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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May 18. 2020

WRC와 프로젝트 RM 기술로 완성된 고성능 i20 N

현대자동차가 티저 영상을 통해 i20 N의 등장을 예고했다.

All-new i20 N 티저 - 극한의 테스트, 그리고 혁신 | 현대 N


최근 새로운 고성능 N의 등장을 알리는 티저 영상이 공개됐다. 주인공은 바로 i20 N이다. 하지만 영상은 i20 N이 아닌 다른 차로 시작된다. 새벽녘 어둠 한가운데서 등장하는 차는 바로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의 경주차, i20 쿠페 WRC다. 이 경주차를 모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현대팀의 간판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이다. 누빌은 i20 쿠페 WRC를 타고 여명이 밝아오는 스웨덴 아르예플로그의 끝없이 펼쳐진 설원을 맹렬히 달린다. 마치 스웨덴 랠리의 최종 스테이지를 달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후 동이 완전히 트자 새로운 차가 등장한다. 이번에도 i20 N은 아니다. 설원을 미끄러지듯 달리는 차는 바로 현대차의 고성능 선행 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RM(Racing Midship)의 최신 모델, RM19다. 운전자는 역시 티에리 누빌이다. 누빌은 i20 쿠페 WRC를 몰 때만큼이나 진지하게 RM19를 운전하고, 마지막 순간 옅은 미소를 짓는다.



영상 속, 위장막에 쌓인 i20 N 프로토타입은 강렬한 배기음을 내며 설원을 질주한다


그리고 마침내 영상의 주인공 i20 N이 등장한다. 위장막이 씌워진 프로토타입 상태라 정확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강렬한 배기음과 후연소음을 통해 이 차가 고성능 N의 일원임을 알 수 있다. i20 N 프로토타입은 i20 쿠페 WRC나 RM19만큼 빠르고 맹렬하게 아르예플로그 설원을 질주하고, 영상은 이내 막을 내린다.


i20 N을 소개하는 영상에 i20 쿠페 WRC 경주차와 RM19가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고성능 N과 WRC, 그리고 프로젝트 RM 사이의 밀접한 관계에 있다. 지금부터 그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WRC, 프로젝트 RM과 함께 성장한 고성능 N


고성능 N과 WRC, 프로젝트 RM은 2012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고성능 브랜드 N의 출범을 알렸다. 하지만 이미 2012년부터 고성능차 관련 개발은 시작됐다. 2012년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을 설립하고 WRC 참가를 선언하면서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프로젝트 RM도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현대차는 독자 개발한 i20 쿠페 WRC 경주차로 2014 시즌 WRC에 참가했고, 독일 랠리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프로젝트 RM의 첫 번째 결과물인 RM14가 부산모터쇼를 통해 공개됐다. 그 사이 현대차는 고성능 N 브랜딩 작업을 시작했고, BMW M에서 활약했던 알버트 비어만이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고성능 N, WRC, 프로젝트 RM의 관계와 발전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현대차의 첫 고성능 모델 i30 N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i30 N은 등장 직후 유럽 자동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고, 유력 자동차 매체들로부터 호평과 상을 휩쓸었다. 그 사이, WRC 무대에서 활약 중인 현대팀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2017 시즌에 이어 2018 시즌 제조사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술과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2019 시즌,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등극했다. 프로젝트 RM 또한 꾸준히 진행되어 2019년에는 RM19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WRC, 프로젝트 RM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고성능 N은 벨로스터 N DCT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현대차의 고성능 N은 WRC에서의 활동, 프로젝트 RM 개발과 함께 수년 간 유기적으로 발전해왔다. 즉, 고성능 N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현대차의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진행되어 왔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WRC에서 쌓은 고성능 경주차 개발 경험과 기술이 고성능 선행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RM으로 이어진 뒤, 고성능 N 모델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됐다. 그 결과, i30 N을 시작으로 최근 등장한 벨로스터 N 8단 DCT에 이르기까지 고성능 N 라인업을 탄탄히 구축해올 수 있었다.




고성능 N과 양산차의 기술 내재화를 위한 테스트 무대, WRC


i20 쿠페 WRC 경주차는 일반 양산차인 i20를 기반으로, 여러 고성능 기술이 더해져 완성됐다


WRC는 고성능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테스트 장소다. 모든 모터스포츠가 기술 테스트를 위한 무대이지만, WRC는 조금 다르다. 양산차를 기반으로 경주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WRC 규정 때문이다. WRC 경주차는 양산차의 차체 크기와 구조, 섀시 지오메트리를 최대한 유지해야 하고, 너무 비싼 소재를 써서도 안된다. 현대차는 i20를 기반으로 이런 까다로운 규정을 충족시키면서 험난한 코스를 한계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경주차, i20 쿠페 WRC를 독자 기술로 만들었다.


이런 규정 덕분에 WRC 경주차와 양산차 간의 기술 내재화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경주차에 쓰인 기술을 다듬고 발전시켜 양산차에 반영하고, 다시 이 양산차를 기반으로 경주차를 만든다. 이런 선순환 과정을 통해 i30 N, 벨로스터 N, i30 패스트백 N과 같은 고성능 N 모델들이 태어날 수 있었다.



모터스포츠 기술의 내재화 덕분에 엔진 내구성도 강화됐다


대표적인 기술 내재화의 예는 엔진에서 찾을 수 있다. 극한 상황에서 내구성을 충족하며 고출력을 뽑아내야 하는 WRC 경주차 엔진에 도입된 실린더 헤드와 블록의 강성 강화 기술, 실린더 헤드 개스킷 최적화 기술 등이 고성능 N 모델의 엔진에 반영됐다. 그 외에도 극한 상황에서도 최적화된 엔진오일 순환 기술, 한계 회전수에서 부하를 낮추는 기술, 순간적으로 엔진 힘을 키우는 오버부스트 등 고성능 N 모델 엔진에 반영된 기술은 모두 WRC 경주차에서 비롯됐다.


