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울의 신과 구를 가로지르는
3호선 자동차 여행

일산을 지나 종로, 다시 한강을 건너 강남까지

by HMG 저널
subway-trip-third%20(1).jpg


흔히 서울 여행은 지하철 3호선을 관통한다고 말합니다. 역사와 문화가 담긴 곳곳이 이 노선을 따라 모여 있으니 지나친 과장은 아닌 듯 싶습니다. 그만큼 많은 여행 매체에서 단골 소재로 찾는 노선이기도 하죠. 일산 신도시에서 시작하는 3호선은 옛 정취 가득한 종로의 구도심을 향합니다. 동호대교 타고 한강을 건너면 서울의 신도심 강남으로 들어서죠. 사대문 안 옛 한양 도성과 강남의 마천루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 3호선 기점에서 종점까지 자동차 드라이브를 떠났습니다.


대화역

subway-trip-third%20(2).jpg


대화역은 수도권 지하철 3호선의 시종착역입니다. 웹툰 <신과 함께>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이 역에서 초군문행 바리데기호 열차에 탑승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죠. 근처에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컨벤션 센터인 킨텍스가 있습니다. 2005년 개장 후 처음 연 행사가 바로 서울모터쇼입니다. 이후로 2년에 한 번, 홀수 해에는 이곳에서 모터쇼가 열립니다. 행사가 열리는 주말에는 자유로가 꽉 막히고, 주변 고양종합운동장 주차장까지 개방해야 할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모이곤 하죠. 모터쇼 외에도 수많은 이벤트가 이곳에서 열립니다.


subway-trip-third%20(22).jpg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췄습니다


subway-trip-third%20(23).jpg


킨텍스 바로 옆에는 국내 최초의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이 있습니다.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 및 체험 시설과 시승 프로그램, 식음료 및 문화 공간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이죠. 개관 1년 만에 누적 관객 수 26만 명을 넘어서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전시관으로 발돋움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은 물론이고 자동차의 제작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상설전시와 테마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췄죠.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꼭 한 번 들러보세요.


원흥역

subway-trip-third%20(3).jpg


원흥역은 비교적 최근인 2015년 7월 25일 개통한 3호선의 새 식구입니다. 이용 인구가 많지 않아 무배치간이역(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역)으로 지어졌지만, 스타필드 고양이 들어서면서 요샌 제법 승객이 늘었죠. 사실 원흥역 근처는 단독주택 밀집 지역을 제외하면 허허벌판이나 다름 없어요. 하지만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제법 괜찮은 휴양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subway-trip-third%20(4).jpg


유난히 초록색이 많이 보이는 이 동네엔 농협대학교와 서삼릉, 경마아카데미가 나란히 붙어있습니다. 경마아카데미 인력교육원은 경마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국내 유일의 교육기관입니다. 광활한 목장 초지는 기수가 되려는 이에게는 치열한 훈련장이지만, 소풍 나온 연인과 가족에게는 편히 쉴 곳을 마련합니다


subway-trip-third%20(5).jpg


사적 제 200호인 서삼릉은 희릉, 효릉, 예릉의 3릉이 서울 서쪽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역사와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그냥 머물러만 있어도 마음이 상쾌해지는 기분입니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한 도시자연공원이 있다는 게 새삼 다행입니다. 녹음을 즐기며 능을 돌다 보니 출출해집니다. 서울로 향합니다


독립문역

subway-trip-third%20(6).jpg


독립문역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초창기 시종착역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대화행, 구파발행 열차가 끊기면 독립문행 막차를 만날 수 있죠. 독립문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독립문이 보입니다. 독립문은 흔히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오해를 받곤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 중화 중심의 세계관에서 홀로(獨) 선다(立)는 의미로, 청나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덕분에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조선총독부의 관리 하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죠. 1897년 완공됐습니다.


