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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Nov 28. 2024

BRC 현대 N 미첼리즈, TCR WT를 제패하다

치열했던 2024 TCR 월드 투어 경기를 살펴본다.


TCR 월드 투어는 TCR 규정을 사용하는 투어링카 시리즈 중 최상위 클래스에 해당하는 레이스다. 본래는 WTCR이라는 이름의 독립적인 시리즈였지만, 2022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경기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주최자 WSC(World Sporting Consulting)는 ‘월드 투어’라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고, 지난해부터 TCR 월드 투어가 진행됐다.



BRC 현대 N팀 노버트 미첼리즈는 지난해 TCR 월드 투어 초대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시작된 TCR 월드 투어는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최종 마카오 레이스까지 9개 라운드에서 총 20회의 레이스를 벌였고, BRC 현대 N 스콰드라 코르세(BRC Hyundai N Squadra Corse, 이하 BRC 현대 N)팀의 노버트 미첼리즈(Norbert Michelisz)가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탈리아 발레룽가(Vallerunga)를 개막전으로 포문을 연 2024 TCR 월드 투어는 아프리카 모로코, 미국 미드 오하이오를 거쳐 남미의 브라질과 우루과이에서 경기를 치른 후 중국 주저우와 마카오 기아 서킷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TCR 월드 투어에는 다양한 팀이 참여하지만 경쟁력을 갖춘 팀은 크게 BRC 현대 N과 링크&코 시안 레이싱(Lynk & Co Cyan Racing), 그리고 혼다 시빅을 사용하는 스페인의 고트 레이싱(GOAT Racing)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그중 이탈리아에 본거지를 둔 BRC 레이싱은 현대차와 TCR 개발 프로그램부터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WTCR 시절에 가브리엘 타퀴니(Gabriele Tarquini)와 노버트 미첼리즈를 내세워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을 만큼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는 ‘투어링카 명문’이다.



BRC 현대 N팀의 (왼쪽부터)노버트 미첼리즈, 미켈 아즈코나, 네스터 지롤라미


올해 BRC 현대 N팀의 주요 드라이버 라인업은 지난해와 같았다. 2019년 WTCR 드라이버즈 챔피언인 노버트 미첼리즈와 2022년 챔피언인 미켈 아즈코나(Mikel Azcona)를 그대로 기용한 것. 다만 BRC 현대 N은 여기에 더해 3번째 경주차를 추가하기로 했다. TCR 월드 투어는 한 팀당 최대 4대의 차를 운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이득은 결코 적지 않다. 


우선 예선 1~10위 선수가 결승 첫 번째와 두 번째 레이스에서 반대 위치에서 출발하는 리버스 그리드(reverse grid)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 선두권 선수의 독주를 막기 위한 규정이지만 한 팀이 4대의 경주차를 투입할 수 있다면 2대씩 나누어 예선 1, 2위와 9, 10위를 노리는 작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4대를 출전시키는 데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현재 이런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는 팀은 링크&코가 유일하다.




BRC 현대 N은 링크&코의 물량공세에 대항하고자 이번 시즌부터 경주차를 3대로 늘렸다. 새롭게 영입한 드라이버는 네스터 지롤라미(Néstor Girolami). 2015년 WTCC에서 데뷔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지롤라미는 아즈코나가 2022년 WTCR 마지막 챔피언에 등극했을 때 포인트 2위를 기록했다. 한편, BRC 현대 N의 경주차인 아반떼(엘란트라) N TCR은 기본적으로 2023년형과 거의 같지만 공력적으로 세심한 변화가 있었다. 옆구리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N 로고를 넣은 새로운 리버리와 함께 4월 셋째 주말 이탈리아 발레룽가 서킷에서 열린 개막전부터 투입되었다.





총 20대가 출전한 개막전에서 TCR 월드 투어 참가자는 11명이었다. BRC 현대 N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링크&코는 지난해 드라이버진을 그대로 유지했다. 챔피언 출신인 얀 엘라셔(Yann Ehrlacher)와 테드 뵈르크(Thed Björk)를 필두로 산티아고 우르티아(Santiago Urrutia)와 마칭화(Ma Qinghua)까지 강력한 조합이다. 카탈루냐에 기반을 두고 에스테반 게리에리(Esteban Guerrieri), 마르코 부티(Marco Butti) 등을 영입한 고트 레이싱은 혼다 세력을 이끌었다. 


