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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Aug 21. 2020

WRC 경주차의 기술 내재화, 현대차의 완성도를 높이다

WRC 제조사 부문 챔피언의 기술이 내재화 된 현대자동차의 최신 모델


현대자동차 여러 모델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 평가기관 및 언론 매체의 호평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주행 성능과 안정성, 승차감 부분에서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된 쏘나타, 그랜저, 아반떼, 싼타페 등이 좋은 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차의 주행 성능 개선은 i30 N, 벨로스터 N 같은 고성능 양산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 N 모델은 고성능과 감성을 내세우며 마치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 경주차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2014년 WRC 복귀 이후 꾸준히 기술력을 쌓았고, 마침내 2019 시즌 제조사 부문 챔피언을 달성했다


이처럼 현대차의 주행 성능이 눈부시게 개선된 것은 2014년 복귀한 WRC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 년간 WRC에서 활약하며 쌓은 모터스포츠 관련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한 것이다. WRC 경주차는 포장도로, 비포장도로, 눈길 등 다양한 지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질주한다. 때문에 일반 양산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과 내구성이 필요하다. 물론 완성도 높은 WRC 경주차를 제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 2014년 WRC에 복귀한 이후 자체적으로 경주차를 만들며 꾸준히 기술력을 쌓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9 시즌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올랐다.



아반떼 같은 최신 모델에는 WRC 경주차로부터 획득한 기술이 자연스럽게 내재화 됐다


현대차는 WRC에 복귀한 이후 경주차의 성능과 내구성을 높이며 쌓은 기술력을 직간접적으로 양산차에 적용해 왔다. 그 결과가 현대차의 최신 모델과 고성능 N 모델이다. 특히, i30 N과 벨로스터 N 같은 고성능 양산차에는 WRC 경주차에서 직접적으로 가져왔거나 영감을 받아 완성된 기술이 다양하게 반영되어 있다. 현대차의 최신 양산차에 두루 반영된 모터스포츠 기술의 주요 내재화 사례를 살펴봤다.




WRC 경주차 기술로 내구성을 끌어올린 고성능 엔진


WRC 경주차의 주행 한계 조건은 상상을 초월한다


WRC 경주차의 4기통 1.6ℓ 터보 엔진과 현대차의 양산차에 쓰이는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엔진 형식이나 구조만 보면 비슷한 점이 있지만, 그 외 부분은 모두 다르다. 경주차의 엔진은 회전 한계가 8,500rpm이며, 경기 내내 평균 7,000rpm을 유지하며 한계 상황으로 작동한다. 이런 가혹 조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WRC 경주차의 엔진 내구 범위는 7,500km 정도로 짧게 제한된다.

이처럼 WRC 경주차 엔진은 극한 상황에서의 내구성을 충족하며 고출력을 뽑아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크랭크축, 밸브 트레인을 비롯해 엔진 전 영역에 많은 부하가 걸린다. 따라서 고출력과 내구성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수 년 동안 WRC 경주차를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고출력과 내구성을 만족하는 엔진의 설계, 그리고 가공 기술을 획득할 수 있었다.



i30 N, 벨로스터 N에 쓰이는 4기통 세타 2.0ℓ 터보 엔진 내부에는 다양한 모터스포츠 기술이 내재화 됐다


그렇게 완성된 기술이 i30 N, 벨로스터 N에 쓰이는 4기통 세타 2.0ℓ 터보 엔진에 부분적으로 적용됐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실린더 헤드, 실린더 블록의 강성 강화 및 실린더 헤드 개스킷 최적화 기술이다. 물론 경주차 엔진에 쓰이는 고강성 경량 소재를 양산차에 그대로 적용하면 더 좋은 엔진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진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해 축적한 기술을 일반인들이 경험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현대차의 모터스포츠 기술 내재화는 가격 상승을 최소화 하는 범위 내에서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WRC 경주차에서 비롯된 터보 엔진의 오버부스트


i30 N이나 벨로스터 N 같은 고성능 양산차를 몰 때 운전자들이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강력한 가속 성능이다. i30 N과 벨로스터 N에 적용된 2.0ℓ 터보 엔진은 1,450~4,700rpm 구간에서 만들어지는 36.0kg.m의 최대토크 덕분에 강력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에 여기서 좀 더 강한 가속감과 스포티한 감성을 연출하기 위해 오버부스트라는 기능을 더했다.



순간적으로 큰 힘을 발생시키는 오버부스트 기능 덕분에 더 짜릿한 가속이 가능하다


오버부스트는 WRC 경주차 엔진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다. 터보 엔진의 부스트(압력)를 원래 설정보다 순간적으로 높여 출력을 높이는 기능이다. 지난 4월 출시된 벨로스터 N DCT에는 버튼 조작으로 약 20초 동안 엔진 부스트를 최대로 쓸 수 있는 'N 그린 쉬프트' 기능까지 추가됐다. 이 기능은 변속기를 가속에 최적화된 로직으로 바꿔 벨로스터 N DCT의 최고 성능을 쓸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외에도 WRC 경주차 엔진을 개발하면서 현대차가 얻은 기술과 노하우는 상당하다. 현재 N 모델에 쓰이는 4기통 2.0ℓ 터보 엔진 뿐만 아니라 향후 고성능 모델에 쓰일 4기통 2.3L 터보 엔진까지 모터스포츠 기술 내재화가 반영되고 있다. 이 엔진에는 고회전에서의 성능 향상, 보다 효과적인 열관리, 내구성 향상 기술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WRC 경주차로부터 영감을 받아 완성된 전자 제어 서스펜션


