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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Aug 26. 2020

남양연구소 중역에게 들은 현대차의 WRC 참가 이유

고성능 이미지와 브랜드 인지도,  WRC 출전으로 축적한 모터스포츠 기술


지난 2014년 현대자동차가 WRC에 복귀하면서 여러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변화가 지난 <WRC 경주차의 기술 내재화, 현대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이다> 콘텐츠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WRC 기술 내재화로 완성도가 높아진 현대차의 최신 양산차와 고성능 양산차다.

<WRC 경주차의 기술 내재화, 현대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이다> 바로 가기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WRC는 자동차 제조사에게 부담이 큰 도전이다. WRC에 참가해 팀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과 인력, 시간이 필요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WRC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콘텐츠에서 살펴본 것처럼 양산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세계 3대 모터스포츠 중 하나인 WRC에서의 활약을 통해 고성능 이미지와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의 배경에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의 노력이 있다. 현대차 연구원들은 WRC 참가를 결정한 직후부터 직접 경주차를 개발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양산차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 결과, WRC 경주차의 기술을 양산차로 이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엔진개발센터 주성백 상무나 샤시담당 김무상 전무와 같이 경주차와 양산차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동차를 개발해 온 연구소 중역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 콘텐츠에서 예고한 것처럼 이번 시간에는 두 연구소 중역들을 통해 현대차가 WRC에 참가하는 이유와 기술 내재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WRC 활동 이후 현대차의 엔진 성능이 눈부시게 개선됐다”

- 엔진개발센터장 주성백 상무


주성백 상무는 WRC 경주차와 양산차의 엔진 개발에 깊이 관여해 왔다


Q. 모터스포츠 기술의 내재화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궁금하다.


내재화란 기술을 일부 적용하는 것도, 100%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 기술 내재화는 양산차의 엔진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접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경주차의 엔진 기술을 양산차 엔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한다. 모든 기술을 100%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경주차 엔진 기술을 일부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해결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즉, 기술 내재화라는 것은 어떤 문제에 접근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모터스포츠 기술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고 성능까지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 내재화 외에 또 다른 내재화도 있다. WRC 참가 이후 연구원들의 역량이 좋아진 점이다. 과거에는 고성능 엔진을 개발할 연구원들의 역량과 경험이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연구원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양산차 엔진을 개발할 때 부족했던 한계 성능과 내구성을 충족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과거와 달리 WRC를 통해 공격적인 접근법을 배웠고, 그 방식을 양산차 엔진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연구원들의 생각이 기존 틀에서 벗어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내재화 덕분에 모터스포츠 기술의 내재화와 최적화가 보다 용이해졌다.



Q. 엔진 개발 측면에서, 현대차가 WRC에 출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고성능 이미지 제고와 기술 내재화다. 한 마디로 WRC 참가는 기술 향상을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터스포츠 기술을 양산차에 내재화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예를 엔진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WRC 경주차에 쓰이는 엔진은 일반적으로 양산차 엔진 대비 출력이 훨씬 세다. 현대차가 엔진을 포함해 모든 것을 직접 개발한 i20 쿠페 WRC 랠리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강한 엔진을 얹은 경주차가 WRC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현대차의 고성능 엔진 개발 역량이 자연스럽게 알려진다. 전에 없던 고성능 이미지가 만들어지면서 기술력까지 과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터득한 기술은 고성능 양산차 엔진의 성능을 높이는데 활용된다. 또한, 가혹한 조건을 달리는 WRC에서 습득한 내구성 향상 기술로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현대차는 WRC 경주차의 엔진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를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Q. 경주차와 양산차, 두 엔진의 지향점은 완전히 다르다. 이런 차이가 기술 내재화에도 영향을 줄까?


양산차는 전 세계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팔린다. 그래서 다양한 환경과 운전자에 대응해야 한다. 현대차의 양산차 엔진은 30만km 내구 성능을 목표로 개발되고, 이에 대한 자신감으로 북미 기준 16만km 보증을 제공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엔진 개발 시 평가 항목도 매우 다양하다.


반면 경주차 엔진은 필요 조건이 상대적으로 적다. 고회전과 고부하 조건만 만족시키면 된다. 또한 WRC 경주차 엔진은 규정상 7,500km의 내구 성능만 충족해도 된다. 즉, WRC 경주차 엔진은 짧고 굵게,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면 된다. 이렇게 다른 조건 때문에 경주차의 엔진은 특수 소재를 아낌없이 써서 만든다.


