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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보성 녹차밭까지
녹색길을 달리다

넉넉한 주행거리로 마음까지 편안한 코나 일렉트릭과 함께한 드라이브

by HMG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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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차를 만나는 일은 항상 설레는 일입니다. 코나 일렉트릭 같은 차세대 차량이라면 더욱 그렇죠. 하지만 하필 비가 심하게 내리는 바람에 설렘 대신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이 차를 마주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전남 보성까지 장거리를 달리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하늘이 뚫린 듯 내리는 비를 보니 쉽지 않은 시승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머리를 스칩니다. 비 때문에 차를 자세히 살펴보지도 못한채 바삐 운전석에 올라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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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내가 전기차에 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START’ 버튼이 아닌, ‘POWER’ 버튼을 누르면서 말이죠. 시동을 거는 과정만 본다면 이 차는 자동차라기보단 전자기기에 가깝습니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전자기기처럼 조용히 계기판과 각종 조명이 켜지며 달릴 준비가 됐음을 알리거든요.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부르릉 하는 소리도, 진동도 전혀 없습니다. 전자기기의 느낌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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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전남 보성 녹차밭으로 정했습니다. 공인 주행거리인 406km의 범위 내에서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차로 찾아가기엔 푸른 녹차밭만큼 좋은 목적지도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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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이면 공조장치의 사용이 불가피해집니다. 유리창에 끊임없이 차오르는 습기를 없애야만 하니까요. 비를 걷어내는 앞뒤 와이퍼도 평소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사소하지만 모두 고스란히 전력 소모로 이어지는 것들이죠. 전력이 빨리 닳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기는 하지만, 전력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굳이 전력을 아끼지는 않습니다. 안전하게 주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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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주행이었습니다. 폭우 수준의 비가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고, 노면도 훨씬 미끄러운 상황이어서 운전의 긴장도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악조건이 차량의 종합적인 성능을 시험하기에는 더 좋은 조건일지도 모르겠군요. 다행스럽게 최악의 조건에서도 코나 일렉트릭은 매우 안정적으로 잘 달려주었습니다. 차량의 기본이 되는 차체와 서스펜션의 구성, 스티어링의 조작감 모두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작동하는 방식은 전자기기에 가깝다지만, 지금 타고 있는 물건은 엄연히 자동차입니다. 거친 빗속을 헤치며 달리다 든 생각은, 자동차를 오랜 기간 만들어 온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라면 전기차에서 이런 수준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것은 쉽지만, 잘 달리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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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하지만, 차량을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하지는 않습니다. 넉넉한 배터리 덕분에 전기차 충전소도, 주유소도 들를 필요 없으니까요.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장거리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코나 일렉트릭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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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달려 드디어 보성 녹차밭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혹시 이 광경에서 뭔가 색다른 점을 발견하셨나요? 보통 산림이 우거진 곳에서는 배기구가 나무를 향하지 않도록 전면주차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기에 당당히 후면주차를 할 수 있죠. 이런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역시 전기차만이 가지는 소소한 특권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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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해 정신 없이 달려왔던 지라 이제서야 차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앞모습을 보니 전체적인 틀은 코나의 것이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이 전기차임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네요. 일반 자동차는 외기를 받아들여 엔진을 냉각시키기 위한 그릴이 전면부에 자리하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엔진이 없기 때문에 그릴이 필요 없습니다. 덕분에 좀 더 멋스러운 외관을 가지게 됐고, 공력성능도 조금 더 좋아지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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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역시 코나와 틀은 같습니다. 하지만 범퍼 하단 디자인이 바뀌었고 배기구가 사라졌죠. 사소한 변화일 수도 있겠지만, 이 차이 역시 어쩌면 생각보다 클 지도 모릅니다. 상상해 보세요. 