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앞선 BMS 핵심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지난 몇 년간 전기차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최근 그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전기차의 판매량은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내 자동차 시장 속에서 전기차의 영향력도 커져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지만 기술적 사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가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의 전기차 관련 정보 중 가장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잘못된 정보는 충전 상태와 배터리 안전성의 상관 관계다. 예컨대 스마트폰에 흔히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내부의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넘나들며 충전과 방전 현상을 일으킨다. 이때 배터리에 강한 충격이나 열이 가해지면 양극과 음극의 경계가 무너지는 ‘단락(Short circuit)’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극히 드물지만 배터리 셀 불량 또는 제조 결함으로 단락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때 내부의 화학 작용으로 높은 전류가 흐르고, 열로 인해 가연성 물질이 발화될 수 있다. 물론 충전을 할수록 내부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 그러나 높은 충전율이 화재 발생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과거에 배터리 화재를 이유로 일부 전자제품 등에서 충전율을 제한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제품의 셀 제조 결함에 따른 임시적인 조치였으며, 효용성이 부족하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충전율을 제한하는 정책이 화재 사고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방증된 셈이다.
배터리의 높은 충전율은 오히려 화재 발생보다 내구성과 관계가 깊다. 실제로 리튬 이온 배터리와 같이 리튬을 양극재로 삼는 배터리는 충전율이 과해지면 SOH(State of Health), 즉 수명이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위의 그래프는 충전율에 따른 배터리 수명을 나타내며, 결과값을 통해 완전 충전과 완전 방전을 최소화하는 것이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삼원계 배터리도 이와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이와 같은 배터리 특성을 토대로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를 설계 및 제조와 함께 관리하고 있다. 먼저 배터리 제조사는 용량 상의 여유를 두고 배터리를 제조해 납품한다. 가령 NCM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g당 275mAh 정도의 설계 용량을 지니지만,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셀은 g당 약 210mAh 수준으로 사용 제한을 둔다. 품질과 안전성 측면을 고려해 일부 안전마진(Safety margin)을 두는 셈이다.
완성차 업체 역시 배터리 제조사의 안전마진에 더해, ‘내구 성능 마진’을 일부 남겨둔 상태로 SOC 100% 기준을 산정한다. 즉 배터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실제 사용 구간으로 설정한다는 의미다. 운전자의 어떤 사용 패턴에서도 최적의 성능과 수명을 제공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배터리 셀 사이의 전압 균형을 맞추기 위한 ‘셀 밸런싱(Cell balancing)’도 또 다른 배터리 마진을 만드는 요인이다. 배터리는 화학적 작용에 의해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데, 이때 배터리를 구성하는 각각의 셀이 모두 동일한 속도로 전기를 충전하거나 소모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배터리를 관리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가 용량이 가장 작은 셀을 기준으로 전체 충전 가능 용량을 재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를 셀 밸런싱이라 한다. 이 과정에서 전압이 안전 범위를 초과하지 않게끔 각 셀에 여유 마진을 더하게 되고, 그렇게 산정하는 사용 가능 용량을 100%의 용량으로 운전자에게 안내한다. 전기차를 100% 충전해도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다.
배터리 SOC가 가득 찬 상태에서 전압이 더 들어가는 ‘과충전(overcharge)’ 상태 역시 배터리에 무리를 준다. 양극재 종류나 제조사에 따라 다소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SOC가 100%일 때의 전압이 4.2V가 되도록 만들어진다. 해당 전압을 초과하면 양극과 전해액 간의 이상 반응이 발생하고 4.5V 이상이면 양극의 구조 변형이 일어나는 등, 배터리가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배터리 제조사는 과충전으로 인한 위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설계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3단계로 구성된 안전 기술을 도입해 과충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배터리와 관여된 모든 부분을 관장하는 BMS가 담당한다. BMS는 셀 밸런싱과 같은 개별 셀 관리는 물론, 배터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충전 상태를 제어하는 역할까지 도맡는다.
