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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Aug 21. 2024

오랜 추억으로 남은 자동차 기술 살펴보기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헤리티지 모델들의 사진을 들춰보면서 추억에 빠져봅시다


자동차는 시대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제품입니다. 유행하는 디자인, 새로운 기술, 사회적 특성 등 다양한 부분을 설계에 반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지금은 흔치 않거나, 완전히 사라진 자동차의 모습에서 어릴 적 추억을 되새깁니다. 손으로 돌려 조작하는 창문, 카세트테이프 오디오 등이 대표적이죠. 




그 외에도 다양한 사양들이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그리고 옛 시대를 상징하는 요소로 이름을 남겼죠.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헤리티지 모델들의 사진을 살펴보면서, 옛 자동차에서만 볼 수 있는 사양들을 모았습니다. 같이 시간 여행을 떠나보실까요?




포니의 원형 헤드램프



1975년 태어난 현대차의 첫 독자 모델 포니는 1970년대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유려한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포니와 같은 1970년대 자동차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원형 헤드램프’입니다. 당시 자동차들은 왜 하나같이 원형 헤드램프를 사용했을까요? 이유는 법규에 있습니다. 미국은 1940년대에 자동차 헤드램프를 원형으로 규격화했습니다. 1974년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을 개정하여 직사각형 헤드램프를 추가할 때까지 원형 헤드램프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죠. 




이는 미국 시장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당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었던 미국 진출을 위해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를 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 또한 마찬가지였죠. 포니의 디자이너인 이탈디자인의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1970년대에 그려낸 자동차 상당수는 포니와 같이 양쪽에 원형 헤드램프를 2개씩 달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원형 헤드램프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미국이 1983년에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을 다시 한번 개정하며 비표준 모양의 헤드램프도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졌거든요. 그리고 점점 강화되는 환경 규제, 보행자 안전 관련 법규 등 시대의 요구에 맞춰 자동차 디자인이 진화한 지금, 원형 헤드램프를 쓰는 것은 공기역학, 보행자 안전 등 여러 부분에서 손해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포니의 원형 헤드램프는 그 시절만의 디자인을 상징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니2 픽업의 펜더 미러와 카세트테이프 오디오



1982년 등장한 포니2는 승용 모델과 픽업 모델 등 두 가지가 있었고, 포니2 픽업의 앞바퀴 펜더에는 승용 모델과 달리 ‘펜더 미러’가 달려있었습니다. 이는 포니1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죠. 펜더 미러의 가장 큰 장점은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한 상태에서 약간만 시선을 옮겨도 후방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의 사이드미러와 비교하면 시선 이동량이 적을뿐더러 사각지대도 작죠. 




하지만 지금은 펜더 미러를 장착한 신차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펜더 미러의 태생적 한계 때문입니다. 운전자와의 거리가 있어 작게 만들면 잘 보이지 않는 데다, 보행자 안전에 치명적이거든요. 지금의 자동차는 보행자와 사고 시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는데, 펜더 미러의 경우 보행자와 부딪치면 부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실내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도 눈길을 끄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용 카세트테이프 오디오 시스템은 1960년대 후반 등장했는데, 진동이나 충격에 강한 카세트테이프의 특성 덕분에 자동차에서도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인기였습니다. 이후 음질이 훨씬 뛰어난 CD가 등장했지만, 워낙 카세트테이프가 널리 보급된 상태였기에 한동안은 카세트테이프와 CD를 모두 쓸 수 있는 카오디오가 보편화됩니다.




포니2 CX의 5마일 범퍼



포니2 CX는 출시까지의 과정이 조금 독특한 모델입니다. CX는 ‘캐나다 수출형(Canada Export)’을 뜻합니다. 포니2는 캐나다 수출에 성공하면서 국산차 최초로 북미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는데, 이에 맞춰 캐나다 수출 사양과 동일한 제품을 1984년 국내에 출시한 것입니다. 그래서 포니2 CX는 북미 자동차 시장 법규 충족을 위한 ‘5마일 범퍼’를 달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국은 1970년대 초반에 차량이 시속 5마일(약 8km/h)의 속도로 장벽에 충돌했을 때 범퍼 등 안전과 관련된 부품의 기능이 손상되면 안된다는 내용의 법규를 도입했습니다. 이에 맞춰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북미 시장만을 위한 전용 범퍼를 개발해 달았습니다. 포니2 CX의 범퍼 또한 마찬가지죠. 범퍼 양쪽 끝의 충격 흡수용 주름관을 보니 마음을 졸이며 북미형 범퍼를 새롭게 만들었을 연구원들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스텔라의 4단 수동변속기와 윈도 크랭크



1983년 등장한 스텔라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중후함이 느껴지는 외장 디자인과 기능미를 앞세운 1980년대의 실내 디자인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모델이죠. 그런데 실내를 보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4단 수동변속기가 눈에 띕니다. 1980년대에는 4단 수동변속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고급 차종이나 5단 수동변속기를 채택했죠. 자동변속기는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수동변속기를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윈도 크랭크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 속 아이템입니다. 형상 때문에 흔히 ‘닭다리’라 부르던 부품이죠. 요즘은 거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모터를 이용해 창문을 올리고 내릴 수 있는 파워 윈도를 달고 있지만, 당시에는 상당수의 모델이 손으로 윈도 크랭크를 돌려 창문을 여닫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고급 차종의 경우 앞좌석 창문은 파워 윈도, 뒷좌석은 윈도 크랭크를 장착한 모델도 있었습니다. 




