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캐스퍼 일렉트릭의 상품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 노력
캐스퍼 일렉트릭이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강점은 우수한 상품성과 합리적인 가격의 조합에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제조 기술이 글로벌 최고 수준에 올랐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격까지 합리적인 소형 전기차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한정된 비용 안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점점 높아지는 고객의 눈높이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서도 적당히 타협할 수 없다. 경쟁력 있는 상품성과 합리적인 가격 모두를 달성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이유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모든 부문에서 소형 전기 SUV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R&H(Ride & Handling, 승차감 및 핸들링),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소음 및 진동) 성능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고객이 자동차를 판단할 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는 전기차 하면 떠오르는 안정적인 승차감과 뛰어난 정숙성을 캐스퍼 일렉트릭에 담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기울였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캐스퍼 대비 커진 차체, 늘어난 강성, 향상된 서스펜션 성능으로 한결 뛰어난 승차감을 제공한다. 또한 PE 시스템 흡차음재 적용, 모터 및 감속기 형상 최적화, 이중 실링 웨더스트립, 전석 도어 글라스 두께 증대 등을 통해 전기차에 어울리는 조용한 실내를 구현했다. 그 외에도 캐스퍼 일렉트릭은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차급 이상의 R&H, NVH 성능을 확보했다.
최근 캐스퍼 일렉트릭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개최된 미디어 시승회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먼저 주행 완성도의 경우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여러 매체에서는 “고속도로 교각 이음매를 사뿐히 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코너링과 가속 시 느낌이 좋으며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반응했다.
급을 뛰어 넘는 승차감으로 높은 만족을 이끈다는 평가도 상당했다. “서스펜션 세팅을 참 잘했다. 경차급 전기찬데 승차감을 이 정도까지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코너를 돌 때는 차가 확 기울어지지 않는다”, “방지턱을 빠르게 넘어도 자세를 잘 잡아준다. 승차감도 소형차급 이상이다”라며 기존 차급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정숙성의 경우 “출력, 소음, 승차감 세 가지가 조화롭다”, “외부 소음 유입도 이전 캐스퍼하고는 비할 바가 아니다. 정말 조용하고 부드럽다”라며 캐스퍼 일렉트릭이 동급 평균 이상의 정숙성을 확보했다는 데 대부분의 매체가 동의했다. 이처럼 긍정적인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개발한 MSV R&H시험팀 문강한 연구원과 MSV소음진동시험팀 전주현 책임연구원, MSV전동화소음진동시험팀 이건희 책임연구원에게 궁금한 점 몇 가지를 물어봤다.
Q. 캐스퍼 일렉트릭의 R&H 부분을 개발할 때 목표한 방향은 무엇이었나?
문강한 연구원 | 전기차의 장점인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하되, 운전자의 의도대로 잘 반응하는 움직임을 만들고자 했다. 도심에 있든, 고속도로에 있든, 어떤 환경에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차를 만들고 싶었다.
Q. 캐스퍼와 캐스퍼 일렉트릭의 승차감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문강한 연구원 | 경형 SUV인 캐스퍼는 휠베이스가 짧고 무게중심이 높아 험로나 둔덕 통과 시 롤링(차체 좌우 쏠림)과 피칭(차체 앞뒤 쏠림)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은 휠베이스가 180mm 늘고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배치하면서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약 60mm 낮아졌다. 덕분에 롤링과 피칭이 감소하며 한결 나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그리고 튜닝 자유도가 높은 어드밴스드 쇽업소버 밸브를 적용해 차체 움직임이나 충격 감쇠를 더 다듬을 수 있었다.
