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 타낙이 포디엄에 오르며 드라이버 챔피언십 경쟁의 불씨를 지켰다.
WRC 제12전 중앙유럽 랠리는 그야말로 ‘다채로움’ 그 자체다. 2023년 새롭게 시작된 이 랠리는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3개국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독특한 경기다. 과거 몬테카를로 랠리나 스웨덴 랠리처럼 국경을 일부 통과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WRC 역사상 3개국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랠리는 중앙유럽 랠리가 처음이다. 전통적인 타막(Tarmac, 포장도로) 랠리인 독일과 프랑스가 캘린더에서 사라지면서 아쉬움이 컸던 가운데, 세 국가가 비용 및 운영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협력한 결과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중앙유럽 인접국들 사이에서 열리는 ‘3도시 랠리(3-Städte-Rallye)’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일반 도로를 통제해서 경기를 치르는 WRC의 경우 새로운 경기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경기를 치렀던 경험이 있어야 한다.
1963년에 처음 시작된 이 대회는 냉전 시대에 독일 뮌헨,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잇는 평화의 이벤트 성격이 강했다. 2003년 이후 오랜 단절기가 있었지만 2017년에 성공적으로 부활했으며, 2021년에는 독일 랠리 챔피언십(DRM)과 FIA 유럽 랠리 트로피(ERT)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유럽 랠리가 WRC 캘린더에 공식적으로 등재됐다.
올해 랠리 본부는 독일 항공산업과 바우하우스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파사우(Passau)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와 달리 체코 프라하 대신 독일에서 첫날 일정을 시작했으며, 오전 쉐이크다운 코스를 확장한 형태인 12.83km 스테이지를 반복 주행했다. 금요일은 독일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를 거쳐 체코까지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마련됐다. 토요일은 독일에서 체코 북부로 이동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으며, 일요일은 오스트리아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는 일정으로 짜였다. 총 18개 스페셜 스테이지(SS)의 합산 거리는 306.08km다.
중앙유럽 랠리는 하루에도 최소 두 개국을 오가며 노면 상태, 폭, 타이어 접지력이 급변하는 극한의 환경을 요구한다. 잘 닦여진 독일의 고속 아스팔트 구간을 통과한 직후, 체코 시골의 거칠고 시야가 제한적인 좁은 시골길을 질주해야 하는 식이다. 여기에 가을 중앙유럽의 낮은 기온과 잦은 비, 짙은 안개는 예측 불가능성을 더한다. 특히 코너 컷으로 인해 노면에 흙이나 자갈이 유입되면 순식간에 그립을 잃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타이어 선택은 경기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적인 도박이 된다. 많은 드라이버가 이 랠리를 ‘가장 까다로운 타막 랠리’로 손꼽는 이유다. 경험 많은 선수들은 타막보다 그레이블(Gravel, 비포장도로) 랠리를 주행하는 감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23년 3년 계약으로 출범했던 중앙유럽 랠리는 아쉽게도 올해를 끝으로 캘린더에서 사라진다. 계약 연장에 대한 논의는 아직 들려오지 않는 상황. 일단 내년 시즌 캘린더에서 제외되는 것은 확정됐다. 타막 랠리의 공백은 크로아티아 랠리가 채울 예정이다.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오트 타낙(Ott Tänak),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 세 드라이버를 투입했다. 현대팀은 사실상 우승 가능성이 희박해진 제조사 챔피언십 타이틀 대신 드라이버 챔피언십 도전에 집중하는 과감한 전략을 선택했다. 핵심은 제조사 챔피언십 포인트 담당 드라이버 명단에서 타낙의 이름을 제외한 것이다.
181점의 타낙은 챔피언십 순위 4위이지만, 선두인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와 점수 차이가 43점에 불과해 추격의 불씨가 살아있다. 남은 경기에서 제조사 포인트 담당에서 제외된다면 페널티 없이 신규 엔진 교체가 가능하다. 타낙은 칠레 랠리에서 엔진 문제로 리타이어하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엔진을 사용해 왔기에, 이번 결정으로 5분의 페널티 없이 신품 엔진을 장착할 수 있다. 타낙은 9월 말 벨기에 테스트를 통해 개량형 엔진과 구형 엔진을 모두 시험했는데, 최종적으로 지난해 자신에게 우승컵을 안겨줬던 구형 엔진을 이번 랠리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타낙은 랠리 전 인터뷰에서 중앙유럽 랠리의 까다로움을 예고했다. “이 랠리는 어떻게 될지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벤트입니다. 코너 컷이 잦아 노면이 쉽게 더러워지죠. 앞선 차가 긁어 올린 흙과 자갈 때문에 뒤따르는 차들은 놀랄 일이 많습니다. 특히 비가 내린 후에는 그립이 급격히 달라지기 때문에 드라이빙 스타일과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2023년 중앙유럽 랠리 종합 우승자 누빌과 WRC2 클래스 우승자 포모는 타낙과 달리 개발이 진행 중인 2025년형 에보 차량을 사용하기로 했다. 현대팀 시릴 아비테불(Cyril Abiteboul) 감독은 “누빌과 포모 모두 댐퍼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들은 일본 랠리와 그 이후 일정을 위해 기술 업그레이드에 집중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누빌은 9월 말 열렸던 동벨기에 랠리, 포모는 ERC의 크로아티아 랠리에 출전해 오랜만에 열리는 타막 랠리 적응 훈련을 마쳤다.