연습 주행에서 BRC 현대 N의 지롤라미는 1년 전 예선 폴포지션 기록을 0.4초나 단축하며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예선에서는 미첼리즈가 1위를 차지해 시즌 첫 폴포지션의 주인공이 되었다. 아즈코나는 4그리드, 지롤라미는 10그리드에 섰다.




스타트 직후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미첼리즈는 엘라셔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었고 아즈코나도 7위로 밀렸다. 하지만 아즈코나는 중위권의 치열한 몸싸움을 뚫고 빠르게 5위로 순위를 올렸고, 미첼리즈 역시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엘라셔를 제쳐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8랩에서는 아즈코나가 뵈르크, 부티와 격렬한 4위 쟁탈전을 이어갔다. 중반부터는 엘라셔가 게리에리의 추격을 받으면서 집중력을 잃자 미첼리즈는 추격자들과 거리를 벌리며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결국 미첼리즈가 개막전 첫 번째 레이스를 잡아 2024 시즌을 산뜻하게 시작했다.



완벽한 폴 투 피니시를 기록한 BRC 현대 N의 네스터 지롤라미


두 번째 결승에서 폴포지션으로 출발한 지롤라미는 스타트 직후 우르티아와의 격렬한 몸싸움을 버티며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사고 정리를 위해 세이프티카가 출동했고 경기가 재개되자 이어진 사고로 다시 세이프티카 상황이 발생했다. 경기 중반 엘라셔는 경주차 문제로 강제 피트인 조치가 내려졌다. 게리에리와 아즈코나, 마칭화, 뵈르크가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벌이는 혼란을 틈타 미첼리즈가 7위로, 아즈코나는 5위로 올라섰다. 결국 지롤라미는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고, BRC 현대 N팀은 개막전에서 2개의 우승컵을 모두 가져갔다.





두 번째 라운드는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모로코에서 열렸다. 경기가 열린 서킷 인터내셔널 오토모빌 물레이 엘 하산(Circuit International Automobile Moulay El Hassan)은 긴 이름을 가졌지만 지명을 따라 마라케시(Marrakech) 서킷으로 불린다. 모로코에는 현지 TCR 시리즈가 없기 때문에 단독 경기였다.



미첼리즈는 40kg의 핸디캡 웨이트 조건에서도 3위에 올라 포디엄에 올랐다


폴포지션을 차지한 것은 링크&코의 엘라셔였다. 미첼리즈는 3그리드, 지롤라미와 아즈코나는 4, 6그리드에서 출발했다. 1열의 엘라셔와 우르티아, 2열의 미첼리즈, 지롤라미가 초반 경기를 리드했다. 방호벽으로 둘러싸여 노폭이 좁고 코너가 계속되는 서킷 레이아웃은 추월이 여의치 않았다. 경기 중반까지 큰 순위 변화는 없었다. 25랩에서 8위를 달리던 뵈르크가 코너 안쪽을 과격하게 파고들어 게리에리를 추월, 6위의 아즈코나는 필리피(John Filippi)를 압박하더니 경기 종료 2랩을 남기고 5위로 올라섰다. 엘라셔가 우승을 차지하고 우르티아 2위, 미첼리즈는 개막전 우승으로 40kg의 핸디캡 웨이트를 달고도 3위로 포디엄에 올랐다. 지롤라미와 아즈코나는 4, 5위로 경기를 마쳤다. 




리버스 그리드의 두 번째 결승에서는 마칭화가 폴포지션에 섰고 BRC 현대 N팀은 아즈코나가 5그리드, 지롤라미와 미첼리즈가 각각 7, 8그리드라는 비교적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했다. 스타트 직후 치열한 몸싸움 끝에 지롤라미와 미첼리즈의 경주차가 손상을 입었다. 마칭화가 순조롭게 선두를 달리는 사이 엘라셔는 경주차 이상으로 피트인. 지롤라미가 4위, 아즈코나는 필리피를 압박하며 5위 자리를 노렸다. 반면에 미첼리즈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아즈코나는 상태가 좋지 않은 타이어로 힘겹게 버티다가 결국 피트인 했다. 마칭화가 자신의 TCR 월드 투어 2승을 챙겼고 게리에리와 보르코비치가 포디엄에 들었다.





미국에서 열린 3라운드는 IMSA(International Motor Sports Association) 미쉐린 파일럿 챌린지의 서포트 레이스 중 하나로 개최됐다. 미국의 TCR 레이스는 유럽과는 다르게 4시간 내구 레이스 형식이라 함께 섞여 달리기에 무리가 있었기 때문. 따라서 현지 경기와는 별도로 토요일에 9시간 간격을 두고 두 번의 결승 레이스가 배정되었다.



