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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Sep 11. 2020

WTCR, 드디어 2020 시즌 개막에 돌입하다!

WCTR, 9월 12~13일 벨기에 1라운드를 시작으로 2020시즌 돌입


코로나19 사태는 모터스포츠계까지 꽁꽁 얼려놓았다. 수많은 크루가 움직이고 대규모 관중을 동원해야 하는 이벤트 특성상 전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멈춰 있을 수만은 없다. 우선 F1은 오스트리아를 시작으로 이동이 편한 유럽을 중심으로 캘린더를 새로 짰다. 그리고 9월 4~6일 에스토니아에서 시즌을 재개한 WRC에서는 현대팀 소속 오트 타낙이 승전보를 알려왔다. 이제는 WTCR의 차례다.



현대차는 WTCR 출범과 동시에 데뷔해 놀라운 성적을 거둬왔다


WTCR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산차로 서킷에서 실력을 겨룬다는 점이 매력이다. 기존 WTCC가 TCR 규정을 도입하면서 WTCR이라는 이름으로 2018년 출범했다. 현대자동차는 C 세그먼트 해치백인 i30를 베이스로 경주차를 개발해 이 치열한 전쟁터에 뛰어들었고, 첫해부터 놀라운 성적을 쏟아냈다. 2018년 BRC팀의 가브리엘 타퀴니가 i30 N TCR을 타고 드라이버즈 챔피언에, i30 N TCR을 사용하는 이반 뮐러 레이싱이 팀 챔피언에 오르며 사실상 현대차가 모든 타이틀을 독식한 것이다. 이듬해에도 i30 N TCR로 출전하는 BRC팀의 노버트 미첼리즈가 드라이버즈 챔피언에 오르는 등 현대차에서 선보인 경주차는 WTCR 출범과 함께 그 탁월한 성능을 전 세계에 알렸다.




급하게 새로 구성한 2020 시즌 캘린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WTCR 일정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이번 시즌 WTCR은 4월 5일 모로코 마라케시를 시작으로 헝가리, 독일, 슬로바키아, 포르투갈, 스페인, 중국, 한국, 마카오, 말레이시아 등 10개 라운드의 30개 레이스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개막전부터 줄줄이 취소되고 이후 몇 개월간은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이제는 많은 모터스포츠가 재개됐지만 이동과 방역, 무관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등 갖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여러 나라를 이동해야 하는 F1과 WRC의 경우 유럽을 중심으로 새롭게 일정을 짜야 했다.

WTCR은 9월 12~13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링을 개막전으로 하는 새로운 캘린더를 발표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걱정한 잘츠부르크링 측에서 갑작스럽게 경기 불가를 통보했다. 때문에 개막전 무대가 급하게 벨기에 졸더 서킷으로 변경됐다.



올 시즌 WTCR은 코로나19로 인해 6개 라운드로 단축 진행된다


올 시즌 WTCR은 9월 12~13일 벨기에를 시작으로 9월 24~25일 독일, 10월 10~11일 슬로바키아, 10월 17~18일 헝가리, 10월 31일~11월 1일 스페인, 11월 14~15일 이탈리아 순으로 진행된다. 6개 라운드 16개 레이스로 지난해에 비해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주 만에 모든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매우 촉박한 일정이다. 팀간 운영 예산 절감을 돕고자 라운드 당 결승 레이스 일부를 기존 3개에서 2개로 줄이고 예선도 한 번만 치른다. 대신 결승 레이스 길이가 다소 늘어난다.




올해의 무대가 될 서킷들


일정 변경의 여파로 WTCR 개최지도 달라졌다


새로이 개막전 무대로 결정된 졸더 서킷은 1963년 개장해 70~80년대에 F1 벨기에 그랑프리를 치룬 전통의 서킷이다. 2010년과 2011년에는 WTCC 벨기에 라운드를 개최했기에 WTCR과도 인연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4 라운드인 뉘르부르크링, 슬로바키아링, 헝가로링은 지난해 그대로다. 독일 뉘르부르크링은 오래된 노르트슐라이페와 GP의 복합 코스로 한 랩이 25km를 넘기 때문에 3랩이면 경기가 끝난다. 뉘르부르크링 24시간의 서포트 경기로 5월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함께 9월로 연기됐다.