그러나 양산차 엔진은 이렇게 만들 수 없다. 경주차 엔진처럼 특수 소재를 쓰면 좋지만 그만큼 가격이 불필요하게 비싸지기 때문이다. 대신, 경주차 엔진을 개발하며 터득한 기술을 일부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양산차의 완성도를 높인다. 고회전, 고부하를 견뎌내는 기술을 양산차에 내재화 하면 내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WRC 경주차의 냉각, 연소, 강성 강화, 저마찰 기술 등이 양산차의 엔진에 적용된다


Q. 실제 WRC 기술이 양산차의 엔진에 내재화된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가속을 할 때 가속 응답성을 높여주는 오버부스트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고도의 터보차저 제어 기술이 바로 경주차에서 비롯됐다. 경주차 엔진을 개발할 때 내구성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일시적으로 부스트를 높이는 기술을 연구한 덕분에 적용할 수 있었다. 또한 고성능 터보 엔진의 경우 출력이 높아 노킹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양산차 엔진의 노킹 방지에도 경주차의 냉각이나 연소계 관련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내구성 관점에서도 양산차 엔진에 경주차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많다. 실린더 헤드와 실린더 블록의 강성 강화, 냉각계 개선을 위한 최적화 설계, 실린더 헤드 개스킷 최적화 작업 등이 있다. 경주차 엔진은 엔진 회전수를 높여 고출력을 만들다 보니 냉각수와 오일 온도가 높다. 따라서 베어링이나 크랭크축, 밸브 트레인 쪽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 여기서 얻은 설계나 가공 기술을 양산차의 엔진에 적용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경주차의 저마찰 기술을 양산차 엔진에 적용해 연비 향상의 결과를 얻기도 한다.



WRC 참가 이후 현대차의 엔진 성능은 확연하게 개선됐다


Q. 연구원 입장에서 현대차가 WRC 활동을 시작한 후 양산차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체감하는가?


그렇다. WRC 경주차의 고성능 엔진 기술이 자연스럽게 양산차에 내재화되면서 엔진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특히, 터보 엔진의 성능은 경쟁 업체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현대차의 내구성 기준은 매우 높고 까다롭다. 이를 통과한 타 업체의 터보 엔진이 없을 정도다. WRC 활동을 기점으로 현대차의 엔진은 확실히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WRC 섀시 기술 내재화로 짜릿한 감성을 전달한다”

- 샤시담당 김무상 전무


샤시담당 김무상 전무는 WRC 경주차의 섀시 기술을 적용한 양산차를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Q. 섀시 개발 측면에서 현대차가 WRC에 출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가 WRC에 참가하는 것은 고객에게 전에 없던 감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말하는 감성이란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짜릿한 재미와 스릴을 선사하는 고성능차가 필요하다. 즉, 새로운 감성 전달을 위해서는 섀시 성능이 뛰어난 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WRC 참가는 고객에게 현대차의 고성능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으로도 볼 수 있다. 가령 WRC 경주차의 멋진 경기 모습에 매료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현대차의 고성능 모델을 찾는다. 실제 고객이 WRC 경주차의 기술이 내재화된 고성능 모델에 직접 앉아 짜릿한 감성을 경험하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판매량 증가라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이어진다.



섀시 기술의 내재화는 값비싼 부품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이 아닌, 기술과 노하우의 적용을 의미한다


Q. 섀시 분야로 한정했을 때, WRC 경주차와 양산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차이가 기술 내재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경주차는 코스에 따라 매번 섀시 설정을 바꿔 경기에 임한다. 반면, 양산차는 주행 환경에 맞추어 섀시 설정을 일일이 바꿀 수 없다. 게다가 불특정 다수의 운전자와 다양한 노면까지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양산차의 섀시는 범용적으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경주차와 양산차 사이에 공통점도 있다. 빨리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춰야 한다는 점이다. 경주차의 주행 성능은 양산차보다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경주차의 섀시 부품과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면 성능이 비약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경주차의 섀시 부품과 기술을 100% 양산차에 적용할 수는 없다. 부품 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또한 경주차는 승차감을 고려하지 않지만, 양산차는 승차감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경주차의 기술을 양산차에 일부만 내재화하거나, 경주차의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고성능 양산차의 경우, 경주차의 기술을 내재화한 뒤 끊임없는 조율 과정을 거친다


