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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Nov 20. 2020

현대차가 WRC의 우승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달려온 길

제조사 부문 챔피언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고 있는 현대팀 성적의 비결


2019년 11월 13일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이 사상 최초로 2019 시즌 WRC 제조사 부문 챔피언을 획득했다는 소식이었다. 현대자동차가 독일 알제나우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세운 게 2012년, WRC에 다시 출전한 게 2014년이니, 약 6년만에 이룬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지금, 현대팀은 올 시즌에도 제조사 부문 챔피언을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올라 있다. 12월 3일부터 개최되는 이탈리아 몬자 랠리 한 경기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현대팀은 제조사 부문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하지만 2위 토요타팀과의 점수 차이는 단 7점이다. 그 정도로 올 시즌 WRC는 그 어느 시즌 못지 않게 치열하다.

그러나 현대팀의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챔피언 등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시즌 중단 및 일정 단축 등 여러 변수를 슬기롭게 대처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아울러 시즌 후반기 팀의 경기력도 급상승하고 있다. 현대팀이 그동안 WRC 무대에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알게 된다면,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챔피언 등극의 길이 멀지 않았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WRC 재참가,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


2012년, 현대차는 독일에 모터스포츠법인을 세워 WRC 재참가를 위한 빈틈없는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현대팀은 사상 첫 WRC 제조사 부문 챔피언을 차지했다. 이는 2014 시즌 WRC 재참가 이후 여섯 시즌 동안 멈추지 않고 경쟁력을 강화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무대에 2014년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진 신생팀 현대차가 불과 6년만에 WRC의 유력한 우승 후보 위치에 자리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 그리고 시행착오가 반복됐다. 현대차가 WRC에 복귀한 것은 2014 시즌이지만, 이미 그 전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지고 있었다. 예컨대 2012년 가을, 파리 모터쇼에서 WRC 복귀를 선언한 후 자체적으로 경주차를 개발하는 등 물밑 준비를 착실히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유럽에서 판매 중인 소형 해치백인 i20를 바탕으로 i20 쿠페 WRC가 탄생했다. 현대팀의 본거지는 독일 내 모터스포츠법인이었지만, 경주차 개발은 한국의 남양연구소가 주도했다.



티에리 누빌(우)과 코드라이버 니콜라스 질술은 현대팀의 WRC 복귀 시즌인 2014년, 독일 랠리에서 첫 우승을 기록하며 현대차의 이름을 전세계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그 사이 여러 인재들의 영입도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데뷔 시즌인 2014년도에는 티에리 누빌과 다니 소르도가 합류했다. 이들은 6년 동안 헌신하며 현대팀이 우승 전력을 갖추는데 큰 힘을 보탰다. 특히 티에리 누빌은 2014 시즌 아홉 번째 경기인 독일 랠리에서 현대팀에 사상 첫 우승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 때의 우승은 WRC, 그리고 전세계 모터스포츠 업계에 현대차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17 시즌 현대팀은 새로운 i20 쿠페 WRC 랠리카를 투입하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2018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제조사 부문 2위에 머물러야만 했다. 물론 티에리 누빌은 i20 쿠페 WRC 랠리카에 올라 거침없는 질주를 하며 2017 시즌 4승, 2018 시즌 3승을 거두는 등 빼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치열했던 2019 시즌, 사상 최초의 제조사 부문 챔피언 등극


2019 시즌, 현대팀은 감독을 안드레아 아다모로 교체하고, 랠리의 전설 세바스티앙 로브를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2019 시즌을 앞두고 현대팀은 또 다시 전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가장 먼저, 그동안 현대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미쉘 난단 감독의 후임으로 안드레아 아다모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드라이버 쪽에서도 전력 보강이 이뤄졌다. 9년 연속 WRC 챔피언을 차지한 랠리의 전설 세바스티앙 로브가 현대팀에 합류한 것이다. 세 시즌 연속 제조사 부분 2위라는 결과에서 알 수 있듯, i20 쿠페 WRC 랠리카는 성능과 내구성 면에서 완벽히 검증을 마친 상태였다.


현대팀의 전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그리고 시즌 첫 번째 경기인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누빌이 2위, 2019 시즌 새롭게 합류한 세바스티앙 로브가 4위를 차지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시즌 두 번째, 세 번째 경기에서 현대팀은 잠시 주춤하며 팀 부문 순위가 3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네 번째 경기인 프랑스 코르시카 랠리부터 전력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티에리 누빌이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며 팀 부문 순위에서 1위로 올라선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시즌 다섯 번째 경기인 아르헨티나 랠리에서 누빌이 또 다시 우승하며 팀 부문 순위에서 2위와의 격차를 37점으로 크게 벌렸다.



2019 시즌, 현대팀에 고비가 찾아왔지만 스페인 랠리에서 모든 선수가 고른 활약을 펼치며 팀 부문 챔피언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 현대팀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시즌 아홉 번째와 열 번째 경기인 핀란드와 독일 랠리에서 현대팀의 드라이버가 단 한 명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하며 2위와의 격차가 8점까지 줄었다. 다행히도 이어진 터키 랠리부터 현대팀의 전력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즌 열세 번째 경기인 스페인 랠리에서 티에리 누빌이 우승을 차지하고, 다니 소르도와 세바스티앙 로브가 각각 3, 4위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그 결과, 현대팀은 스페인 랠리에서만 40점을 추가하며 제조사 부문 순위에서 2위 토요타와의 격차를 18점으로 벌릴 수 있었다.