기술 내재화는 섀시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주행 직결감을 높이기 위해 부시 마운트 방식을 고무에서 솔리드 방식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민첩한 조향 성능을 위해 i20 쿠페 WRC 경주차에 쓰인 끼움+볼팅 방식의 액슬 체결 기술도 적용했다.



3세대 i20는 i20 쿠페 WRC 경주차와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진화했다


물론 WRC에서의 활동이 단순히 고성능 N 모델의 개발에만 도움이 된 것은 아니다. 일반 모델의 엔진 성능과 섀시 강성 강화, 주행 민첩성과 승차감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이와 같은 모터스포츠 기술 내재화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i20다. WRC 경주차의 모태가 i20이기 때문에, 경주차의 기술이 직간접적으로 양산 모델에 적용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i20는 2세대와 3세대로 발전하면서 주행 성능과 승차감 등이 월등히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i20를 기반으로 하는 i20 쿠페 WRC의 성능 또한 강해졌고, 이는 2019 시즌 제조사 부문 챔피언을 따내는 원동력이 됐다.




WRC와 양산차 기술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 RM


WRC 경주차와 양산차 사이의 기술 내재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두 분야 사이의 기술이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모터스포츠 기술과 양산차 기술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선행 기술이다. 현대차는 고성능차 개발에 있어 선행 기술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고성능 N 브랜드의 출범과 WRC 참가를 준비하면서 선행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바로 N 모델과 모터스포츠 사이를 연결하는 기술의 징검다리이자 달리는 연구소, 일명 'Rolling lab'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 RM이다.


2012년 시작된 프로젝트 RM은 고성능차의 핵심 구성 요소인 파워트레인, 섀시, 보디, 서스펜션, 공기역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개발한다. 그리고 선행 개발 단계의 여러 기술들을 실제 주행을 통해 검증한다.


다만, 프로젝트 RM에는 현대차의 양산 모델이나 WRC 경주차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뒷바퀴굴림 기반의 미드십 고성능차라는 점이다. 이 특징은 RM(Racing Midship)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에도 반영돼 있다. 현대차가 프로젝트 RM 시리즈를 FF(Front engine-Front wheel drive)가 아닌 MR(Midship engine-Rear wheel drive)로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경주차의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고성능 N 모델의 기반이 될 기술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게 배분과 차체 강성 확보 면에서 유리한 정통 스포츠카 구조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서다.



RM14부터 시작된 RM 시리즈는 구동계, 경량 소재, 공기 역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화했다


초기 프로젝트 결과물인 RM14의 경우, 현대차가 고성능 미드십 엔진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나온 RM15는 알루미늄과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를 차체 곳곳에 적용해 RM14 대비 132kg의 경량화를 달성하는 등 경량화 선행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RM16은 RM14와 RM15에서 줄곧 쓰이던 2.0ℓ 터보 엔진에 48V 전동식 슈퍼차저를 더하는 실험을 통해 현대차의 강력한 파워트레인 기술력을 입증했다.



최신 RM 시리즈인 RM19는 현대차의 고성능 기술이 총망라되어 있다


현대차가 그동안 쌓은 고성능 기술과 노하우는 프로젝트 RM의 최신 결과물인 RM19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최고출력 390마력, 최대토크 48.4kg·m를 발휘하는 2.0ℓ 미드십 터보 엔진과 시속 200km에서 최대 190kg의 다운포스를 만드는 공력 기술, 그리고 3단계로 조절되는 유압식 댐퍼가 조합된 앞 맥퍼슨 스트럿/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구조를 적용한 RM19는 현대차의 최신 고성능 기술이 총망라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 RM은 꾸준히 진화하면서 현대차가 개발한 여러 고성능 기술을 실험하고 검증했다. RM14부터 RM19까지 이어지는 고성능차가 도로를 직접 달리면서 말이다. 프로젝트 RM이 달리는 연구소(Rolling lab)로 불리는 것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실제 고성능 N 모델에 적용된 2.0ℓ 터보 엔진, 다운포스 향상을 위한 공력 기술, 가변 배기 시스템 같은 요소들은 모두 프로젝트 RM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전해진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고성능 N에 적용된 기술은 검증과 양산을 거친 후 다시 프로젝트 RM에 반영돼 보다 월등한 RM 시리즈가 탄생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프로젝트 RM의 장점은 비단 기술적인 부분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성능 N과 프로젝트 RM이 함께 발전하면서, 고성능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동시에 프로젝트 RM은 현대차 내에서 경주차와 고성능 N 사이에 위치하면서 고성능 N 브랜드의 비전까지 제시하는 역할까지 한다.



고성능 N, 모터스포츠 기술의 내재화, 프로젝트 RM의 최신 기술이 적용된 i20 N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현대차의 고성능차 만들기는 이처럼 WRC에서의 활약, 프로젝트 RM 개발 등 수년간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졌다. 현대차가 i20 N 티저 영상에 최신 i20 쿠페 WRC와 RM19를 등장시킨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WRC와 프로젝트 RM을 통해 현대차가 그동안 쌓아온 고성능차 만들기에 관한 자신감과 기술이 i20 N이라는 최신 N 모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이야기다. 고성능 N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WRC 경주차 기술의 내재화, 프로젝트 RM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자신감을 통해 고성능 N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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