토요타 월드랠리팀(이하 토요타팀)은 제조사 및 드라이버 챔피언십 양대 타이틀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엘핀 에반스(Elfyn Evans), 세바스티앙 오지에, 칼레 로반페라(Kalle Rovanperä),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 그리고 별도 팀의 사미 파야리(Sami Pajari)까지 이번에도 5대의 랠리카를 투입했다. 시즌 초반 에반스가 선두였으나 오지에가 남미 라운드 2연승으로 2점 차 선두로 올라서며 팀 내 타이틀 쟁탈전이 치열하다.
제조사 포인트 역시 현대팀과 125점 차이로 앞서고 있으며, 이번 랠리 후 120점 차이를 유지하면 타이틀을 조기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제조사 포인트 담당 선수는 에반스, 오지에, 로반페라다. 경기 직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로반페라가 다음 시즌 WRC를 떠나 일본 슈퍼 포뮬러를 거쳐 최종적으로 포뮬러원(F1)에 진출하겠다는 충격적인 포부를 밝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M-스포트 포드(이하 포드팀)는 그레고와 뮌스터(Grégoire Munster)와 조쉬 멕컬린(Josh McErlean) 두 드라이버를 엔트리했다. 지난 시즌 5위를 기록했던 뮌스터와 달리, 멕컬린에게는 이번 중앙유럽 랠리가 첫 출전이다.
올해 중앙유럽 랠리는 총 18개 스테이지, 306.08km의 구간에서 치러졌다. 체코 프라하 스테이지가 빠진 덕분에 대부분의 스페셜 스테이지가 세 나라 국경 인근에 집중됐고, 드라이버들의 이동 구간 역시 지난해보다 약 150km 줄었다.
한편, 현대팀은 운영 역량 강화를 위해 영국 출신의 앤드류 휘틀리(Andrew Wheatley)를 새로운 WRC 스포츠 디렉터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M-스포트 포드와 FIA에서 오랫동안 고위직을 맡았으며 최근에는 FIA 로드 스포츠 책임자로 WRC와 월드 RX, W2RC를 포함한 15개 지역 챔피언십을 관리해 온 베테랑이다.
휘틀리는 현대팀에 합류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렇게 흥미로운 시기에 현대 모터스포츠 WRC 스포츠 디렉터로 합류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 팀은 이미 세계 챔피언십 우승에 필요한 경험, 기술, 강력한 드라이버 라인업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이 경험 많은 팀을 지원하고, 그들이 직면한 일상적인 과제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저의 지식을 공유해 팀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필요한 것들은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저의 목표는 시릴 아비테불, 프랑수아-자비에 드메종(Frangois-Xavier Demaison) 등과 협력하여 성공으로 향하는 여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10월 16일 목요일 오전 쉐이크다운은 SS1과 SS2에 활용될 골프 운트 테머(Golf und Therme) 일부 구간을 포함한 4.57km 스테이지에서 진행됐다. 오후 2시 30분 시작된 오프닝 스테이지는 온천과 골프장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마을을 배경으로 12.83km의 코스를 달렸다.
오프닝을 잡은 것은 토요타팀의 오지에였다. 현대팀의 포모가 1.7초 차이로 오지에를 뒤쫓았고 로반페라, 파야리, 가츠타가 뒤를 이었다. 테스트에서 가장 빨랐던 누빌은 6위, 타낙은 7위다. 현대팀에서 가장 빨랐던 포모는 첫 스테이지의 인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꽤 괜찮았어요. 코너 컷을 막는 플라스틱 구조물이 많아 까다로웠지만, 저에게는 깔끔한 스테이지였어요.” 이번 경기에는 코너 안쪽에 컷 주행을 막는 플라스틱 구조물이 다수 설치되어 선수들이 까다로워했다.