Q. 캐스퍼 일렉트릭의 서스펜션은 캐스퍼와 어떤 부분이 다른가?
문강한 연구원 | 캐스퍼 일렉트릭은 늘어난 휠베이스, 배터리 탑재로 증가한 공차중량 등을 감안해 앞바퀴와 뒷바퀴 스프링의 강성을 약 30% 증대하고 쇽업소버의 튜닝을 최적화했다. 아울러 뒤 서스펜션 구조인 CTBA(Coupled Torsion Beam Axle)의 러버를 듀얼 컴파운드 부싱(Dual Compound Bushing)으로 변경했다. 듀얼 컴파운드 부싱은 전후, 상하, 횡방향의 러버 특성을 각각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따라서 험로 주행 시 전후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전후 방향 강성은 낮추고 핸들링 시 횡방향 지지감을 향상하기 위해서 러버의 횡방향 강성을 높였다.
Q. 캐스퍼 일렉트릭의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주행 성능의 비결은 무엇인가?
문강한 연구원 | 주행 안정성과 역동성은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이 둘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R&H 개발자의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연장된 휠베이스와 늘어난 중량으로 인해 핸들링 측면에서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R&H 튜닝은 승차감, 핸들링, 스티어링 성능을 조화롭게 만드는 데 있다. 예컨대 차체 하부의 배터리는 무게중심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만큼 안정감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휠베이스가 늘면서 무뎌질 수 있는 조타 반응성은 스티어링 기어비를 올리는 한편 스프링, 스태빌라이저바, 쇽업소버 등의 최적화로 해결했다. 덕분에 캐스퍼 일렉트릭은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R&H 성능을 갖출 수 있었다.
Q. 캐스퍼 일렉트릭의 NVH 개발 목표는 무엇이었나?
전주현 책임연구원 | NVH 개발에 앞서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했다. 내연기관차의 주 소음원은 엔진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엔진 외의 소음이 운전자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캐스퍼 일렉트릭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 소음원이 바뀜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보강했다.
Q. 전기차는 바깥에서 유입되는 소음이 더 잘 들리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해당 부분을 어떻게 극복했나?
전주현 책임연구원 |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으므로 외부에서 같은 수준의 소음이 유입되어도 운전자가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캐스퍼 일렉트릭은 차량 외부 소음의 유입을 막아주는 실링을 보강하는 데 무게를 두었다. 소형차는 대형차 대비 소음 전달 경로와 소음 에너지 감쇠 성능 면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
물리적으로 소음원과 귀 위치까지의 거리가 짧으며, 공간과 중량 등의 한계로 소음 유입 경로상 소음 에너지를 줄이는 사양 적용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소음 차단에 집중했다. 한편 실링 보강을 위한 웨더스트립 추가는 문의 개폐 성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튜닝이 중요하다. 유관 부서와 함께 평가를 진행하며 개발한 이유다. 결과적으로 도어 웨더스트립을 추가하고, 전석 도어 글라스 두께를 3.2t에서 3.5t로 늘려 중/고주파 대역에서 1dB의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Q. 로드 노이즈 대응을 위해 제진재를 최적화했다고 하는데, 제진재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가?
전주현 책임연구원 | 제진재는 주로 차체에 부착하여 차체 패널의 진동 에너지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소음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고분자화합물로 비교적 밀도가 높은 무거운 소재다. 그래서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양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캐스퍼 일렉트릭 개발 당시 이런 제반 사항을 고려해 차량의 소음 대역을 분석하고 3D 레이저 스캐너를 활용하여 차체에서 불리한 진동 응답이 있는 곳을 분석했다. 이후 제진재 면적과 위치를 최적화했다.
Q. 러기지 보드가 두꺼워진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엔진이 없는 PE룸에도 언더커버를 장착한 이유가 궁금하다.
전주현 책임연구원 | 러기지 보드의 역할 중 하나는 러기지 룸을 통해서 유입되는 소음을 막는 것이다. 이에 따라 캐스퍼 일렉트릭에서는 러기지 보드의 재질을 강화하는 한편 두께를 늘렸다. 그리고 PE룸 언더커버는 공력 성능을 개선하는 동시에 노면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노면 소음 차단 성능을 높이기 위해 펜더 인슐레이터도 적용했다.