쏘나타의 5단 수동변속기와 오디오 시스템



1985년 등장한 쏘나타는 스텔라의 고급형 모델이자, 지금까지도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거대한 존재감을 뽐내는 ‘쏘나타’의 시작점입니다. 스텔라의 성능과 편의 사양을 모두 일신해 고급스럽게 재구성한 모델이었죠. 쏘나타의 옆면에 붙은 ‘5-SPEED’ 엠블럼은 이를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4단 수동변속기가 흔하던 시대에 5단 수동변속기를 달았기에 이를 강조한 것입니다. 




뒷선반의 스피커 시스템에서도 1980년대 고급차의 향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스피커를 매립하지 않고 뒷선반에 그대로 노출하는 형태가 흔했습니다. 그래서 뒷선반에 놓인 커다란 스피커는 좋은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요소로도 기능했습니다. 




스쿠프의 가솔린 SOHC 엔진



1990년 선보인 스쿠프는 국산 최초의 쿠페형 승용차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1989년에 출시한 소형차 엑셀의 뼈대를 사용하되, 젊은 감각에 맞춘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설레게 했죠. 특히, 스쿠프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알파 엔진’을 얹고 모터스포츠에 참가해 모두를 놀라게 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스쿠프의 트렁크에는 알파 엔진을 상징하는 α-12V 레터링이 자랑스럽게 붙어 있었죠.




그렇다면 α-12V 레터링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일까요? 스쿠프에 탑재했던 초기 알파 엔진은 캠 샤프트가 하나인 SOHC 구조로, 기통당 3밸브 구성과 MPI 방식을 적용하여 최적화된 성능과 효율을 제공했습니다. 스쿠프의 트렁크 리드에 붙은 α-12V 레터링의 ‘12’는 바로 엔진의 밸브 수를 뜻합니다(4기통 X 3밸브=12밸브). 참고로 SOHC는 DOHC, 가변 밸브 기구 등의 확대 적용으로 인해 2000년대부터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강화되는 연비 규제와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흡기 밸브와 배기 밸브를 정교하게 가변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했으나, 캠 샤프트가 하나인 SOHC에서는 이를 구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에 포니2, 스텔라, 포니 엑셀 등 다양한 고유 모델을 개발한 현대차는 차체 디자인 및 설계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어 엔진 분야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1983년 9월 ‘엔진개발실’을 발족해 소형차에 탑재 가능한 독자 엔진을 개발하는 ‘알파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1991년 알파 엔진을 공개했습니다. 엔진 시제품 약 300기와 시험 차량 150대를 만들어 미국 애리조나와 캐나다 온타리오에 투입하고 지구 105바퀴에 해당하는 총 420만 km의 시험 운전을 거쳐 내구성을 검증하는 등 엄청난 공을 들인 끝에 독자 개발 엔진을 완성한 것이죠. 





그렇게 1991년부터 알파 엔진을 얹은 스쿠프는 쏠쏠한 운전 재미를 자랑했습니다. 특히 스쿠프 터보에는 국산 승용차 엔진 중 최초로 터보차저가 적용돼 강력한 성능을 구현하기도 했죠. 1992년에는 미국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Pikes Peak Hill Climb) 대회에서 로드 밀렌(Rod Millen)이 스쿠프 터보로 13분 21초 17을 기록하며 2WD 양산차 비개조 부문 우승을 달성하는 등 모터스포츠를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갤로퍼의 등화관제등



1991년 등장한 갤로퍼는 특유의 성능과 내구성으로 국내 SUV 시장의 기준을 세운 모델입니다. 특히 1992년  갤로퍼 출시 1주년을 맞이해 내보낸 TV 광고 시리즈인 ‘갤로퍼 대장정’은 갤로퍼의 내구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 여행가로 유명한 김찬삼 세종대 명예교수가 갤로퍼를 타고 288일간 35개국을 주파하는 7만km 이상의 유라시아 대륙 대장정을 성공한 내용을 TV 광고 시리즈로 풀어낸 것이죠. 사진 속 갤로퍼는 대장정에 쓰인 세 대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갤로퍼에 ‘등화관제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나요? 등화관제란 전쟁 시 공습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야간에 도시의 모든 불빛을 차단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불을 모두 끈다고 해도 자동차를 써야 하는 상황은 있을 수 있죠.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SUV와 같은 차량은 매우 약한 불빛의 등화관제등을 달았습니다. 등화관제등의 또 다른 특징은 상부에 커버를 달아 공중에서 차량의 불빛을 식별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거리에 따라 불빛의 모양이 달리 보이도록 광학 장치를 달아 아군의 인식을 도왔죠.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부터 1999년 7월까지 전시에 민간 SUV를 국군이 징발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등화관제등 설치가 의무였습니다. 갤로퍼가 등화관제등을 달았던 이유죠. 이후 등화관제등 장착 의무는 해제되었지만, 전시 동원 차량 지정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년 전시 동원 차량을 지정하고, 중점관리대상물자 지정 및 임무 교부서를 보내는 형태로 전시에 징발할 차량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과거로 사라진 기술에는 낭만이 있습니다. 그 시대를 살고 경험했던 사람만 생생히 기억하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도 있죠. 하지만 우리의 삶처럼 자동차도 발전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자동차의 특별한 사양도 언젠가는 과거가 되죠. 하지만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현대차가 첫 독자 개발한 알파 엔진으로부터 노하우를 쌓아 지금에 이르렀듯, 지금의 기술은 새로운 기술의 바탕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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