막히는 도로 위에서 앞선 차량의 배기구가 나를 향해 훤히 드러나 있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내가 앞 차의 배기가스를 들이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심리적인 거부감의 차이가 꽤 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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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코나와 가장 큰 차이는 실내에서 드러납니다. 플로팅 타입 8인치 디스플레이는 심리스 타입으로 더 세련되게 다듬었고, 센터콘솔은 손이 닿기 쉽게끔 뒤쪽에서부터 센터페시아를 향해 올라가는 형태로 다듬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2개의 파워아울렛을 갖춘 별도의 수납공간을 둬 실용성까지 높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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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조작부와 파워트레인이 기계적으로 연결돼있지 않기 때문에 기어봉이 사라지고 조작성이 훨씬 높은 버튼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할 수도 있지만, 몇 번만 조작해보면 훨씬 더 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주행 중 실수로 버튼을 눌렀을 때 오작동을 방지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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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녹차밭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녹차밭을 지나는 18번 국도에 주변으로 나있는 멋진 가로수길이 있어 그곳으로 향합니다. 아까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녹차밭으로 향하던 중 발견해 점찍어두었던 보석같은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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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가로수길을 달리기에 전기차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엔진이 내는 소음과 매연, 어느 것도 운전자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맑은 공기와 자연이 내는 소리를 온전히 감상하며 달릴 수 있죠. 여러분도 만약 이 차를 타고 이런 곳을 달리게 된다면 창문을 내리고 달리기를 추천합니다. 마치 차와 자연의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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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근처 보성녹차 휴게소에서 충전을 합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100kW 급속충전기 기준 54분 충전으로 배터리의 80%를 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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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녹차 휴게소에서 서울 톨게이트까지의 거리는 약 345km. 역시 한 번에 도달 가능한 거리입니다. 빗줄기도 점점 약해지고 있어 내려올 때보다는 훨씬 더 편한 마음으로 올라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아, 이곳 보성녹차 휴게소에는 최근 이영자의 먹킷리스트 중 하나로 유명해진 꼬막비빔밥 정식이 있으니 이곳에 들른다면 꼭 한번 경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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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주행거리는 이미 검증했으니 올라가는 길에는 주행방법을 조금 바꿔 달려보기로 합니다. 이따금씩 스포츠 모드로 달리는 재미를 누려가면서 말이죠. 코나 일렉트릭은 4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갖추고 있는데, 각 모드에 맞춰 클러스터 형상을 바꾸는 것이 꽤나 멋스럽습니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출력에 맞춰 쭉쭉 바늘을 올리는 모습은 달리고픈 야성을 부추기는 은근한 요소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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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효율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못된(?) 비경제 운전도 종종 해가며 달렸음에도 배터리 용량이 제법 넉넉하더군요. 배터리 용량과 전비 효율이 뛰어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검증한 셈입니다. 올라오며 깨달은 사실인데, 넉넉한 배터리 용량에서 오는 또 다른 이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한 번 충전으로 넉넉한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그렇지만, 마음만 먹으면 배터리 잔량에 구애받지 않고 파워풀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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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 일렉트릭은 효율적 주행에만 초점을 두고 달리기엔 아까운 차입니다. 204마력의 모터가 내는 힘을 재워두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이 차체에 이 정도 힘을 내는 심장이 얹혀있다는 건 주행성능 면에서 엄청난 축복입니다. 이 수치는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도 무척 훌륭한 스펙으로, 같은 차체를 사용하는 코나 1.6T 모델은 177마력, 상위 차종인 투싼도 가장 높은 출력을 내는 2.0 VGT 모델이 186마력을 내니 코나 일렉트릭의 출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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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 일렉트릭은 확실히 예상을 뛰어넘는 전기차였습니다. 넉넉해진 배터리 용량은 물론 앞서 판매중인 코나에서 입증된 탄탄한 차체구조, 차체 대비 뛰어난 출력의 모터, 활용성을 높인 세계 최초의 소형 SUV 전기차라는 점에서 생각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증명하고 있죠. 코나 일렉트릭은 국내는 물론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사진. 주태환


* 본 시승기에 사용된 차량은 연구용 차량으로, 실제 양산형 차량과는 일부 구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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