BRC 현대 N팀은 2위와 3위를 차지해 포디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예선부터 빨랐던 아즈코나가 자신의 시즌 첫 폴포지션을 차지했고 미첼리즈가 2그리드에 서며 BRC 현대 N팀이 1열을 독점했다. 2열에는 링크&코의 뵈르크, 마칭화가 자리 잡았다. 지롤라미는 6그리드에서 출발. 스타트 직후 아즈코나는 무리 없이 선두로 나섰지만 미첼리즈는 3위로 밀려 곧바로 마칭화의 압박을 받았다. 반면에 지롤라미는 5위로 부상. 13랩부터는 미첼리즈가 뵈르크를 압박하며 추월을 시도했지만 15랩에서는 페이스가 빠른 뵈르크를 막지 못해 선두 자리를 내주었다. 미첼리즈와 아즈코나가 막판 2위 싸움을 벌여 미첼리즈 2위, 아즈코나 3위로 BRC 현대 N은 더블 포디엄에 만족해야 했다.




두 번째 결승에서는 지롤라미 5그리드,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각각 8, 9그리드로 경기를 시작했다. 점차 뒤로 밀린 지롤라미와 달리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야금야금 순위를 올렸다. 선두는 폴포지션에서 시작한 부티였다. 링크&코 세력의 추격을 버티지 못한 부티가 13랩에 무너져 순식간에 4위로 내려앉았고, 이 혼란을 틈타 아즈코나가 5위로 올라섰다. 엘라셔 우승에 마칭화, 뵈르크까지 링크&코가 포디엄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우르티아, 부티, 뵈르크가 5초씩 페널티를 받음에 따라 게리에리가 최종 3위가 되었고, 아즈코나와 미첼리즈는 4위, 5위로 한 계단씩 올라섰다. 미첼리즈는 여전히 챔피언십 포인트 선두를 유지했고 아즈코나는 포인트 6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4라운드가 열린 브라질의 인테라고스(Interlagos) 서킷은 F1 브라질 그랑프리 개최 장소로 모터스포츠 팬 사이에서 유명한 장소다. 예선에서는 적기 중단으로 희비가 갈렸다. 1차 예선 9분을 남기고 사고로 세션이 중단되면서 아즈코나가 2차 예선 진출에 실패했고, 남미 출신의 우르티아는 폴포지션을 가져갔다. 스피드에서 다소 밀린 BRC 현대 N은 지롤라미가 5그리드, 미첼리즈는 10그리드를 획득해 두 번째 레이스를 노렸다.




첫 번째 결승에서는 게리에리와 우르티아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첼리즈는 초반 혼란을 틈타 7위로 올라섰다. 아즈코나도 9위로 부상. 지롤라미가 뵈르크의 추월을 허용해 6위로 밀려나자 이번에는 팀 동료 미첼리즈의 압박을 받았다. 결국 피니시 12분가량을 남기고 미첼리즈가 앞서 나갔다. 게리에리가 여유롭게 체커기를 받고 우르티아와 부티가 포디엄 나머지 자리를 채웠다. 한편 미첼리즈가 6위, 아즈코나가 8위로, 지롤라미는 13위로 경기를 마쳤다.



브라질 인테라고스 서킷에서 치러진 4라운드 결승에서 미첼리즈는 여유 있게 체커기를 받았다


두 번째 결승에서는 폴포지션에서 출발한 미첼리즈가 앞서갔다. 초반 사고 정리 후 경기가 재개되었을 때의 상황은 미첼리즈 선두, 마칭화, 뵈르크, 우르티아 순이었다. 아즈코나는 10위, 지롤라미는 14위에 머물렀다. 미첼리즈는 마칭화의 격렬한 푸시를 경기 내내 견뎌냈고, 아즈코나는 10위권에서 남미 현지 선수들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경기 후반에는 링크&코 삼총사로부터 거리를 벌린 미첼리즈가 여유롭게 우승컵을 손에 넣어 챔피언십 포인트 경쟁에서 성큼 앞서 나갔다. 힘든 경기를 예상했던 미첼리즈는 경기 직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환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오늘 레이스에서 우승을 꿈도 꾸지 못했어요. 하지만 실수 없이 운전했고, 뒤에서 큰 압박이 있었지만 차는 코너에서 잘 달렸습니다. 팀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브라질에서 시즌 반환점을 돈 TCR 월드 투어는 우루과이 엘피나(El Pinar) 서킷에서 5라운드를 시작했다. 1956년 개장한 이 서킷은 독특한 Y자형 레이아웃을 지니고 있으며, TCR 남미의 주요 활동지 중 하나다. 미첼리즈는 브라질 우승으로 30kg의 핸디캡을 얻어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예선에서 엘라셔가 가장 빨랐고, 아즈코나, 미첼리즈, 그리고 지롤라미까지 현대 트리오가 뒤를 이었다.




