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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Jun 12. 2020

현대·기아차의 히트펌프 기술, 높은 효율의 비결은?

세계 최초로 고효율 히트펌프를 개발한 현대·기아차의 기술을 알아보자.


추운 겨울철 누구나 한 번쯤은 스마트폰 배터리가 빨리 소모돼 전원이 꺼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역시 마찬가지다. 온도가 낮으면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해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주행 가능 거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실내 난방에 필요한 히터는 전기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전기차는 상온과 저온 사이에서 큰 성능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은 저온에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 겨울철에도 높은 효율을 발휘한다. 그 비결은 바로 히트펌프 기술이다. 최근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히트펌프 기술의 놀라운 효과를 언급했다. 이처럼 히트펌프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고효율 히트펌프 시스템을 적용해, 겨울철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발휘한다


히트펌프는 전기차에 불리한 난방 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많은 열에너지를 실내 난방에 활용하지만, 전기차는 히터를 켜기 위해 별도의 전기 에너지 즉,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히트펌프 기술을 활용하면 전기차에서도 난방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겨울철 주행 거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에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했다. 아울러 단순히 기존의 히트펌프 기술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폐열 회수 방식을 도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확보했다.


현대·기아차의 히트펌프 기술이 높은 효율을 달성한 비결은 무엇일까? 히트펌프 기술의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샤시선행개발팀 김재연 글로벌R&D마스터, 냉각설계1팀의 박남호 파트장, 조완제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히트펌프 기술의 원리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달성한 비결까지, 현대·기아차 히트펌프 기술을 자세히 알아보자.



기아차는 2014년 쏘울 EV에 히트펌프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다


Q. 2014년 쏘울 EV에 처음 히트펌프를 적용했습니다. 전기차에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전기차 구매 고객의 가장 큰 불만은 내연기관 대비 짧은 주행 거리입니다. 특히 겨울철 히터를 켜면 주행 거리가 30~40% 정도 줄어듭니다. 히터가 많은 전기 에너지를 소모하는 셈인데요. 2014년 전기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겨울철 배터리 방전이 걱정돼 히터를 켜지 않고 주행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이런 전기차 소비자의 고충을 고려해 2014년 출시한 쏘울 EV에 히터를 켜도 안심하고 주행할 수 있는 히트펌프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습니다. 당시 환경부의 전기차 주행 가능 거리 측정이 상온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수치 차이를 확인할 수 없지만, 쏘울 EV와 모터 및 배터리 용량이 유사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동절기 주행 거리 축소량이 19% 개선됐습니다.



히트펌프 개발에 참여한 (왼쪽부터) 조완제 책임연구원, 김재연 글로벌R&D마스터, 박남호 파트장


Q. 현대·기아차에 적용된 히트펌프 기술의 원리가 궁금합니다.

히트펌프 기술은 에어컨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냉매는 압축과 응축 과정을 거쳐 온도가 높아지고, 팽창하고 증발하는 과정에서 온도가 낮아지는데, 에어컨은 차가워진 냉매를 활용해 실내에 시원한 바람을 제공합니다. 반대로 뜨거워진 냉매는 실외기를 통해 열을 배출하죠. 히트펌프 역시 똑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다만, 에어컨이 실외기를 통해 열을 배출했다면 히트펌프는 그 열을 히터로 활용하는 거예요. 즉, 히트펌프는 냉매가 압축, 응축, 팽창, 증발하며 순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과 저온을 각각 활용해 히터와 에어컨을 동시에 구동하는 기술입니다.




위와 같은 냉매 순환 과정에서 현대·기아차의 히트펌프 시스템은 전기모터, 온보드차저, 통합전력제어장치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실내 난방에 필요한 열 온도는 40℃ 정도이므로 바로 사용할 수는 없어요. 따라서 차가워진 냉매를 다시 데우는 과정에서 이 폐열을 활용합니다. 결국, 히트펌프의 효율도 높이고, 배터리도 식힐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술이죠. 참고로 히트펌프 구동 시 난방 효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압축기가 가동하면서 1Kw의 열을 만들고, 냉매가 순환하면서 외부의 열을 1.5Kw 얻습니다. 그 결과 총 2.5Kw의 열을 실내 난방에 활용하게 됩니다. 즉, 적은 전력을 소모해 큰 난방 효과를 얻는 셈이죠.




