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베드의 양산형 모델이 국제 로봇 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십 년간 축적한 모빌리티 기술을 로보틱스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류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비전 아래, 도로 위를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어디서든 자유롭게 모빌리티 기술의 혜택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난 2021년 12월,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로보틱스랩의 첫 번째 하드웨어 ‘MobED(Mobile Eccentric Droid, 이하 모베드)’가 바로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기술의 융합을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모베드는 바퀴 내부에 모터를 탑재한 인-휠(In-Wheel) 모터 구조와 편심 휠 설계로 다양한 지형과 환경에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해 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3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된 ‘2025 국제 로봇 전시회(International Robot Exhibition 2025, 이하 iREX)’에서 모베드의 양산형 모델이 최초로 공개됐다. 현대차그룹은 3년 간의 제품 개발 과정을 거쳐 기존 콘셉트와 핵심 기술은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자율주행 기술과 마운팅 레일 구조를 적용해 모빌리티의 활용 범위를 대폭 넓히고자 했다.
이른바 세계 3대 로봇 전시회 중 하나로 꼽히는 iREX는 전 세계 로봇 산업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행사다. 이번 iREX에 처음 참가한 현대차그룹은 모베드 양산형 모델을 공개함과 동시에, 탑 모듈(Top module) 장착 모델 6종을 함께 선보였다. 실외 배송과 영상 촬영, 탑승 등 다양한 목적의 모듈을 탑재한 여러 대의 모베드는 다양한 장애물을 주파하고 실제 활용 모습을 시연해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었다.
iREX에서 모베드가 기술 시연을 통해 여러 장애물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던 것은 어디에서나 활용 가능한 범용성을 기술의 핵심 가치로 삼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같은 자유로운 기동성을 구현하기 위해 DnL(Drive-and-Lift) 모듈과 편심(Eccentric) 구조 기반의 자세 제어 메커니즘을 개발했다.
DnL 모듈은 4개의 독립적인 구동 휠을 기반으로 각 휠에 장착된 모터가 몸체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 유연한 기울기 확보가 가능하다. 각 휠에는 내부에 세 개의 모터가 탑재된다. 인-휠 구조의 모터들은 개별 바퀴의 동력 전달과 조향, 차체의 자세 제어 기능을 모두 수행한다. 여기에 일반적인 자동차와 달리 바퀴의 축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편심 휠 구조가 더해져 뛰어난 노면 대응력과 주행 안정성, 그리고 플랫폼 확장성까지 모두 충족시키는 설계를 완성했다.
DnL 모듈과 편심 구조 기반의 자세 제어 기술로 모베드는 일반적인 바퀴 네 개의 모빌리티와는 전혀 다른 차체 제어 방식과 움직임을 구현한다. 일례로 모베드는 노면의 고저 차가 크거나 험한 비탈길에서도 안정적으로 수평을 유지한다. 차체에 비해 커다란 바퀴 역시 큰 역할을 하지만, 실시간으로 정교하게 차체를 제어하는 QP(Quadratic Programming) 최적 제어 알고리즘이 자세 제어의 핵심 기술이다.
또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세미-홀로노믹 드라이빙 컨트롤(Semi-holonomic Driving Control)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사람과 사물이 복잡하게 얽힌 불규칙한 도심 환경에서도 원활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지하주차장 출입 경사인 ±10°의 경사로는 물론, 최대 20cm 높이의 연석까지 주파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고객이 활용 목적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모베드를 ‘베이직’과 ‘프로’ 두 가지로 구성했다. 모베드 베이직은 자율주행 로봇 구현을 위한 연구 개발용으로 개발자나 연구 기관에서 직접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적용하는 실험용 플랫폼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여기에 모베드 프로는 AI 기반 알고리즘과 라이다 및 카메라 융합 센서를 장착해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 모델이다.
모베드 베이직과 프로는 모두 별도의 무선 컨트롤러로 제어가 가능하다. 대화면 디스플레이에 3D 그래픽으로 작동 상황을 직관적으로 표시하는 터치스크린 사양의 컨트롤러를 활용하면 기술적 이해가 높지 않은 일반 사용자도 쉽고 간편하게 모베드를 조작할 수 있다. 게다가 서버를 거치지 않고 온 디바이스(On-Device) 상태에서 고객만의 맞춤형 작동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도 가능해, 다양한 고객들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수준 높은 기술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모베드 프로의 자율주행 기술은 콘셉트 모델과 양산형 모델을 구분 짓는 핵심 요소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기술 노하우를 담아 모베드의 기구적 특성과 제어 기술에 최적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다. 모베드 프로의 차체 곳곳에는 GPS와 2개의 3D 라이다(LiDAR), 3개의 카메라, 8개의 레이더, 그리고 IMU(Inertial Measurement Unit, 관성 측정 장치)가 장착돼 사람과 장애물을 빠르게 인식하고, 실내외 모든 장소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동이 가능하다.