웨트(wet) 컨디션에서 시작된 첫 번째 결승. 출발 직후 벌어진 2번의 사고로 세이프티카가 출동했다. 경기가 재개되자 선두 엘라셔를 아즈코나가 바싹 따라붙었다. 미첼리즈는 뵈르크에 밀려 4위로 후퇴. 지롤라미는 6위였다. 경기 종료 8분을 남기고 다시 일어난 사고로 2번째 세이프티카 발령. 4분 남은 상태에서 경기가 재개되자 아즈코나가 엘라셔를 맹렬히 추격했지만 결국 엘라셔가 우승을 차지하고 아즈코나는 0.6초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경기 시작부터 스타트 램프 에러로 적기가 발령된 두 번째 레이스는 피트에서 러닝 스타트로 경기가 재개되었다. 선두로 달아나는 카르도소를 필리피, 뵈르크, 우르티아가 추격했다. BRC 현대 N팀의 트리오 중 지롤라미는 5위, 미첼리즈 7위, 아즈코나 8위로 초반을 보냈다. 10분 20초를 남기고 뵈르크가 카르도소를 제쳐 선두로 부상. 뵈르크가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카르도소가 깜짝 2위를 차지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3위는 우르티아였지만 게리에리와의 사고를 이유로 페널티 처분이 내려졌다. 그 결과 게리에리 3위,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각각 4, 5위로 한 계단씩 올라섰다. 5라운드까지 미첼리즈는 48점을 챙겨 244점으로 챔피언십 포인트 단독 선두를 이어갔을 뿐 아니라 2위 게리에리와의 점수차를 25점으로 벌렸다. 뵈르크는 게리에리와 4점 차이로 뒤를 이었다.





6라운드가 열린 주저우 국제 서킷(株洲国际赛车场)은 중국 남부 후난성에 위치한 3.774km짜리 코스로 2019년에 개장했다. 무려 28대의 엔트리로 그리드는 무척 북적였다. 선두권 중에서는 마칭화를 제외하고 이 서킷을 달려 본 경험이 아무도 없었다. 코스 구석구석까지 잘 알고 있는 수많은 현지 드라이버 틈바구니에서 얼마큼 빨리 적응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 탓에 혼란스러운 경기 상황에도 아즈코나는 속도를 높이며 선두를 차지했다


웨트 컨디션에서 시작된 첫 번째 결승. 스타트 직후 뵈르크가 선두를 차지하고 엘라셔, 우르티아 뒤로 아즈코나가 따라붙었다. 2랩째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아즈코나가 3위에 오른 후 곧바로 엘라셔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고로 세이프티카 발령. 비가 많이 내리면서 경기 상황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빗방울이 더욱 굵어지는 상황에서 아즈코나는 뵈르크마저 과감히 제치고 선두로 부상했다.




마침내 아즈코나는 수중전의 혼란 속에서 시즌 첫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아즈코나는 레이스 직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 빗방울을 보고 이것이 우리의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슬릭 타이어로 젖은 노면을 달려야 했기에 제가 해 본 경기 중 가장 도전적인 레이스였습니다. 실수하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달렸어요. 그래도 저는 이런 조건을 좋아합니다.” 


두 번째 결승에서는 지롤라미가 폴포지션에서 출발했고,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각각 6, 7그리드에서 출발했다. 스타트 직후 2위로 올라선 마칭화가 지롤라미를 압박했다. 아즈코나는 순위를 유지했지만 미첼리즈는 10위로 후퇴했다. 미첼리즈가 9랩에 필리피를 제쳐 9위로 올라섰고, 아즈코나는 우르티아의 추월을 허용해 7위로 내려앉았다. 마칭화의 집요한 추격을 잘 막아내던 지롤라미는 마지막 랩에서 수비에 실패하며 아쉽게도 우승컵을 내주었다. 마칭화 우승, 지롤라미가 2위가 되었고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각각 8, 9위로 경기를 마쳤다.





