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MG 저널 Nov 28. 2024

대한민국 기술대상 수상한 2–스테이지 모터시스템

아이오닉 5 N이 2024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현대차·기아 전동화설계센터장 김석준 상무(왼쪽에서 세번째)가 2024 대한민국 기술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모습


전동화 체제로의 적극적인 변화를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의 핵심 동력원인 모터 시스템에 대한 뛰어난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세계 최초 개발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던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이 ‘2024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최고 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다. 대한민국 기술대상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년 뛰어난 기술적 성과와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우수 기술을 선정해 왔으며, 올해는 혁신적인 설계로 강력한 퍼포먼스와 훌륭한 전력 변환 효율까지 겸비한 아이오닉 5 N의 모터 시스템을 높게 평가했다.




최근, 경쟁자가 가득한 전기차 시장에서 제조사들은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동력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의 주요 구매 결정 요소인 1회 충전 주행거리 수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섣불리 출력을 높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성능과 효율, 두 요소의 공존은 자동차라는 개념이 생겨난 이후부터 오랜 기간 제조사들이 짊어져 온 난제였다. 


전기 모터의 출력을 조절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모터에 공급하는 전압, 즉 인가 전압을 매만지거나 ‘인덕턴스(Inductance)’를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인덕턴스라는 전기적 파라미터는 전류 변화에 대한 저항력을 의미하며, 전기차에서는 전류당 모터가 낼 수 있는 토크의 정도를 가리킨다. 인덕턴스는 배터리의 직류 전력을 교류 전력으로 바꾸는 인버터의 내부 설계에 따라 제어가 가능하며, 이와 같은 인버터의 내부 회로 설계나 배치를 ‘토폴로지(Topology)’라고 일컫는다.




모터의 출력은 토크와 회전수의 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전기차의 최고출력은 토크와 회전수가 만들어내는 곡선의 특정 지점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인덕턴스를 낮추면 같은 토크를 내는 전류량이 늘어 전력 변환 효율이 나빠진다. 반대로 인덕턴스를 높이면 최고 출력은 낮아지지만 작은 전류로도 제법 높은 토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듀얼 토폴로지 설계가 적용된 인버터의 내부 회로 구조


대부분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의 전압을 높이거나 모터 인덕턴스를 낮춰 효율을 희생하면서 고출력을 구현해 왔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효율 저하 문제를 개선하면서 출력을 높일 수 있는 이상적인 모터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 듀얼 인버터 기반의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을 세계 최초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쉽게 말해 인버터의 설계도로 볼 수 있는 토폴로지를 2개 마련해 주행 상황에 맞춰 적절한 출력 특성을 발휘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마치 주행 모드를 변경하듯, 필요에 따라 2개의 토폴로지가 자유자재로 절환(切換, Transfer)하게끔 구성했다.



보통 전기 모터는 최고출력 구간에서 가장 효율이 좋다. 그러나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주로 전기모터의 토크가 낮은 저속 구간에서 운행하기 마련이다. 기존 전기차는 모터의 고정자에 감기는 권선의 수를 줄여, 저항 감소를 통해 출력을 증대시키는 방법을 택해왔다. 이렇게 되면 주 운전 영역대의 효율과는 크게 동떨어진 상태가 만들어져 결과적으로 중저속 구간에서 전력 변환 효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만든다. 또한 늘어난 전류량에 대응하기 위해 인버터의 사이즈를 키워야 했다.




현대차그룹의 듀얼 인버터 설계는 이와 같은 단점들을 해소한다. 우선 중저속 구간에서 작동하는 효율 중심의 토폴로지(Close End Winding, CEW)는 실리콘 카바이드(Silicon Carbide, SiC) 파워 모듈 기반의 인버터가 모터로 전력을 공급하고, 중고속 구간 혹은 높은 가속 성능을 위한 토폴로지(Open End Winding, OEW)가 작동할 때는 실리콘(Si) 파워 모듈의 2번째 인버터가 가동돼 전력을 함께 공급하게 된다.


CEW 토폴로지 상태에서는 하나의 인버터만 작동시켜 마치 출력이 작은 모터처럼 작동한다. 덕분에 주요 운전 영역에서 높은 전력 변환 효율을 기록해 전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반대로 고속 주행이나 높은 토크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OEW 토폴로지가 작동한다. 이 상태에서는 두 가지의 인버터가 함께 전력을 공급해 출력을 최대 1.7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고효율 주행 구간을 고려해 설계했기에 듀얼 인버터를 적용한 모터 시스템은 같은 출력을 내는 싱글 인버터 대비 최대 3%가량 높은 효율을 보인다. 