Q. WRC의 섀시 튜닝 기술이 양산차에 적용된 사례가 있을까?

내재화 과정을 거쳐 섀시를 개발한 양산차 중 일부 고성능 모델은 뉘르부르크링 등 까다로운 서킷에서 섀시 성능을 더욱 특별하게 조율한다. 더 빨리 달리고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리고 다양한 노면을 달리며 안락함까지 잡는 방향으로 섀시를 튜닝한다. 이런 특성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경주차의 기술을 일부 내재화한 기술이 바로 ECS(Electronic Controlled Suspension)라는 전자 제어 서스펜션이다. ECS를 사용하면 경주차의 섀시를 노면 조건에 따라 바꾸는 것처럼 여러 주행 환경에 맞춰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바꿀 수 있다.

특히 고성능 N 모델은 ECS를 통해 운전 재미가 극대화된다. 짜릿한 코너링(Corner Rascal), 레이스 트랙 주행 능력(Race Track Capability), 일상 속 스포츠카(Everyday Sports Car) 같은 3가지 속성으로 대변되는 고성능 N 브랜드의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 철학이 ECS로 구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WRC 경주차의 섀시 기술을 100% 내재화한 것은 아니지만 경주차의 철학과 속성을 반영한 덕분에 운전 재미를 극대화한 차를 만들 수 있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WRC 경주차의 기술 내재화 사례는 무엇인가?

섀시 강성 부분이 있다. 정확하고 민첩한 주행 성능을 위해서는 섀시 강성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휠과 타이어가 체결되는 액슬이 섀시 강성에 큰 영향을 준다. 경주차 설계 경험이 고성능차의 액슬 제원 설정 단계부터 체결 구조, 형상 설계 단계까지 강성 확보를 위한 설계안에 바탕이 됐다. 덕분에 서킷에서의 강한 횡력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만큼 섀시 강성이 크게 개선됐다. 또한, R&H 개발 초기 단계에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서스펜션 키네마틱 특성을 설정할 수 있도록, 경주차에 적용중인 지오메트리 가변 너클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브레이크 시스템에도 WRC 경주차의 기술을 반영했다. 강한 제동력을 위해서는 브레이크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냉각이 잘 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WRC 경주차는 냉각용 덕트를 앞 범퍼와 브레이크 디스크 사이에 설치해 냉각 성능을 향상시킨다. 이 원리를 i30 N과 벨로스터 N에 각각 냉각 덕트, 에어 가이드로 적용했다. 덕분에 두 N 모델은 가혹한 서킷 주행에서도 최적의 제동력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WRC를 통해 역량과 눈높이가 높아진 연구원들의 노력이 벨로스터 N 같은 고성능 양산차에 반영됐다


Q. 최근 10년 사이 현대차의 섀시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 모든 게 WRC 활동으로 축적한 기술력을 내재화한 결과일까?


WRC로부터 확보한 기술력이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과 관련된 부분이 전부가 아니다. 과거에는 차를 만들면서 최고속도를 염두에 둘 필요도, 강한 선회 성능을 고려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WRC에 참가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회사 전체의 눈이 많이 높아졌다. 특히 연구원들의 기준이 많이 높아지고 생각의 폭도 넓어져 과거와는 다른 수준의 차를 만들 수 있었다.


엔진개발센터 주성백 상무와 샤시담당 김무상 전무의 말처럼 현대차가 WRC에 참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WRC 무대를 휩쓰는 강력한 경주차를 만들고, 여기에서 축적한 기술을 양산차에 반영해 고객에게 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의 이런 노력은 여러 긍정적인 변화를 낳고 있다. 현대차의 엔진과 섀시 성능이 전세계 여러 기관과 언론 매체가 호평할 정도로 발전한 게 좋은 예다. WRC에 대한 현대차의 도전이 멈추지 않는 한, 현대차 각 모델의 완성도는 끊임없이 개선될 것이다.


한편, 다음 시간에는 경주차와 양산차를 함께 개발한 연구원들과 함께 살펴본 섀시 및 엔진 관련 기술 내재화 사례를 다룬 콘텐츠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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