공항과 인접한 슬로바키아 서킷은 색다른 풍경으로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공항 인근에 자리 잡은 슬로바키아링은 2009년 완공된 비교적 신생 코스다. 1랩이 5.922km이며 전체적으로 삼각형을 이룬다. F1 헝가리 그랑프리의 무대이기도 한 헝가로링은 타이트한 코너와 급제동 구간이 많고, 추월이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이 때문에 ‘빌딩 없는 모나코’로 불린다.


스페인 라운드는 WTCR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WTCC 시절(2005~2012년), 모두 발렌시아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라곤 서킷(모터랜드 아라곤)이 무대다. 스페인 아라곤주 알카니즈에 위치하며 F1 서킷 설계로 유명한 헤르만 틸케의 손길이 닿은 1랩 5.345km 코스로 구성된다. 최종전 이탈리아 라운드가 열리는 아드리아 인터내셔널 레이스웨이의 경우 1랩이 2.702km인 콤팩트 테크니컬 코스로 FIA GT와 DTM, F3 유로 시리즈 등을 유치한 경험이 있다. 또한 현대차의 고성능 N 모델들이 세이프티카로 활약하고 있는 최정상 바이크 대회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World SBK)이 열리는 서킷으로도 유명하다.




2020 시즌의 변화들


2020 시즌에는 타이어 제조사가 바뀌는 등 여러 가지 세부적인 변화가 있다


올해 WTCR에 대폭적인 규정 변경은 없다. 하지만 세부적인 변화는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각 팀의 크루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각 팀들의 운영 비용 절감 의도도 있다. 차량 1대 당 크루는 6명까지만 등록할 수 있으며, 실제 작업 인원은 차량 1대 당 5명으로 제한된다. 한 시즌에 사용할 수 있는 터보차저 개수도 4개로 줄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2010년 WTCC 이후 오랜만에 되살아난 루키 카테고리다. 말 그대로 신인을 위한 카테고리로, 23세 이하이면서 한 시즌 총 3개 레이스 이하에 출전한 인물에 한정된다.

타이어가 요코하마에서 굿이어로 변경된 점도 경주차 세팅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의 경우 개막전에 18 세트가 제공되고, 다음 경기부터는 12 세트로 줄어든다. 중고 타이어 사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2라운드에서는 최대 22세트, 3라운드부터는 26세트를 사용할 수 있다(새 타이어는 16개 제한).



시즌 축소와 함께 레이스에 참가하는 팀에도 변화가 생겼다


경주차와 관련된 가장 큰 변화는 무게 보상에 대한 내용이다. WTCR은 각 차의 성능 평준화와 치열한 경쟁 유도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성능 보상 옵션을 적용한다. 기존에는 예선과 경기 중 랩타임에 기반을 두었지만 올해부터는 예선 기록만을 따진다.

참가 팀에도 변화가 있다. 폭스바겐이 골프 GTI TCR로 참가하던 세바스티앙 뢰브 레이싱(S:R)이 WTCR을 떠났다. 세아트의 경우 신차 레온 콤페티시옹 TCR을 투입했다. 지난해 쿠프라를 썼던 PWR 레이싱이 빠지고, 헝가리의 젱고 모터스포츠가 레온으로 참가한다.

지난해 챔피언 팀인 사이안 레이싱의 엔트리는 이반 뮐러, 얀 앨란처, 테드 비요르크 등 작년과 같다. 사실상 현대팀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그밖에 르노 메간 RS TCR을 투입하는 부코빅 모터스포츠, 알파로메오 줄리에타를 사용하는 팀 뮬산 등이 있다.




더욱 밀도를 높인 현대자동차 진영


이번 시즌 현대차 i30 N TCR은 BRC와 엥슬러 모터스포츠팀을 통해 참전한다


WTCR 최강자로 자리한 i30 N TCR 경주차는 작년과 같이 2팀이 선택, 총 4대가 출전한다. 하지만 다소 변화가 있다. 지난해에는 BRC 레이싱팀 혼자 2개 팀을 구성해 4대의 경주차를 관리했지만 올해는 2대 체제로 압축하고, 새로이 엥슬러 모터스포츠팀이 i30 N TCR을 선택하여 참가를 결정했다.


타퀴니와 미첼리즈는 BRC 현대 N 루크오일 스쿼드라 코르세팀으로 참가한다. 이탈리아의 BRC는 현대차 WTCR 활동의 강력한 파트너다. WTCR 참가를 위해 현대차의 경주차를 선택함은 물론, 실질적으로 고성능 N 차량 개발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해당 팀 소속 노버트 미첼리즈는 디펜딩 챔피언이며, 노장 타퀴니는 2018년 챔피언에 올랐었다. 두 선수 모두 두말 할 것 없이 올해 유력한 챔피언 후보다.