예기치 않은 산불로 호주 랠리가 취소되며 현대팀은 사상 최초로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현대팀의 사상 첫 WRC 제조사 부문 우승은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해 조금 더 일찍 확정됐다. 2019 시즌 최종전인 호주 랠리가 대형 산불로 인해 취소된 것이다. 때문에 현대팀은 스페인 랠리까지의 결과를 바탕으로 2019 시즌 WRC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2014 시즌 WRC에 재도전한 뒤 여섯 시즌 만에 이룬 쾌거였다. 무엇보다 WRC 역사에 대한민국 자동차 제조사의 이름이 최초로 새겨졌다는 점에서 현대팀의 챔피언 등극은 의미하는 바가 많다.



현대팀은 시즌 후반기 상승세를 이어가며 마침내 제조사 부문 순위 1위를 탈환했다




기분 좋게 시작한 2020 시즌,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변수


지난 시즌 드라이버 챔피언 오트 타낙이 합류한 2020 시즌 현대팀의 전력은 그 어느 때보다 막강했다


현대팀은 지난해 2019 시즌 제조사 부문 챔피언을 확정 지은 뒤, 곧바로 타이틀 방어 준비에 착수했다. 시작은 드라이버 쪽의 전력 보강이었다. 현대팀은 이미 2016 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 드라이버 부문 2위를 차지한 티에리 누빌, 6년 동안 팀과 함께한 베테랑 다니 소르도, 랠리의 전설 세바스티앙 로브 등으로 막강한 드라이버 라인업을 구축했다. 여기에 2020 시즌부터는 2019 시즌 WRC 드라이버 챔피언인 오트 타낙이 합류해 라인업이 한층 막강해졌다. 또한, 지난 시즌 제조사 부문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기술력이 절정에 달한 i20 쿠페 WRC 랠리카의 완성도 역시 올 시즌을 앞두고 한층 강력해졌다.



현대팀, 그리고 티에리 누빌은 커리어 최초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하며 2020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이처럼 현대팀은 제조사 부분 챔피언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의 전력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한결 강력한 팀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2020 시즌 첫 번째 경기인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그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티에리 누빌이 최초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하며 현대팀의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챔피언 등극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그러나 시즌 초반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시즌 세 번째 경기인 멕시코 랠리까지 제조사 부문 2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드라이버들마다 성적이 들쑥날쑥하며 경기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현대팀의 2년 연속 챔피언 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그로 인해 멕시코 랠리 일정 축소를 시작으로, 2020 시즌 WRC는 6개월 간의 의도치 않은 휴식기에 접어들어야 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한 2020 시즌 후반기


재개된 2020 시즌에서 오트 타낙의 에스토니아 랠리 우승을 시작으로 현대팀은 기세를 끌어올렸다


9월에 시즌이 재개되며 현대팀은 가다듬은 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시즌 후반기 현대팀의 모습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재개된 세 경기에서 모두 더블 포디움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2019 시즌 챔피언 등극을 포함해 지난 몇 시즌 동안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쌓아온 전력과 노하우, 그리고 경험 덕분에 현대팀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펼칠 수 있었다.



현대팀은 2020 시즌 후반기 모든 경기에서 더블 포디움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챔피언 등극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후반기 상승세는 오트 타낙으로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고향인 에스토니아 랠리에서 현대팀 소속으로 첫 우승을 달성하며 팀의 분위기를 바꾼 것이다. 이어서 다니 소르도가 시즌 여섯 번째 경기인 이탈리아 랠리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티에리 누빌이 터키 및 이탈리아 랠리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크레이그 브린 또한 에스토니아 랠리에서 준우승을 기록했고, 세바스티앙 로브는 터키 랠리에서 3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처럼 시즌 후반기 현대팀은 모든 선수가 고른 경기력을 유지하는 한편, i20 쿠페 WRC 랠리카의 능력을 극대화하며 지난 시즌 챔피언 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현대팀은 시즌 후반기 상승세를 이어가며 마침내 제조사 부문 순위 1위를 탈환했다


그리고 현대팀은 시즌 여섯 번째 경기인 이탈리아 랠리에서 한 경기 획득 가능한 최대 점수인 43을 추가하며 팀 부문 순위에서 토요타팀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시즌 중반부의 경기력 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를 극복하고 얻은 값진 결과였다. 드라이버 부문에서는 티에리 누빌과 오트 타낙이 각각 3, 4위에 머물러있지만, 산술적으로 역전 우승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현대팀이 올 시즌 남은 마지막 경기인 몬자 랠리에서 2년 연속 챔피언 등극이라는 희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해본다


다사다난했던 2020 시즌 WRC는 이제 이탈리아 몬자 랠리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팀 부문 순위 1위에 올라 있는 현대팀과 2위 토요타팀의 점수 차이는 단 7점이다. 때문에 남은 한 경기로 챔피언의 향방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시즌 후반기 경기력이 급상승 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우승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지난해 11월 13일 호주에서 전해온 소식처럼, 현대팀이 올해 12월 6일 이탈리아 몬자에서 WRC 제조사 부문 챔피언 등극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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