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MG 저널 Jul 07. 2020

현대차그룹이 소리를 다스리는 방법

좋은 소리는 강조하고 거슬리는 소리는 다듬어 최적의 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첨단 기술 도입으로 자동차의 기계적 완성도가 눈부시게 높아진 지금도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소음을 줄이기 위해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다만 소음을 저감하는 기술의 방향과 소리에 대한 접근법이 자동차 개발 초기와는 다소 달라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소리를 다스리는 방법을 살펴보면 자동차와 소리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편안한 드라이빙을 위해 정숙성을 극대화하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는 소음을 피할 수 없다


자동차는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차체와 공기가 부딪히며 발생하는 풍절음은 물론,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엔진 소리를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타이어가 구르며 나는 소리, 바퀴가 상하로 흔들릴 때 생기는 소리, 섀시를 구성하는 각종 금속들이 맞닿으며 발생하는 소리 등 자동차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의 소리가 귓가를 자극한다.



프리미엄 모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숙성은 높은 수준의 방음 대책에서 비롯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의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자동차가 탄생한 지 130년이 지난 지금의 방음 기술은 절정에 달해있는 상태다. 최근 출시된 차량들은 자동차 업계가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해 온 방음 관련 기술 대부분을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적용한 소음을 줄이는 기술이 정숙성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은 창문에도 빈틈없는 방음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경우 옆 창문에 유리를 겹친 이중 접합 구조를 도입하고, 유리 사이에 차음 효과를 강화하는 어쿠스틱 필름을 삽입해 주행 시 발생하는 고주파 음의 침투를 줄였다. 또한 풍절음을 최소화하고자 도어 실링도 보다 꼼꼼하게 둘렀다.


이와 더불어 엔진 소음 차단을 위해 엔진룸에 흡음 패드도 장착한다. 정숙성이 주요한 프리미엄 세단의 경우 울림통을 통해 타이어 공명음과 반대되는 음파를 만들어 소음을 상쇄시키는 원리의 공명 흡음 휠을 도입해 노면 소음 차단도 극대화한다. 이처럼 자동차 제조사들은 정숙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 구성 요소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으며, 비용 절감과 경량화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전자 장비를 활용한 능동형 소음 저감 기술을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최근 고급형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에서 제품의 가장 큰 선택 기준은 ‘노이즈 캔슬링’ 기술의 탑재 여부다. 항공기 운용 중 소음으로 인한 사고와 능률 저하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이 기술은, 소음의 반대 위상 음파를 출력해 소음을 상쇄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기술의 정식 명칭은 ‘능동형 소음 저감 기술(Active Noise Cancellation, 이하 ANC)’로, 자동차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 브랜드 최초로 ANC를 장착했다


팰리세이드의 ANC는 마이크와 제어 모듈, 스피커 등으로 구성된다. 헤드라이닝에 위치한 마이크는 엔진 소음을 감지하며, 제어 모듈은 역 위상에 해당하는 음파를 측정한다. 이후 스피커에서 출력한 음파가 저주파 소음에 해당하는 엔진 소리를 저감시킨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흡차음재를 적용해 시시각각 변하는 주행 환경에서 더 효과적으로 소음을 줄여 운전자를 비롯한 승객들에게 정숙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소리를 강조하다


운전자에게 있어 소리란 자동차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운전 재미를 강조한 자동차에 있어 엔진 소리와 배기음은 차량의 성격을 또렷하게 만듦과 동시에 운전자가 느끼는 스포티한 주행 감성까지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런 차종의 엔진과 배기 시스템 사운드를 더욱 맛깔나게 다듬는다. 타 차종에서는 소음으로 분류될 수 있는 엔진 소리가 감성 품질 향상을 위한 사운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고성능 모델인 벨로스터 N이 바로 이러한 감성적 부분을 고려해 디자인된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는 벨로스터 N의 개발 단계부터 스포티한 감성을 부각시키고자 엔진을 비롯한 사운드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배기 시스템 역시 풍부한 사운드를 내도록 설계했으며, 주행 모드나 운전 상황에 따라 전자식 밸브를 작동해 사운드의 톤과 크기를 조절하는 ‘전자식 가변 배기 기술’을 적용해 운전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최신 배기 시스템은 필요에 따라 사운드의 톤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전자식 밸브를 갖춘다


그러나 배기량을 줄인 ‘다운사이징’ 엔진이 대세로 자리 잡고, 소음 규제가 더욱 엄격해지면서 엔진 및 배기 사운드의 조율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런 제한된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최적의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와 관련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오디오 시스템으로 탑승자에게 스포티한 엔진음을 전달하는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라 부르는 이 기술은 스피커에서 출력한 가상 엔진음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소음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운전자를 위한 감성 품질을 향상시켜준다.



1세대 벨로스터에 적용된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는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현대차가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를 처음 적용한 것은 2015년 1세대 벨로스터부터다. 젊은 감각의 디자인과 스포티한 주행 감성을 강조하는 차량인 만큼, 주행 모드에 따라 경쾌하고 다이내믹한 엔진 사운드를 스피커로 출력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끌어올리고자 한 것이다.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는 가상 엔진 사운드의 모든 음역대별 음색을 조절할 수 있으며, 가속 페달 조작에 따른 반응성도 선택이 가능하다. 즉 운전자가 운전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엔진음의 톤과 볼륨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일상 주행에서는 편안한 드라이빙을 위해 소리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이후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으로 명칭을 바꾸며 개선을 거쳤다.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가상 엔진음이 실제 엔진 소리와 한층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조율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 2세대 벨로스터와 기아차 K3 GT의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비교적 한정적이었던 사운드 튜닝의 폭을 넓혀 전반적인 사운드의 어우러짐에 집중했다. 실제 엔진 소리와 더욱 유사한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오디오 전문 브랜드의 고성능 스피커를 탑재하기도 한다.




안전한 주행을 위한 가상 엔진 사운드 기술


보행자 안전을 위해 친환경 차량들을 중심으로 가상 엔진 사운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가상 엔진 사운드 기술은 최근 급증하는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적극 도입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예컨대 전기 모터를 탑재한 전동화 차량의 경우 저속 주행 시 파워트레인 구동음이 현저히 작아 보행자가 차량의 접근 여부를 알아채는 것이 어렵다. 이에 따라 주요 자동차 시장의 정부는 친환경 차량의 보행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법률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유럽은 UN 산하의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자동차기준조화포럼(WP29) 저소음자동차(QRTV) 전문가기구 회의를 통해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의 장착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비슷한 법규가 존재한다. 국토교통부는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하는 차량은 75dB 이하의 경고음을 내야 하며, 전진할 때는 속도 변화를 보행자가 알아챌 수 있도록 가상 엔진 사운드의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상 엔진 사운드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제조사들은 스피커에서 인위적인 소리를 발생시키는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을 친환경차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보행자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친환경차의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와는 달리 차체 외부에서 작동한다. 보행자에게 주행 중임을 알리기 위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차의 엔진룸에 스피커를 부착해 전기모터 특유의 구동음을 증폭시키도록 구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면 그릴을 진동판으로 활용해 사운드 전달율을 높인 새로운 방식의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소리를 다루는 방법을 눈여겨보면 그 제조사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소리를 지우는 데만 집중했던 과거를 넘어, 듣기 좋지 않은 소리는 줄이고 감성적인 사운드는 살려 최적의 운전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소리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본연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 좋은 자동차의 핵심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숙성을 비롯해 안정감과 스포티함 등 감성 품질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뉴스 미디어, HMG 저널 바로가기

▶ https://news.hmgjournal.com



작가의 이전글 [다가온 수소사회] 수소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차인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