모베드 프로는 최적의 경로를 선정하는 경로 생성 알고리즘과 2.5차원의 로컬 지도 정보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덕분에 지형의 높낮이 정보까지 활용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한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안전성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이중화(Redundancy) 구조까지 철저히 마련했다. 가령 특정 센서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다른 센서가 기능을 대체해 하드웨어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한다.
모베드를 정의하는 또 다른 특징은 뛰어난 확장성이다. 모베드는 플랫폼 상단에 위치한 마운팅 레일 구조에 다양한 용도의 모듈을 장착할 수 있다. 여기에 모베드의 배터리와 제어기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접속 포트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이 iREX에서 탑 모듈을 장착한 콘셉트 모델들을 전시한 이유도 모베드의 확장성을 비롯해 실제 기능 시연을 통해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예컨대 물류 영역이나 일상에서의 업무를 돕는 ‘모베드 로딩(Loading)’과 ‘모베드 언로딩(Unloading)’은 짝을 이뤄 택배 상자와 같은 소형 화물을 목적지까지 이동시키고, 이를 자유롭게 싣고 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베드 로딩은 모듈에 장착된 로봇 팔을 활용해 박스를 손쉽게 들어 올리며, 모베드 언로딩은 바닥까지 내려오는 구조의 모듈 설계로 박스를 안정적으로 전달했다. 실제 해당 콘셉트 모델이 상용화된다면, 범용성 높은 차체 구조로 좁은 골목이나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서의 배송 작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딜리버리 박스를 장착한 ‘모베드 딜리버리(Delivery)’ 역시 도심 지역에서의 단거리 배송에 특화된 콘셉트 모델이다. 모듈 내부에 컵홀더와 저장 공간이 구비되어 있고, 딜리버리 박스 좌우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프로모션 정보나 딜리버리 정보 및 알림 등을 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모베드의 정교한 차체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음식물을 안전하게 운송하고, 주문자에게 도착했을 때는 차체를 들어 올린 뒤, 딜리버리 박스를 자동으로 개방해 편리한 물품 픽업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부스에 연석과 경사로, 과속방지턱 등 다양한 지형과 산업 현장을 모사했다. 모베드는 자율주행과 자세 제어 기술을 통해 목적에 따른 각 모델의 업무 수행 과정을 연출했다. 특히 배터리를 모두 소모하거나 업무를 마친 이후에는 충전 스테이션으로 이동해 스스로 충전하는 기능도 선보였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골프 캐디 역할을 수행하는 ‘모베드 골프(Golf)’, 전동 킥보드와 같이 퍼스널 모빌리티로 활용 가능한 ‘모베드 어반 호퍼(Urban Hopper)’, 방송용 카메라를 탑재한 ‘모베드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 등 다양한 콘셉트 모델을 선보이며 일상과 산업 전반에 걸친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처럼 마운팅 레일 구조의 뛰어난 호환성으로 소비자가 목적별로 특화된 로봇을 매번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모베드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모베드의 활용 영역을 확대하고 서비스 개발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기능에 대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오픈 데이터 플랫폼 형태로 개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개발자와 파트너사가 맞춤형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거나 기존 시스템과 유연하게 연동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확장 가능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체계를 바탕으로, 모베드를 단순한 로보틱스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기업의 니즈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모베드는 소형 모빌리티가 지닌 이동성의 한계를 혁신적으로 확장한 모델이다. 단순히 성능 개선 수준을 넘어, 이동의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정의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로보틱스 기술의 발전이 물리적 제약을 줄이고,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방식까지 더 효율적이고 스마트하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iREX 2025의 핵심 주제인 ‘로봇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사회’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관통하고 있다.
특히 양산형 모베드의 공개는 현대차그룹이 구상해 온 ‘인간과 로봇의 공존’이라는 미래상을 구체적인 제품으로 실현한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단순한 기술 콘셉트의 전시에 그치지 않고 로봇이 일상과 산업 곳곳에서 인간의 역할을 확장하고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모베드는 iREX 2025에서 첫선을 보인 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과 로보틱스랩이 그려 온 미래 모빌리티 사회의 실현이 비로소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뉴스 미디어, HMG 저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