마카오 라운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명한 F3 마카오 그랑프리의 서비스 이벤트 중 하나이자, TCR 월드 투어 타이틀을 결정짓는 최종전이었다. 마카오 시가지를 막아서 만드는 기아 서킷은 6.12km 길이의 장거리 스트리트 서킷이며, 비좁고 구불거리는 구시가지 구간과 변화무쌍한 노면 컨디션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올해는 무려 32대의 TCR 경주차가 모여들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연습에서는 지롤라미가 가장 빨랐지만 예선 1위 자리는 뵈르크에게 돌아갔다. 2그리드는 아즈코나. 4그리드에서 시작하는 미첼리즈는 중국전에서의 부진 덕분에 핸디캡 웨이트를 털어낼 수 있었다. 지롤라미는 미첼리즈 옆 5그리드였다.



7라운드 첫 번째 결승에서 더블 포디엄을 기록한 BRC 현대 N


첫 번째 레이스는 토요일 한낮에 시작됐다. 경기 초반 게리에리가 몸싸움 끝에 스핀하며 대형 사고가 벌어져 뒤따르는 차들이 모두 발이 묶여버렸다. 게리에리를 비롯해 여러 드라이버가 리타이어했고 경기 재개 후 뵈르크가 다시 선두를, 아즈코나가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챔피언 타이틀 경쟁을 위해 미첼리즈를 앞으로 보낸 아즈코나는 엘라셔를 철저하게 마크했다. 뵈르크가 무난히 선두를 달려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미첼리즈 2위, 아즈코나 3위로 BRC 현대 N팀이 더블 포디엄을 차지했다. 뵈르크가 우승함에 따라 미첼리즈와의 챔피언십 포인트는 5점 차이로 줄어들었다. 아울러 링크&코는 팀 타이틀을 확정 지었다.




지난 17일, 마침내 이번 시즌 TCR 월드 투어 최후를 장식하는 두 번째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리버스 그리드 덕분에 1열에는 현지 드라이버 앤디 양(Andy Yan Cheuk Wai)과 마틴 카오(Martin Cao Hong Wei)가 섰고 마칭화, 보르코비치는 2열(3, 4그리드)을, 지롤라미와 미첼리즈는 3열(5, 6그리드)을 차지했다. 미첼리즈는 10그리드에서 출발하는 뵈르크에게 추월만 허용하지 않으면 무리 없이 타이틀 획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안전을 위해 세이프티카의 인도 하에 롤링 스타트로 경기가 시작됐다.




엘라셔가 선두로 치고 나왔고, 현대팀에서는 지롤라미가 미첼리즈를 앞으로 보낸 후 후속 대열을 견제했다. 고트 레이싱에서는 노면이 빠르게 마를 것으로 보고 슬릭 타이어 쪽에 승부를 걸었다. 이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어 보르코비치가 6랩에서 선두까지 치고 올랐으며, 경기 중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그대로 체커기를 받았다. 보르코비치가 첫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고트 레이싱이 1위부터 3위까지 포디엄을 독점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역시나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미첼리즈였다. 미첼리즈 5위, 뵈르크 8위로 경기가 마감되면서 미첼리즈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이 되었다. 한편, 아즈코나는 첫 번째 레이스에서 사고로 리타이어한 게리에리를 밀어내고 챔피언십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챔피언을 차지한 미첼리즈가 동료 선수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미첼리즈는 다음과 같이 우승 소감을 밝혔다. “오늘 경기가 까다로울 것을 알았습니다. 날씨는 물론 변덕스러운 조건, 경기 일정 변경까지 제 인생 통틀어 가장 힘든 날이었습니다. 팀과 동료들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BRC와 현대자동차, 지롤라미, 아즈코나 모두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솔직히 그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테니까요. 오늘은 너무 행복한 날입니다. 특별한 날이에요.”




내년 TCR 월드 투어에는 호주 라운드가 복귀하고 멕시코, 파나마 등 새로운 후보지도 거론되고 있어 경기가 보다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국에서도 개최된다는 소식이 전해져 국내 모터스포츠 팬들도 설레게 했다. 9월과 10월에 인제 스피디움에서 TCR 아시아 레이스가 두 번 개최될 예정인데, 그중 하나가 TCR 월드 투어 캘린더에 포함된다는 소식이다. 현대차 아반떼 N TCR(엘란트라 N TCR)의 뜨거운 질주를 국내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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