Q. 현재는 히트펌프 기술이 보편화돼 미국의 테슬라를 비롯해 일본, 유럽 제조사의 전기차에도 적용돼 있습니다. 다른 제조사와의 기술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히트펌프 시스템은 2012년 닛산 리프가 세계 최초로 적용했습니다. 이어서 BMW i3, 폭스바겐 e-골프,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쏘울 EV(1세대)와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적용됐습니다. 2018년부터 환경부에서는 저온 상황에서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는데요. 2020년 발표 자료를 참고하면, 당사의 1세대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상온 대비 저온 주행 거리 효율은 약 76%, 닛산 리프는 약 67%, BMW i3는 64%를 기록했습니다. 이와 같이 히트펌프 기술 덕분에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더욱 높은 효율을 발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전기차 모델에 따라 겨울철 주행 거리에 편차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히트펌프 시스템의 기술력 차이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히트펌프 시스템이 활용하는 열원의 범위에 따라 기술력의 우열이 나뉘기도 하는데요. 타사의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의 열원만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추운 겨울날 차가워진 공기만으로는 효율이 높지 않았죠. 그에 반해 현대·기아차의 히트펌프 시스템은 외부 공기 외에도 전기모터, 온보드차저, 통합전력제어장치 등의 PE(Power Electronics) 모듈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합니다. 즉, 주행 시 발생하는 전기모터와 전장 장치의 열을 히트펌프 기술에 접목한 거예요. 다시 말하면, 버려지는 열을 다시 사용하는 재생에너지와 같은 기술입니다.



김재연 글로벌R&D마스터가 현대·기아차의 히트펌프 기술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Q. 히트펌프를 최초로 적용한 쏘울 EV부터 현재의 코나 일렉트릭까지 히트펌프 기술은 어떻게 발전했나요?


히트펌프의 성능은 열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회수하는지에 따라 좌우됩니다. 2012년 닛산 리프에 최초로 탑재된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의 열원만 활용한 데 반해, 쏘울 EV(1세대)는 공기 열원뿐만 아니라, 전기모터 및 인버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원을 추가로 활용한 복합 열원 히트펌프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폐열과 충전 시 발생하는 열을 추가로 활용하는 고효율 히트펌프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를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에 적용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출시 예정인 차세대 전기차에는 보다 발전된 히트펌프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기존 코나 일렉트릭 대비 공기 열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난방 성능을 높이고, 냉매의 응축 성능도 향상시켜 에어컨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고민에서부터 히트펌프 기술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Q.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 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은 공교롭게도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습니다. 배터리 용량이 64kWh인 코나 일렉트릭을 개발할 당시,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아이오닉 일렉트릭(38.3kWh) 대비 배터리 용량을 25.7kWh 더 늘렸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라 발열량도 더 증가했어요. 따라서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냉각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죠. 그 과정에서 ‘늘어난 배터리 발열을 히트펌프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역발상인 셈이죠. 결국 여러 차례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듭하면서 배터리 열을 히트펌프 난방에 활용하는 방안을 도출했고, 코나 일렉트릭에 적용해 기존의 히트펌프보다 성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히트펌프 개발 타당성에 대한 검증도 여러 차례 진행했습니다. 2017년까지 전기차의 주행 거리 측정은 상온에서만 이뤄졌으며, 별도의 저온 테스트나 소비자를 위한 지표조차 없었습니다. 게다가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도 많지 않았어요. 예컨대 당시 전기차로서 가장 주행거리가 길었던 테슬라 모델 S조차 히트펌프를 적용하지 않았을 정도죠. 하지만 사계절이 있는 국내 기후와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연구를 지속했고, 겨울철 전기차 운전자의 불안을 줄이고 불편 해소를 위해 히트펌프 개발에 매진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국내외의 전기차 평가에서 현대·기아차가 두각을 드러냈고, 무엇보다 저온 주행 거리 평가가 전기차의 성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에 적용된 고효율 히트펌프 시스템


Q. 테슬라 모델 Y는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해 저온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현대·기아차의 히트펌프 기술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테슬라 모델 Y가 국내 출시 전이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테슬라에서 출원한 히트펌프 관련 특허를 분석해보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두 시스템은 외부 공기, 전장 부품, 배터리의 폐열을 활용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코나 일렉트릭의 히트펌프는 다양한 열원의 온도에 따라 더 똑똑하게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주행 상황에 따라 전기모터, 배터리, 각종 전장 장치에서 발생하는 열의 온도가 상이한데, 코나 일렉트릭은 이 중 높은 온도가 발생한 열원을 선택적으로 흡열합니다. 수치적으로도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모델 Y는 히트펌프를 적용하지 않은 모델 3 대비 주행 거리를 10% 개선했습니다. 두 차종은 히트펌프 적용 여부에 차이만 있을 뿐 모터 및 배터리 용량은 동일한 조건입니다. 반면 코나 일렉트릭은 히트펌프 적용 시 저온에서 주행 거리가 18% 향상됩니다. 즉 코나 일렉트릭이 모델 Y 대비 더 높은 효율을 발휘하는 셈입니다.



향후 출시할 전기차 모델에는 차세대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Q. 앞으로 현대·기아차의 히트펌프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히트펌프 기술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히트펌프 효율을 높여 배터리 소모 전력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열원을 발굴하고 냉매 순환의 과정의 단계를 늘려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방향은 히트펌프 시스템의 모듈화입니다. 현재는 차종마다 히트펌프 관련 부품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목표로 하는 궁극의 히트펌프 시스템은 관련 부품을 모두 통합해 하나의 모듈로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1박스 모듈 히트펌프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 기술이 적용되면 공장 자동화 및 미래 모빌리티 대응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차세대 히트펌프 기술은 앞으로 선보일 다양한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세계 최고의 히트펌프 기술로 거듭나는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많은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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