SS2는 같은 구간에서 진행됐지만 일몰 직전인 오후 6시 5분에 시작해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번 톱타임은 토요타팀의 칼레 로반페라가 기록했다. 이로써 오지에가 목요일 종합 선두, 로반페라가 2위를 기록했고, 현대팀 포모는 선두와 3.9초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이어 타낙과 누빌이 6, 7위로 첫날을 마쳤으며 에반스는 건초더미와 충돌하며 5초 페널티를 받았다.
10월 17일 금요일은 3개국을 넘나드는 복잡하고 험난한 구성으로, 총 99.0km의 6개 스테이지가 진행됐다. 독일의 SS3 그라니트 운트 발트(Granit und Wald)를 시작으로, 오스트리아의 SS4 뵈메르발트(Böhmerwald), 그리고 장거리 체코 구간인 SS5 콜 데 얀(Col de Jan)을 거치며 노폭, 노면, 그립 변화에 대한 드라이버들의 서스펜션 셋업과 타이어 선택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장거리 랠리가 이어지며 오후에는 드라이버들의 피로감에 의한 위험도 역시 증가했다.
금요일 오전, 현대팀 트리오의 강력한 반격이 시작됐다. SS3에서 누빌이 톱타임을 기록했고, 타낙과 포모가 바로 뒤를 이으며 현대팀이 1-2-3위를 모두 차지했다. 그러나 SS4에서 로반페라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추격했다. 피야리, 가츠타에 이어 4위를 기록한 타낙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놀랍도록 까다로운 스테이지예요. 밸런스가 전혀 없습니다. 노력하고 있어요. 이전 스테이지는 직선과 교차로가 많았는데, 이번 스테이지는 코너가 더 많습니다.” 오전 경기 종료 후 포모는 종합 3위를 지켰고, 타낙은 누빌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오후에도 토요타팀이 강한 모습을 보였다. 장거리 코스인 SS5 콜 데 얀 주행에서 가장 빠른 오지에의 페이스를 로반페라가 근접하게 따라잡았을 뿐, 나머지 드라이버들은 12초 이상 뒤처졌다. 누빌은 점프대에서의 실수로 타이어 펑처를 겪으며 시간을 손해봤고, 현대팀에서 가장 빨랐던 타낙조차도 선두와 17.8초 차이였다. 포드팀의 뮌스터는 서스펜션 파손으로 리타이어했다.
SS7 뵈메르발트에서는 로반페라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선두 오지에와의 차이를 0.3초까지 줄였다. 포모는 2위로 선전했으나 타낙은 에반스에게 종합 순위 3위를 내주고 4위로 물러났다. 타이어 펑처로 고전했던 누빌은 이번에는 보닛이 헐거워지는 문제가 발생하며 고전했다.
금요일을 마감하는 SS8에서도 토요타 트리오가 가장 빨랐다. 에반스가 톱타임을 기록했지만, 오지에와 로반페라의 종합 순위 경쟁에는 끼어들지 못했다. 오지에를 선두로 로반페라, 에반스 순으로 토요타팀이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타낙은 선두와 32.8초 차이로 4위, 포모는 6위를 유지했다. 여러 악재를 겪은 누빌은 8위에 그쳤다.
10월 18일 토요일은 총 103.64km로 이번 랠리 중 가장 긴 거리를 달렸다. 독일의 신설 고속 스테이지인 SS9 메이드 인 FRG(Made in FRG)로 시작해 체코의 케플리(Keply), 클라토비(Klatovby) 스테이지를 오가는 구성이다. 14.30km의 메이드 인 FRG는 WRC에서 완전한 신설 스테이지로, 숲 구간에서 시작해 지방도로를 넘나들며 상당한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반면 체코의 2개 스테이지는 울퉁불퉁한 비좁은 산길과 시골길이 많고 넓은 관람 구역이 있어 수많은 관중이 몰려든다.
SS9에서 로반페라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오지에를 0.7초 차이로 제치고 종합 선두로 올라섰고, 오트 타낙은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을 내며 현대팀의 반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랠리의 판도를 뒤흔든 사건이 SS10 케플리에서 발생했다. 선두였던 오지에가 젖은 아스팔트에서 미끄러지며 나무를 강하게 들이받아 왼쪽 앞바퀴가 파손, 결국 리타이어했다. 이로써 종합 순위는 로반페라에 이어 에반스가 2위, 타낙이 3위로 올라서며 챔피언십 타이틀 경쟁에 중대한 변수가 생겼다. 7위로 스테이지를 마친 포모는 타이어 선택을 후회했다. “그립과 타이어에 자신이 없습니다. 소프트 타이어가 레인 타이어보다 나았던 것 같습니다. 잘못된 타이어 선택이었던 것이죠.”
