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걸어온 길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가 브랜드 캠페인 영상인 ‘넥스트 어웨이츠(Next Awaits, 내일을 향합니다)’를 공개했다. 넥스트 어웨이츠는 현대차의 시작과 성장, 그리고 브랜드 헤리티지를 담은 영상이다. 첨단 기술의 산물인 수소전기차 넥쏘의 탄생부터 현대건설과 현대차를 설립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까지, 시간을 거슬러 현대차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현대차가 추구해온 가치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현대차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알리고자 한 것이다.
자동차를 만들기에 앞서 도로를 닦고 다리를 놓으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인류애(Humanity) 정신은 오늘날 현대차의 기반이 됐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염원이 담긴 장소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한강대교, 경부고속도로, 현대차 울산공장, 현대서산농장 등 밝은 미래를 꿈꿨던 창업주의 발자취를 따라 수소전기차 넥쏘를 타고 달렸다. 현대차의 오늘을 있게 한 역사를 되돌아보는 여정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서울 한강대교다. 지금의 한강대교가 놓이기 전 이곳에는 1917년 ‘한강인도교’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한강 최초의 도로 교량이 있었다. 한강에 다리가 없던 시절,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야 했던 서울 사람들의 삶은 한강인도교 준공으로 인해 얼마나 편해졌을까.
한강대교는 1950년 한국전쟁 때 한강인도교가 파괴된 이후 1958년 현대건설이 복구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서울 용산구와 동작구를 잇는 한강대교는 한강인도교를 시작으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울의 찬란한 변화를 묵묵히 지켜봤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이들이 한강대교를 건넜을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의 꿈을 이어주는 한강대교는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68년에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이 시작됐다. 400km가 넘는 도로를 연결하는 대공사였다. 나라를 관통하는 큰 길이 생기면 삶과 경제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게 분명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의 기간시설 복구 사업에 적극적이던 현대건설 역시 공사에 뛰어들었다.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정주영 명예회장은 현장에서 밤낮으로 직접 공사를 지휘하며 미래를 위한 길을 텄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시작 50년 뒤인 2018년,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공개됐다. 5분 동안 충전한 6kg가량의 수소로 약 600km를 달릴 수 있는 넥쏘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제시하는 차세대 친환경차다. 넥쏘의 여유로운 주행 가능 거리 덕분에 서울과 울산을 오가는 장거리 주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넥쏘에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구 환경을 보존하겠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넥쏘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기에너지로 달리며 온실가스의 주범인 CO₂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오염물질 대신 물을 배출할 뿐만 아니라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깨끗하게 정화하기도 한다. 더 많은 수소전기차가 달릴 미래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넥쏘에 장착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가치가 더욱 빛났다. GPS와 연동해 고속도로 제한 속도에 맞춰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은 발을 편하게 만들어줬다. 차선을 넘어가지 않으며 차로 중앙으로 알아서 달리도록 해주는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와 차로 유지 보조(LFA) 등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보조하는 기술들은 장거리 고속 주행에서 피로감을 줄여줬다.
어느덧 다음 목적지인 울산광역시에 가까워졌다.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국가의 기간산업이 발달한 산업 도시다. 고속도로, 철도, 공항, 항만 시설이 모두 있어 대규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1968년 완공된 현대차 울산공장은 여의도 면적의 1.5배, 축구장 670개 면적에 달하는 부지에 세워졌다. 5개의 완성차 공장 및 엔진·변속기 공장과 3.2km의 도로주행 시험장을 품고 있는 울산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자동차 생산시설이다.
태화강과 인접한 울산공장은 자동차 수출을 위한 5만 톤급 선박 3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전용 부두까지 갖췄다. 1976년 에콰도르에 첫 수출을 시작한 이곳은 현재 전 세계 200여 개국으로 수출하는 부두로 탈바꿈했다. 자동차 생산을 넘어 전 세계로 희망을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 및 조선, 물류 사업에까지 진출한 정주영 명예회장의 염원이 모두 이곳에 모인 셈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요람 같은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가 태어났고, 세계를 무대로 진출한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만들어졌다. 울산공장은 지금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한국 자동차산업을 이끌고 있다.
수소전기차 넥쏘의 산실도 바로 울산공장이다. 울산공장 내부의 하천과 숲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철새 등이 서식할 정도로 친환경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벗 삼아 살아가야 한다는 이념 아래 공장 내 오염물질을 줄이는 등 환경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자연을 지키려는 현대차의 철학은 넥쏘에도 고스란히 깃들었다. 진정한 ‘친환경차’를 만들기 위해 원료부터 제작 공정까지 환경 친화적인 공법으로 제작한 소재를 두루 적용한 것이다.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이용해 오염물질 배출이 덜한 공법으로 만든 플라스틱, 원단, 페인트 등의 바이오 소재가 대표적이다. 또한 넥쏘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가공한 부품도 적용됐다.
사실 울산이라는 도시는 현대차 공장을 제외하고도 넥쏘와 잘 어울리는 곳이다. 울산은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수소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세계적인 석유화학산업 단지를 보유한 울산은 이미 수소 생산을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수소 이송용 배관도 폭넓게 구축한 상태다.
기간 산업 구축에 앞장서며 국가 경제 성장에 이바지한 정주영 명예회장은 국민의 실질적인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에도 나섰다. 바로 서산간척지 사업이다. 한반도 지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을 만큼 대규모로 펼쳐진 간척 사업은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더불어 나라의 경제가 부흥하길 바라는,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길 꿈꿨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이었다.
1979년부터 시작된 간척 사업은 15년의 대장정에 걸쳐 완성된 범국가적인 사업이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그룹사의 모든 자본과 기술력을 동원하는 건 물론, 두 팔을 걷어붙이며 공사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폐유조선을 이용해 바닷물을 막아 방조제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완성된 서산간척지는 약 7.7km의 방조제 너머 약 1억 122만 m²(3,062만 평)의 농지로 거듭났다.
서산간척지에는 공사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이 실제로 묵었던 숙소를 전시 시설로 만든 아산기념관이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검소한 일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산기념관에서는 사업보국을 고민했던 창업주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타던 현대차 갤로퍼 차량도 깨끗한 상태로 보존돼 있다.
이 땅에서 배곯는 아이가 한 명도 없길 바랐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5년 서산간척지에 설립된 현대서산농장이 바로 그 예다. 현대서산농장은 친환경 기법을 이용해 안전하면서도 품질 좋은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한편, 직접 소를 길러 유통하고 있다.
현대서산농장 안으로 깊숙이 발걸음을 옮기면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길이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보인다. 지난해 현대건설이 구축한 태양광 발전소다. 여의도 면적 1/3에 달하는 부지에는 인근 2만 2,00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생산 시설이 자리한다. 현대차와 현대건설 등은 모든 생산 공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력에너지를 대체하는 청정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넥쏘와 서산 태양광 발전소도 그 일환이다.
발걸음을 돌려 다시 서울로 향했다. 1,000만 인구의 메가시티 서울은 여전히 숨 가쁘고 활기차게 흘렀다. 바로 이곳에서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이 펼쳐졌고, 짧은 기간에 세계 11위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역사가 만들어졌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염원 또한 현대차의 품에서 실현되고 있다.
역사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역사는 인류의 더 나은 삶과 밝은 미래를 꿈꾸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현대차는 2025 전략을 통해 새로운 삶의 공간을 제시하고 우리의 일상을 윤택하게 바꿔줄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반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현대차가 걸어온 길은 한결같았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류애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가 바로 그것이다.
사진.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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