폭넓은 관리 체계 아래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충전 제어기와 연동해 안전한 충전량 범위에서 전류를 제어한다. 그럼에도 BMS가 과충전이나 과전류 상태임을 감지하거나 배터리가 안전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식하면 충전을 강제로 끝마친다. 2단계 프로세스까지 작동했음에도 전류가 흐를 경우, BMS는 릴레이를 즉시 차단해 물리적으로 전기의 유입을 막는다. 시판 중인 현대차그룹의 모든 전기차는 이와 같은 BMS의 다중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과충전으로 인한 이상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다.
BMS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배터리가 항상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BMS의 정밀한 모니터링 시스템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전을 하거나 주행 중인 일반적인 사용 환경은 물론, 차량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BMS는 배터리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예컨대 차량이 목적지로 이동 중이거나 충전할 때 실시간으로 배터리 셀의 전압과 온도를 감지해 이상 여부를 진단하고, 전원이 완전히 꺼진 주차 상태에서는 일정 간격으로 슬립 상태에서 벗어나 배터리 셀의 상태를 주시한다.
BMS는 배터리 온도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 뿐만 아니라, 앞서 설명한 셀 밸런싱과 과충전 방지 등을 수행하기 위해 전압 편차와 절연 저항, 전류 및 전압 변화와 같은 배터리의 내부 인자를 파악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BMS는 최근 고도화된 기술을 반영해 ‘순간 단락’과 ‘미세 단락’ 같은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어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미세 단락 감지 기능은 현재 새롭게 출시되는 차량에 적용 중이며, 기존의 전기차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된 배터리 이상 문제는 BMS가 즉시 현장에서 가능한 안전 제어를 수행하며, 상황에 따라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고객에게 통보한다. 실제로 이상 징후 데이터는 현대차그룹의 원격지원센터로 전송되며, 해당 데이터가 위급한 문제라 판단될 경우 입고 점검을 권유하거나 긴급출동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자동차용으로 설계된 배터리 셀은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배터리와는 달리 저장하고 있는 에너지의 양이 매우 크다. 게다가 고속으로 달리는 이동수단에 쓰이기 때문에 외부의 가혹한 환경 요인에 영향을 받기 쉽다. 따라서 배터리의 안전성과 주행거리, 충전 시간과 같은 핵심 제원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관리하는 BMS의 기술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런 까닭에 BMS가 전기차의 상품성을 판가름한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BMS 기술 영역은 십수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하며 노하우를 축적해 온 현대차그룹이 단연 주목받는 분야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개발 당시,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동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당시 니켈수소 배터리가 당연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근미래에 전동화 차량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둘 것이라 예측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 기술을 선점한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결정이었다.
역사적인 발자취를 시작으로 현대차그룹은 일찍이 xEV 시장에 진입해 BMS 제어 기술에 대한 기반을 쌓아 나갔다.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해 기술적 난제를 극복해 온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그 바탕의 전기차들은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 V2L 등과 같은 신기술과 수준 높은 BMS 설계를 갖춰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앞서 소개한 BMS의 다양한 기능과 기술 역시 이와 같은 노하우를 토대로 일구어 낸 수많은 결과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안전한 EV 라이프를 목표로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점검 대상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승용 및 소형 상용 전기차 전 차종으로, 배터리 냉각시스템과 연결 케이블 및 커넥터 손상여부, 하체 충격/손상여부, 고장코드 발생유무 등 전기차의 안전과 관련된 총 9개 항목을 검사한다.
배터리는 첨단 에너지 화학 기술의 결정체다. 흔히 자동차의 심장이라 여겨지는 엔진과 마찬가지로 전기차에 있어 비중이 매우 높은 부품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성능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강건한 설계와 최신 기술들을 담아 고객이 즐거운 이동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수많은 노력이 깃든 만큼,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은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배터리 핵심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전기차 신뢰도를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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