이어진 SS11 클라토비는 건조한 노면에 진흙이나 낙엽이 적은 깨끗한 상태였다. 가츠타가 톱타임, 타낙이 1.4초 차이로 맹렬히 추격했다. 하지만 여전히 종합 선두 로반페라와는 40.5초에 달하는 격차가 남아 있었다.
오후에 케플리를 다시 달린 SS12에서는 타낙의 맹활약이 펼쳐졌다. 톱타임을 기록하며 로반페라보다 0.8초 빠른 페이스를 보였고, 종합 순위 역시 에반스를 1.9초 차이로 제치며 2위로 뛰어올랐다. 다만 타낙은 경기 후 “기어박스에서 이상한 소음이 들립니다. 온갖 방법을 다 써봤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라며 불안 요소를 남겼다. 포모는 여전히 5위, 누빌은 7위다.
SS13에서는 가츠타가 톱타임을 차지한 가운데 타낙이 2번째로 빨라 에반스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타낙은 이 스테이지를 두고 “정말 빠른 스테이지였어요.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거예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토요일을 마무리하는 SS14에서는 누빌이 가장 빨랐고, 타낙이 누빌을 바짝 쫓으며 종합 2위 자리를 다졌다. 이로써 타낙은 1위 로반페라와 시차를 36.3초로 줄이는 한편, 3위 에반스와의 차이를 8.4초까지 벌리며 토요일을 마무리했다.
10월 19일 일요일에는 2개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렸다. 오프닝인 비욘드 보더스(Beyond Borders)는 지난해에 사용된 스테이지의 단축판으로 길이가 12.37km로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독일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는 코스다. SS16과 최종 스테이지 SS18에 사용되는 뮐탈(Mühltal) 스테이지는 2023년 사용된 후 지난해 빠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다만 중간 섹션이 제거되고 후반 레이아웃을 고쳐 26.52km로 살짝 짧아졌다.
그럼에도 이번 경기 중 가장 긴 스테이지다. 드라이 컨디션에서는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2023년에는 진흙과 자갈 때문에 그립이 시시각각 바뀌어 많은 참가자를 힘들게 했다. 도로 양옆의 넓은 풀밭은 비가 오는 상태에서는 엄청나게 미끄럽다. 4개 스테이지 합산 77.78km 구간에서 승자를 가렸다.
오프닝인 SS15에서 충격적인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이 좁은 교각의 난간에 강하게 충돌한 것이다. 이 사고로 랠리카 앞부분이 크게 파손되었고 결국 리타이어했다. 다행히 누빌과 코 드라이버는 무사했으나, 사고 여파로 스테이지가 취소되며 포드팀 뮌스터와 멕컬린의 기록만 확정됐고 달리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가상의 기록이 부여됐다. 이로써 토요타의 제조사 챔피언십 타이틀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누빌은 사고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차가 너무 빨랐던 것 같아요. 코너링할 때 이미 언더스티어 상태였고, 코너는 너무 좁았습니다. 충격이 엄청 심했어요.”
SS16에서는 오지에가 다시 톱타임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타낙은 포디엄 가시권 3인 중 가장 늦은 기록을 내며 토요일에 어렵게 쌓아온 에반스와의 8.4초 격차가 5.2초로 크게 줄었다. SS17에서도 오지에가 압도적인 페이스로 ‘슈퍼 선데이’ 포인트를 선점했고, 타낙은 누빌과 같은 장소에서 실수를 범하며 시간을 잃었다. 2위 타낙과 3위 에반스의 시차는 단 1.1초. 마지막 스테이지인 SS18에서 숨 막히는 대결을 예고했다.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SS18 뮐탈 역시 오지에가 톱타임을 기록했고, 10점의 추가득점을 얻으며 SS9에서의 타격을 줄였다.
이번 랠리의 종합 우승은 칼레 로반페라가 차지했다. 시즌 전반 부진했던 로반페라는 3승째를 챙기며 에반스와 오지에를 맹렬하게 추격했다. 에반스는 끝내 타낙을 추월하며 종합 2위를 차지했고, 타낙은 포디엄 피니시에 만족해야 했다. 에반스는 이번 랠리를 통해 247점으로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선두로 복귀했지만, 오지에와 로반페라가 불과 13점 차이로 뒤쫓는 상황. 갈 길이 바쁜 타낙은 16점을 얻으며 챔피언 경쟁의 불씨를 살려냈다. 선두와 차이는 단 50점. 남은 두 라운드에서 더욱 많은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WRC 2025 시즌은 이제 최종 두 라운드만을 남겨두고 있다. 제13전은 11월 6일부터 9일까지 일본에서 타막 랠리로 진행되며, 이어서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신생 랠리인 사우디아라비아 랠리에서 대망의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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