엥슬러 현대 N 리퀴몰리 레이싱 팀의 드라이버인 니키 캐츠버그는 지난해 BRC 루크오일 레이싱에서 시즌 내내 i30 N TCR을 몰았고, 루카 엥슬러 역시 같은 팀으로 마카오에 단발 출전한 인연이 있다. 모체가 되는 엥슬러 모터스포츠는 2005~2012년에 WTCC에서 활약하며 2011년 챔피언에 오르기도 한 강팀이다. 또한 2019년 TCR 아시아와 TCR 말레이지아에서 동시에 챔피언을 차지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시즌 종합 우승의 쾌거를 이룬 미첼리즈는 2020 시즌 개막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BRC의 가브리엘 리조 감독은 2020 시즌 시작에 앞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팀 전원이 오랜 휴식을 끝내고 WTCR에 복귀하기를 원합니다. 짧은 기간에 6개 이벤트를 소화하는 것은 확실히 힘든 일이지만, 착실하게 준비했습니다. 개정된 일정에는 새로운 서킷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우리의 홈 레이스가 될 아드리아 인터내셔널 레이스웨이에서 스릴 넘치는 최종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i30 N TCR로 또 다시 성공적인 시즌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챔피언인 미첼리즈는 시즌 시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WTCR을 쉰지 벌써 8개월이 넘었습니다. 너무 그립습니다. 테스트 주행도 좋기는 하지만 레이스와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니까요. 이미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며 좋은 출발을 자신합니다. 개인적으로 벨기에 졸더 서킷을 좋아합니다. 브레이크 사용을 아끼고 차의 밸런스를 잘 잡아야 합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우승이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WTCR에 도전한 이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 타퀴니도 자신감을 표출했다


노장 타퀴니는 이번 시즌에 생긴 변화를 걱정하면서도 이탈리아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타이어가 완전히 달라졌고, 경쟁차들과 함께 테스트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새로운 일정에는 유럽의 좋은 서킷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드리아에서 홈 경기를 하게 되어 무엇보다 기쁩니다. 우리에겐 완전히 새로운 코스지만 오랜만에 찾는 이탈리아라서 좋습니다. 2018년은 물론 지난해도 마무리를 잘 했습니다. 올해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경주차, i30 N TCR


i30 N TCR은 2년 연속 WTCR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현대차 i30 N TCR은 서킷 레이싱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담고 있다. 바닥에 닿을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끌어내린 스커트와 립 스포일러, 그리고 지붕 높이의 리어윙과 실내를 가로지르는 롤케이지 등이 서킷 전용 경주차임을 말해준다. i30 N TCR은 2016년 가을 개발을 시작해 2017년 첫 테스트 차량이 완성됐고, 2018년부터 WTCR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줄줄이 따내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규정이 그대로라 기술적인 큰 변화가 없다. 4기통 1998cc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50마력, 최대토크 450Nm를 내며, 6단 시퀀셜 변속기를 거쳐 앞바퀴를 굴린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이며 과격한 제동에 대비해 브렘보제 캘리퍼(앞 6, 뒤 2 피스톤)를 갖추고 있다. i30 N TCR은 독일 알제나우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포츠에서 생산되며 가격은 12만8,000 유로부터 시작한다. WTCR에는 4대만이 엔트리할 수 있지만, 전 세계에서 TCR 규정을 따르는 수많은 투어링카 시리즈가 열리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i30 N TCR은 최강이자 최고 인기의 경주차다. 참고로 i30가 팔리지 않는 북미 시장에는 벨로스터 N TCR이 있다.



현대차는 이번 시즌에도 챔피언 트로피를 노린다


현대차는 이번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챔피언 후보다. 디펜딩 챔피언 미첼리즈, 백전노장이자 2018년 챔피언인 타퀴니가 건재하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소속된 BRC는 출전 대수를 2대로 압축하면서 온전히 이 두 선수에게 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BRC팀의 홈 그라운드 이탈리아 라운드 추가된 것도 좋은 소식이다. 현대차의 i30 N TCR이 2018, 2019년과 마찬가지로 WTCR 대회마다 포디움 정상에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글 솜씨 없음을 한탄하면서도 미련을 놓지 못한 것이 벌써 27년이다. <카비전>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자동차생활>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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