차량 상태와 운전자의 조작 상태 등을 계산해 토폴로지 전환을 결정한다


2-스테이지 인버터의 토폴로지 전환은 모터 컨트롤 유닛(Motor Control Unit, MCU)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MCU는 모터의 토크와 속도, 배터리 전압과 같은 구동 관련 인자를 복합적으로 계산한다. 현대차그룹은 소음과 모터 내구성, 성능과 같은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하면서 차량 특성과 콘셉트에 따라 토폴로지 전환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뿐만 아니라 전후륜 모터의 토크 분배나 효율 등의 이상적인 조합을 찾고 전비를 개선하는 과정을 거쳤다. 아울러 새로운 로직으로 작동하는 인버터에 대응하기 위해 모터 역시 내부 절연과 단자 구조를 비롯해 설계 측면에서 여러 개선을 거쳤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의 특성과 콘셉트에 맞춰 2-스테이지 인버터 기술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후 성능 중심의 2-스테이지 인버터는 기아 EV6 GT를 시작으로 현대차 아이오닉 5 N과 같은 고성능 모델의 후륜에 적용됐다. 특히 아이오닉 5 N 후륜 모터시스템의 경우, 기반이 되는 아이오닉 5의 160kW급 인버터보다 출력이 70%가량 높아진 282kW 사양의 인버터를 사용해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최고속도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세계 최초로 회전수가 21,000rpm에 달하는 고회전 모터를 적용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반면 기아 EV9은 동일한 구조의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을 탑재하지만, 패밀리 SUV라는 용도에 맞춰 높은 효율과 진동 및 소음 저감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인덕턴스를 향상시키고 제어 로직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했다.



인버터 토폴로지 전환 시 각기 다른 토크 특성으로 인한 이질감을 없앴다


다만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은 각 토폴로지 작동 시의 토크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전환이 이뤄질 때 운전자가 순간적인 변화를 체감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은 CEW – OEW 토폴로지 전환 시 발생하는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전류의 흐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토크 특성이 가장 유사한 구간을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초(μs) 영역의 속도에서 전환이 이뤄져 실제 주행 상황에서 이를 체감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듀얼 인버터 구조로 인해 실리콘 카바이드의 사용량도 절감할 수 있었다


인버터의 2-스테이지 구조로 인한 또 하나의 장점은 SiC(실리콘 카바이드)의 절감이다. 인버터는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스위칭 소자가 필요하고, 대부분 실리콘(Si) 계열의 전력반도체로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고전압으로 사용 가능하면서 저항이 낮고 고온에서도 작동하는 SiC 계열의 전력반도체로 스위칭 소자를 제작하고 있다. 


그런데 SiC는 매우 고가의 소재다. 고성능·고효율 인버터를 만들기 위해 인버터와 스위칭 소자를 모두 SiC로 구성하는 것은 제작 원가 측면에서 큰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2-스테이지 설계의 듀얼 인버터는 많은 전압과 부하가 필요하지 않은 효율 토폴로지 측의 인버터를 SiC 소재로 적용하고, 성능 토폴로지의 인버터를 Si로 만들어 훨씬 효율적인 구조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변속기처럼 인버터의 멀티 스테이지화를 통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의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대차그룹의 신기술과 같이 멀티 스테이지 방식으로 인버터 구성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론상 내연기관의 변속기처럼 인버터의 다단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가령 다수의 토폴로지 구성으로 스테이지를 촘촘히 구성해 주요 효율 구간과 출력 집중 구간의 최적화를 노려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효율과 출력을 극대화하는 모터 시스템의 개발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기반한 이야기다. 토폴로지가 많아질수록 인버터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고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모터 및 인버터와 같은 하드웨어 설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계속해서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시장 출시를 앞둔 현대차 아이오닉 9에도 2-스테이지 인버터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 국내 출시 예정인 대형 SUV, 아이오닉 9을 비롯해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의 높은 상품성을 다양한 라인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에는 보다 진보한 차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에도 이를 활용해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듀얼 인버터와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전기차의 한계로 여겨진 기술적 문제를 넘어섰던 것처럼, 우리가 꿈꾸는 모빌리티의 실현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또다른 도전을 기대해주길 바란다.




현대자동차그룹 뉴스 미디어, HMG 저널 바로가기

https://www.hyundai.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