경복궁역

subway-trip-third%20(7).jpg


사직터널을 지나 경복궁에 도착했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한양 천도를 단행하면서 가장 먼저 지은 궁궐이죠. 터는 무학대사가 잡고, 이름은 정도전이 지었습니다. 무학대사는 인왕산을 기준으로 궁궐을 동향에 놓자 했고, 정도전은 남향에 놓자 주장했는데, 결국 정도전의 뜻대로 됐다고 합니다. 그러자 무학대사는 두 가지 흉사를 예언했는데,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후 경복궁은 계유정난과 임진왜란으로 수모를 겪기도 합니다. 만약 무학대사의 뜻대로 됐다면, 여기 동쪽 건춘문이 광화문이 됐을 것입니다.


subway-trip-third%20(8).jpg


조선시대 왕족과 사대부들이 주로 거주하던 서촌은 청와대가 가까워 개발되지 못하다가 1990년대 이후에야 가치를 인정받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습니다. 경복궁역 바로 위엔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가 있고, 조금 더 위엔 통인시장이 있습니다. 슬슬 배가 고파왔는데, 잘됐습니다.


subway-trip-third%20(9).jpg

통인시장 하면 역시 기름떡볶이입니다. 기름에 볶는 개념이기 때문에 조금만 방치해도 금세 타버립니다. 쉼 없이 휘적휘적 저어주는 게 핵심이죠


subway-trip-third%20(10).jpg


근처 대오서점에도 들렀습니다. 1951년 개점한 헌책방으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알려졌죠. 예전엔 간판칠이 이 정도로 벗겨지지 않았는데, 점점 더 낡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subway-trip-third%20(11).jpg


돌돌 말아놓은 피자로 유명한 식당에 왔습니다. 서촌에서 시작해 익선동, 성북동에도 분점을 낸 ‘이태리 총각’ 1호점입니다. 리코타 치즈, 양상추, 소고기 볶음 등을 넣어 랩 샌드위치처럼 말아놓은 ‘총각핏짜’가 시그니쳐 메뉴. 서촌에 오면 꼭 한번 맛봐야 할 음식입니다


충무로역

subway-trip-third%20(12).jpg


일제강점기 ‘혼마치’로 불리던 충무로는 일본 상인이 많이 살던 동네입니다. 해방 후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땄죠. 중국인 화교 상권이었던 을지로에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을 붙인 것과 같은 케이스입니다. 지금은 미국의 할리우드처럼 한국 영화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습니다. 과거 이 길가에 극장과 영화 제작사가 많았기 때문이죠.


subway-trip-third%20(13).jpg


2000년대 들어 충무로 극장들은 멀티플렉스의 공세에 자리를 잃기 시작합니다. 충무로역 바로 앞 대한극장만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죠. 그 대한극장마저 현대적인 느낌으로 변했습니다. 이제는 여느 멀티플렉스와 큰 차이가 없죠. 변화해야만 살아남는 영화판이라지만, 요새는 그림 간판이 걸린 옛 단관 극장이 그립기도 합니다


신사역과 압구정역

subway-trip-third%20(14).jpg


동호대교를 건너 강남으로 넘어갑니다. 한강 대교 중 전철과 자동차가 함께 달릴 수 있는 다리는 세 곳. 3호선이 지나는 동호대교와 4호선이 지나는 동작대교, 7호선이 지나는 청담대교입니다. 다리를 건너면 압구정을 지나 신사역으로 향합니다. 신사동 가로수 길은 이미 한국 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힙한 동네가 됐죠.


subway-trip-third%20(15).jpg


가로수 길이 뜨기 전에는 그림을 파는 작은 화랑도 많았는데요. 여러 고급 상점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기존에 거주하던 원주민을 밀어내는 현상)이 생겼고, 기존에 있던 원주민들은 다른 동네로 떠나야 했죠. 아이러니한 점은 가로수길 또한 압구정의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생겨난 동네라는 것입니다.


