어지는 교통의 길목입니다. 그 지리적 위치 때문에 1961년, 국내 최초의 입체교차로가 설치된 바 있죠.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였지만, 지하철 6호선 공사의 시작과 함께 철거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삼각지역 인근에는 대한민국을 지켜온 항쟁과 전쟁에 관한 기록, 물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쟁기념관이 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5천 년 동안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사를 모두 볼 수 있죠. 분단의 아픔을 가져다준 6.25전쟁의 시작과 끝도 상세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4호선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일대는 용산 주한미군기지가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평택으로 이전을 확정하고 이사를 시작했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해야 옳겠습니다. 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완전히 떠나고 나면, 용산 기지 일대에는 거대한 규모의 공원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발전이 정체돼있던 이곳이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거죠. 10년 혹은 20년 후 오늘과 마찬가지로 이곳을 자동차로 지나게 된다면 ‘예전 이곳에는 주한미군기지가 있었지’하며 추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삼각지의 입체교차로를 기억해냈던 것처럼 말입니다.
동작역
이제 4호선을 따라 한강 이남으로 갑니다. 동작대교 위를 지하철과 나란히 달리며 도착한 곳은 동작역입니다. 동작역의 정확한 명칭은 동작(현충원)역입니다. 역 인근에 현충원이 있어 2009년 5월에 함께 병기하도록 지정됐습니다.
현충원은 애국지사, 순국선열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인물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장병들을 기리는 장소로 2013년에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과거 없는 현재는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이룬 찬란한 발전도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사당역
사당역은 경기도 남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과도 같은 곳입니다. 과천, 안양, 군포, 안산, 시흥, 의왕, 수원 등과 연결돼있죠. 매일 아침 이들 도시에서 출근하는 직장인을 태운 빨간 광역버스가 남태령을 넘어 사당으로 줄지어 넘어오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퇴근 시간이면 사당역 일대는 버스를 타기 위한 인파로 인도가 가득 차 길을 따라 걷는 게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경마공원&대공원역
4호선을 따라 서울을 벗어나 선바위역을 지나면 경마공원역이 등장합니다. 경마공원 안에는 경마가 펼쳐지는 경주로를 비롯해 말 사육장, 마사 박물관 등 말과 관련된 시설이 있습니다.
현재 경마는 레저스포츠지만, 자동차가 없던 옛날에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자동차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여전히 ‘마력(馬力)’이 중요한 지표로 언급되는 이유기도 하죠. 마력은 말이 단위시간(1분)에 하는 일을 실측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경마공원역 다음은 대공원역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물원과 식물원이 있는 곳이죠. 대표적인 가족나들이 장소인 이곳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아버지가 운전하던 차의 뒷좌석에서 이곳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직접 자동차를 몰고 이곳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이곳에 한 번 들러봐야겠습니다.
인덕원역
다음 도착한 곳은 인덕원역입니다. 인덕원의 ‘원(院)’은 조선시대 공무 여행자들이 이용했던 숙박시설을 부르는 말입니다. 예로부터 장거리 여행객들이 들러가는 교통의 요지였다는 뜻이죠. 현재도 인덕원은 경기도 의왕시, 안양시, 과천시의 분기점으로 교통망이 발달해 있습니다.
상록수역
지하철 4호선은 과천, 안양, 군포를 지나 안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상록수역입니다. 상록수역은 심훈의 소설 < 상록수 >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문학 작품명을 최초로 사용한 역이지요. 이 일대의 지역명과 역명이 소설 < 상록수 >의 이름을 빌려 사용하게 된 이유는 소설 속 여주인공인 ‘채영신’의 모델이 된 인물이 이 지역 농촌계몽운동가로 활동한 ‘최용신’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록수역 근처에는 최용신의 묘와 그의 업적을 기리는 최용신 기념관이 있습니다.
안산역
안산은 1977년에 시작한 신도시 개발사업을 통해 새롭게 단장을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도시 일부는 주거와 녹지, 상업지로, 또 일부는 대규모 공업단지로 구분지어 개발하며 어느 도시보다도 정돈된 도로망을 갖춘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실제로 안산 일대는 넓고 쭉 뻗은 도로가 많아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이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공업지역이 발달해 이곳에서 일하기 위한 이주노동자의 유입도 많이 이뤄졌습니다. 안산은 전국 최대의 동남아시아 외국인 밀집 지역으로 등록된 외국인만 3만 5천여 명에 이릅니다. 한인타운이나 차이나타운처럼, 안산역 맞은편에도 다문화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문화시범거리로 지정된 안산 다문화음식거리가 있죠.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각종 열대과일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즐비해 있습니다.
오이도역
4호선의 종착지인 오이도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오이도역에서 오이도까지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죠. 오이도는 과거 진짜 섬이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갯벌을 염전으로 이용하면서 육지와 연결됐습니다. 섬이었던 흔적은 이제 지명에만 남아있죠. 오이도 선착장 일대는 생선회 및 조개구이집들이 밀집해있습니다. 눈앞에는 서해가 펼쳐져 있고, 그 맞은편으로는 고층 건물이 들어선 송도국제도시가 보여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합니다.
더 뉴 K5와 당고개에서 시작한 4호선 드라이브, 종착지인 오이도에 도착하니 해가 바다를 훌쩍 넘어갔습니다. 총 48개 역, 71.5k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길이가 새삼 실감납니다. 직접 달려본 4호선에는 선로 위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와 생경한 풍경이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지나가는 출근길도 낯설더군요.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당신, 일상이 지겨운가요? 시간을 내서 자동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어 보세요. 그리고 매일 아침 나를 괴롭게 했던 4호선을 따라 달려보세요. 지겹기만 하던 4호선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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