WRC 경주차는 여러 조건에 따라 섀시 설정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현재 i30 N과 벨로스터 N 등에는 다양한 주행 환경에 따라 서스펜션 특성을 바꿀 수 있는 전자 제어 서스펜션(Electronic Control Suspension, ECS)이 적용된다. 덕분에 인포테인먼트 내 메뉴 설정이나 주행 모드 선택에 따라 서스펜션 감쇠력을 노멀/스포츠/스포츠 플러스 등 3가지로 바꿀 수 있다. 이 기술은 다양한 주행 코스에 대응하는 WRC 경주차의 서스펜션 유연성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됐다. 실제 WRC 경주차는 코스의 노면 마찰 계수, 노면 종류(타막, 그래블 등), 대기온도, 드라이버의 운전 성향에 따라 서스펜션 튜닝이 수시로 달라진다. 경기 전 모든 정보를 활용해 경주차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와 같은 사전 튜닝이 이뤄진다.



ECS는 주행 조건과 운전자 성향에 따라 서스펜션 감쇠력을 바꿀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양산차의 서스펜션 설정을 경주차처럼 여러 상황에 맞춰 일일이 바꾸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적용된 것이 바로 ECS다. 덕분에 운전자는 WRC 경주차처럼 주행 조건에 맞춰 서스펜션 설정을 바꾸고 최적의 주행 성능, 더 나아가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치 여러 주행 조건에 대응해 서스펜션 설정을 바꿔 달리는 WRC 경주차처럼 말이다.




WRC 경주차로 높은 기준을 세운 조향 성능


WRC 경주차 기술의 내재화로 양산차의 성능이 가장 좋아진 부분이 있다면, 바로 조향이다. 최고의 조향 성능을 발휘하는 WRC 경주차라는 명확한 기준이 양산차에 큰 도움이 됐다. 여기서 속도와 주행 조건의 차이가 큰 경주차와 양산차의 조향 성능 기준이 같다는 점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WRC 경주차와 최신 양산차는 조향 방식마저 다르다. 최신 양산차는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을 쓰는 반면, 경주차는 전통적인 유압식 스티어링 방식이다.



그동안 현대차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조향 성능이 WRC 경주차 기술 내재화로 급격히 좋아졌다


그러나 의외로 WRC 경주차를 모는 선수나 일반 양산차를 타는 운전자가 조향에서 원하는 부분은 같다. 바로 빠른 응답성, 정교한 조작 및 충분한 피드백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는 WRC 경주차의 조향 성능 기준을 양산차에 최대한 적용하고자 했다. 그 결과, 모호했던 조향 성능이 WRC 경주차라는 기준 아래서 상향평준화 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현대차의 양산차에서는 이전과 다른 민첩하고 직관적인 조향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부 고성능 양산차에 WRC 경주차 같은 조향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했다. 평상시에는 부드럽고 가볍게 조향을 하다가 버튼 하나로 조향 성능과 감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가변 조향 장치다. i30 N이나 벨로스터 N 등을 운전할 때 주행 모드를 바꾸면 그에 따라 조향 모드도 노멀/스포츠/스포츠 플러스 등 3가지로 바뀌는 극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휠 소재의 변경으로 확보한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


승차감 부분에 있어서도 WRC 경주차 기술이 일부 내재화 됐다. 모든 것이 단단하고 견고한 WRC 경주차와 승차감 사이에 연관성이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WRC 경주차의 언스프렁 매스(Unsprung Mass, 서스펜션의 스프링 아래 질량) 경량화 기술 적용만으로도 승차감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언스프렁 매스가 적으면 타이어의 노면 추종성이 좋아지고, 이는 결국 승차감과 핸들링 향상으로 이어진다. 이 목적을 가장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언스프렁 매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휠과 타이어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WRC 경주차의 경우, 이를 위해 가볍고 단단한 단조 휠을 쓴다. 고성능 양산차에도 이와 같은 단조 휠 제작 기술을 반영함으로써 언스프렁 매스를 줄이고 승차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



벨로스터 N의 N 퍼포먼스 파츠에 적용된 경량 휠은 대당 2.1kg의 경량 효과가 있다


좋은 예가 지난해 9월 유럽에서 600대 한정으로 생산된 i30 N 프로젝트 C다. 이 차에는 일반 주조 휠보다 가벼운 19인치 단조 휠이 적용됐다. 일반 양산차에 단조 휠이 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선택이었지만 그로 인해 4개의 휠에서만 총 22kg의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단조 휠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벨로스터 N의 N 퍼포먼스 파츠에도 경량화 기술이 반영된 19인치 주조 경량 휠이 쓰인다. 이 휠은 일반 휠 대비 대당 2.1kg의 경량 효과가 있어 언스프렁 매스를 줄이고 승차감과 주행 성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현대차의 WRC 성적이 좋을수록 훌륭한 고성능차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차의 양산차에는 전세계 WRC 코스를 누비며 수 년 간 쌓은 모터스포츠 기술이 녹아 있다. 현대차가 WRC 복귀 이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양산차의 완성도도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현대차가 WR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거둘수록, 더 빠르고 더 재미있는 양산차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WRC에 대한 현대차의 열정은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다. 그 시작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재개되는 9월 4일 에스토니아 랠리부터일 것이다. 이후 이어지는 터키 랠리, 독일 랠리, 이탈리아 랠리, 일본 랠리까지 2020 시즌 WRC에서도 현대차가 좋은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한편, 다음 시간에는 현대차가 WRC에 참가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소 중역들의 이야기를 듣는 콘텐츠, 실무 연구원들과 함께 살펴본 섀시 및 엔진 관련 기술 내재화 사례를 다룬 콘텐츠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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