subway-trip-third%20(24).jpg


신사역에서 약 10분만 걸으면 통창으로 덮여 눈길을 끄는 멋진 건물이 서 있습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입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현대자동차의 실험정신이 담긴 첫 번째 브랜드 체험공간입니다. 자동차를 의미하는 ‘MOTOR’와 새로운 문화 창조의 공간을 뜻하는 ‘STUDIO’가 만나 탄생했죠. 현대자동차의 각 모델을 자세히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 공간 및 도서관 등의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참, 안에는 커피전문점 폴 바셋이 입점해 있어 잠깐 쉬어갈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subway-trip-third%20(25).jpg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이 위치한 도산사거리에서 성수대교 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본격적인 압구정 상권이 펼쳐집니다. 현대 아파트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이자 90년대 오렌지족, 야타족 등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 초기 최고의 권신이자 모략가였던 한명회가 지금의 현대아파트 자리에 지은 정자 이름이 압구정이었는데, 여기서 지역명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현대백화점 본점, 갤러리아 백화점을 비롯해 다양한 패션 숍들이 압구정역 주변에 몰려있죠.


subway-trip-third%20(26).jpg


갤러리아 백화점 옆으로는 감각적인 붉은색 건물이 눈에 띕니다. 기아자동차의 첫 브랜드 체험공간인 ‘BEAT360’입니다. 도심 속에서 색다른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이곳은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BEAT, 3가지 공간, 6가지 감각, 모든 공간이 경계 없이 이어졌다는 의미의 0을 담아 ‘BEAT360’이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기아자동차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시각화해 공간으로 빚어낸 것이죠. 약 570평 규모의 내부는 카페, 가든, 살롱 3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공간은 트랙으로 연결되어 있어 길을 따라 거닐며 관람 및 체험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도시인을 위한 컬쳐 오아시스라 할 만합니다.


남부터미널역

subway-trip-third%20(16).jpg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두 정거장만 더 가면 남부터미널역이 나옵니다. 지방 사는 사람이 서울에 올라오면 두 역을 헷갈리는 경우가 더러 있죠. 근처 우면산 기슭에는 예술의 전당이 있습니다.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이죠.


subway-trip-third%20(17).jpg


예술의 전당은 장르를 불문한 문화예술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립니다. 오페라, 연극, 무용, 뮤지컬을 공연하는 오페라 하우스, 클래식 연주가 펼쳐지는 음악당, 6개의 전시실이 있는 미술관, 세계 유일의 서예관, 그리고 문화예술 관련 자료가 있는 예술자료관까지 총 5개의 건물이 모여 우면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죠


학여울역

subway-trip-third%20(18).jpg


건축박람회, 유아박람회, 프랜차이즈 박람회, IT 기기전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회와 이벤트가 연 70여회 이상 열리는 서울무역전시 컨벤션 센터(Seoul Trade Exhibition & Convention: SETEC). 규모는 코엑스나 킨텍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내실 있는 전시를 유치하는 곳입니다. 특히 코믹월드가 열리는 날이면 거리에 코스튬 플레이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죠. 마치 만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킵니다.


가락시장역

subway-trip-third%20(19).jpg


가락시장은 일반적인 시장과는 매우 다릅니다. 서울 최대의 도매시장이며,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을 유통, 관리하거나 경매하는 역할을 하죠. 규모부터 남다릅니다. 54만 제곱미터 크기의 부지에 47개 동의 건물이 들어섰으며, 하루에 8,200여톤의 거래물량과 150억 원의 거래금액이 오가는 곳입니다.


subway-trip-third%20(20).jpg


한편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깎아보려는 손님과 연신 손사래 치는 가게 주인의 실랑이가 들립니다. 하역장에서는 물건을 싣고 내리는 잡부의 노동요도 옅게 들려옵니다. 정겨운 시장 풍경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3호선

subway-trip-third%20(21).jpg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Edward Hallet Carr)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습니다. 3호선 여행이 딱 그랬어요. 국내 최대 컨벤션 센터가 있는 일산 신도시에서 시작해 역사적 유산인 서삼릉이 있는 덕양구를 지나고, 다시 천년고도인 서울의 원도심 종로에 도달합니다. 한강을 건너면 오늘날 서울의 문화, 상업 중심지인 강남을 지나고,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나오는 가락시장까지 오게 됩니다.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여행이죠. 이번 주말에는 목적지 없이 3호선을 따라 여행하세요. 그리고 마음 가는 곳 아무 데서나 내리는 거예요. 꽤 흥미로운 여행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글 사진. 박정욱


현대자동차그룹 뉴스 미디어, HMG 저널 바로가기

http://blog.hmgjournal.co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차를 배에 싣고 섬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