Q. 전기차 PE 시스템에 흡차음재를 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건희 책임연구원 | 전기차 PE 시스템의 소음 저감에 대한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르게 엔진 작동으로 가려지는 소음 유입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만큼 전기차 탑승자는 실내의 다양한 소음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PE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고주파음도 대표적인 전기차 소음이다. 이에 따라 캐스퍼 일렉트릭에서는 흡차음재를 더해 PE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소음을 줄였다. 전기차의 정숙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PE 시스템에서도 NVH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다.
Q. PE 케이스의 강성을 최적화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이건희 책임연구원 | PE 케이스의 강성 최적화는 효율적인 강성 확보와 NVH 성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느 부분에서 진동 및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지 확인해 강성을 보강하고, 케이스 진동으로 인한 소음을 줄여 NVH 성능 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또한,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 보강함으로써 중량 감소의 효과도 볼 수 있다.
Q. 감속기의 리드 크라운을 증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건희 책임연구원 | 리드 크라운을 조절한다는 것은 기어 치면의 형상을 최적화하는 것을 말한다. 각 단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리드는 기어 치면의 가로 방향을, 크라운은 기어 치면을 볼록거울처럼 곡선으로 가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어 치형을 최적화해 리드 크라운을 증대하면 접촉 면적이 늘어나 기어의 성능을 개선하고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다. 기어가 맞닿는 면적이 늘어나면 회전 시 균형을 맞추고 진동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기어가 맞물리며 발생하는 소음이 줄어들며 기어의 수명이 연장되고 시스템 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Q. 모터 회전자 적층 최적화는 무엇이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NVH 이점은 무엇인가?
이건희 책임연구원 | 모터 내부의 영구자석은 원기둥 블록을 모아 쌓아 놓은 단(Stack)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4단 적층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6단 적층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는 NVH 개선을 위한 것이다. 사실, 6단 적층 시스템은 단의 개수도 늘어나고, 모터 조립 시에 더 많은 공정이 필요하기에 제작 단가도 높다. 하지만 영구자석의 구조적 한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토크 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 N극과 S극이 반복 회전할 때 자속을 연속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구자석의 단을 늘리면 적은 단에 비해 부드럽게 회전할 수 있다. 그만큼 토크의 밀도가 균일해지고 진동이 줄어든다.
Q. 캐스퍼 일렉트릭에 적용된 회전자의 V자 모형 6단 적층 구조는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중 최초인가? 어느 정도의 소음을 줄일 수 있는가?
이건희 책임연구원 | 일반적으로 현대차의 전기차는 V자 모형 적층 구조를 사용한다. 제네시스 후륜구동 기반 전기차에 6단 적층을, 전륜구동 기반의 전기차 모델은 4단 적층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에는 현대차 전기차 최초로 6단 적층 구조를 적용했다. 이로써 모터 메인 소음 중 하나인 60차 소음을 실내 소음 기준으로 3~5dB가량 개선했다.
Q. 모터 제어 최적화로 소음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건희 책임연구원 | 먼저, PWM 주파수 분산이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오는 직류 전류를 교류 전류로 바꿔 주기 위해 인버터에서 PWM 제어를 하게 된다. PWM은 Pulse Width Modulation의 약자로, PWM 스위칭 주파수는 PWM 신호의 주기를 의미하며, 초당 스위칭 횟수를 의미한다. PWM 주파수 분산이란 이 스위칭 주기를 무작위로 하여 일정한 주파수로만 소음이 발생하지 않게 한다. 다양한 주파수로 스위칭 소음을 발생시켜 에너지를 분산하고 스위칭 소음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HCI(Harmonic Current Injection) SW를 적용했다. 이는 모터 특성에 따라 발생하는 메인 성분인 6고조파 성분을 줄이기 위함이다. 6고조파 성분을 상쇄하는 역위상 전류 입력으로 전류 리플을 개선해 차량 저속 영역 6고조파를 줄이고 소음 진동을 개선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캐스퍼 일렉트릭은 소형 전기차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 끝에 완성됐다. 특히 캐스퍼 일렉트릭의 우수한 R&H 및 NVH 성능은 편안한 이동의 경험은 물론 운전의 즐거움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우수한 주행 질감과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매력에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최대일,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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