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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배에 싣고 섬으로 떠났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10분, 신시모도를 만나고 왔습니다.

by HMG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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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안. 착륙을 알리는 방송이 들릴 때 즈음, 활주로에 진입하는 비행기 창 밖을 무심히 바라보곤 합니다. 기다란 날개 끝에 또·도·독 걸린 작은 섬 세 개. 그곳은 어떤 곳인지 궁금했습니다. 영종도 북서쪽 연도교로 나란히 이어진 사이 좋은 삼형제 섬 신도, 시도, 모도. 그곳으로 떠났습니다.


쉬어가는 섬, 신시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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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북서쪽에 자리한 신도, 시도, 모도. 세 섬이 각자의 멋을 뽐내는 조용한 섬입니다. 세 섬은 연륙교(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로 이어져 한번에 둘러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삼형제 섬’이라고도 부릅니다


바다 위 배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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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물류단지에서 자동차로 5분, 삼목여객터미널에서 여행은 시작됩니다. 삼목선착장에서 신도로 향하는 배편은 매시 10분, 오전 7시 10분부터 오후 6시 10분까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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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배에 싣고 신도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자동차 안에 앉아 쉬어도 좋고, 밖에 나와 경치를 구경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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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안에는 새우 과자 자판기가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조금 당황했지만, 갑판으로 나오자 바로 이유를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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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 위에는 수많은 갈매기 떼가 새우 과자를 먹기 위해 모입니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우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얌!’ 하고 웁니다. 새우 과자가 너무 맛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삼형제 중 맏이 섬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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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 섬 중 맏이인 신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착하고 신의 있다는 뜻에서 섬 이름이 유래됐다고 합니다. 진짜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라 하여 ‘진염’이라고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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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푸른벗말은 갯벌, 염전, 논밭이 함께 어우러진 농촌의 모든 테마를 한번에 경험할 수 있는 마을입니다. 세 섬을 통틀어 유일한 민물 저수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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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지금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습니다. 인적이 거의 없다시피 하죠. 하지만 너른 신도저수지와 고즈넉한 정자는 지친 과객에게 쉴 곳을 마련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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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는 박태기 나무가 활짝 꽃을 피웠습니다. 밥풀이 다닥다닥 붙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죠.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이 나무에 목을 매 유다 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소금 같은 섬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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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도 연도교를 지나 시도에 도착했습니다. 고려 말 최영과 이성계가 이끄는 군대가 강화도 마니산 기슭에서 이 섬을 과녁 삼아 활 쏘기를 연습한 데에서 유래된 지명이죠. 실제로 그 시대 화살촉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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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변으로는 넓은 간석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물이 빠지면 갯벌에 갇힌 조그마한 배는 오갈 데 없어집니다. 이 또한 서해의 섬이 빚어내는 정적인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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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는 신도보다 훨씬 작지만, 면사무소, 파출소, 우체국, 보건소, 농협 등이 죄다 이곳에 있습니다. 세 섬의 행정 중심이라는 뜻이죠. 북도면사무소 근처엔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가게도 여럿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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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해변은 드라마 <풀 하우스>를 촬영한 곳입니다. 고운 백사장 모래 입자가 아치형으로 퍼져있어 뛰어난 풍광을 자랑합니다. 바다 건너에는 강화도 마니산이 지척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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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는 좌우로 나무 그늘막이 늘어서 있어 특별한 준비 없이도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이 빠지면 갯벌에서 굴을 채취하는 주민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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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짠물’이라는 표현이 있죠. 검소한 인천 사람의 생활 양식을 빗댄 표현입니다. 이 인식은 염전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요새는 노동이 고되고 단가가 낮은 탓에 바다 소금을 캐는 인구가 많이 줄었죠. 시도 염전은 묵묵히 그 명맥을 잇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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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을 일컬어 바다에서 나는 하얀 꽃이라 부릅니다. 시도의 뜨거운 햇볕과 매서운 해풍, 그리고 염부의 노동이 그 꽃을 피웁니다. 시도 소금은 깨끗하고 맛이 좋아 외부에서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작지만 알찬 섬 ‘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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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다리를 건넙니다. 시-모도 연도교를 지나 모도로 향합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섬입니다. 내비게이션은 일부러 켜지 않았습니다. 섬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었거든요. 덕분에 조금 헤매긴 했지만, 모로 가도 모도만 가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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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고기는 올라오지 않고 띠(茅, 포아풀과의 여러해살이풀)만 걸린다고 해서 한글로 ‘띠염’이라 부르던 이름이 한자 모도(茅島)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곳 노인들은 이 섬을 ‘띠염’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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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섬의 끝자락, 더 이상 자동차가 달릴 수 없는 곳에 이르면 모도의 끝, 박주기(박주가리) 해변이 나옵니다. 모도는 멀리서 보면 마치 박쥐처럼 생겨 이런 독특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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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을 따라 배미꾸미 해변으로 향합니다. 배 밑구멍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죠. 이곳엔 조각가 이일호 씨가 조성한 조각공원이 있습니다. 성(性)과 나르시시즘을 주제로 만든 100여 작품이 전시된 해변 갤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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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식당이 섬 근처에서 잡은 자연산 해산물을 손님 상에 내놓습니다. 모도는 굴과 소라 등 어패류 수자원이 풍부하죠. 소라 덮밥을 먹었습니다. 반농반어(半農半漁)가 생업인 섬답게 갖은 야채와 해산물 맛이 좋습니다


해안도로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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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했지만, 내비게이션은 끄고 달렸습니다. 방랑시인처럼 정처없이 다니고 싶어서요. 섬이 작아 반나절만 열심히 돌아도 세 섬에 난 모든 도로에 내 차 바퀴자국을 새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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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면 바다 내음과 풀 냄새가 미묘하게 섞여서 풍겨옵니다. 갈매기 우는 소리와 출렁이는 파도 소리, 나뭇잎이 해풍에 파르르 몸을 떠는 소리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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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보면 섬 끝에 도달해 끊긴 길을 자주 만납니다. 어김없이 그곳엔 바다가 있어요. 뭍에는 오갈 데 없는 배도 한두 척 보입니다. 잘하면 뻘에서 해루질(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하는 주민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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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 섬에서는 거진 10분에 한 대씩 착륙하는 비행기를 볼 수 있습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비행기와 경주하듯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죠


배 타고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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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일몰이 아름다운 섬이지만, 당일치기로 계획했다면 해가 지기 전 마지막 배를 타야 섬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섬에서 나오는 마지막 배는 보통 오후 6시를 전후해 있습니다. 다음에 올 땐 1박 2일로 여행을 계획해 해넘이를 꼭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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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땐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아 몰랐는데, 자동차를 배에 싣고 이동하는 길, 지도에는 페리 항로를 지나는 것으로 표시됩니다. 항로를 따라 바다 위를 달리는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입니다


K3와 함께한 삼형제 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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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를 배에 싣고 바다를 건너 떠나는 섬 여행. 특별하고 재미있는 추억이 되어줍니다. 끝나가는 봄이 아쉽지 않나요? 삼도삼색(三島三色)의 섬 여행을 떠나 보세요. 그리고 조금 쉬었다가 가세요



글 사진. 박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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