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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Nov 01. 2017

영화 속에 나온 그 차

자동차는 영화나 드라마 속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수없이 많은 씬에 등장하기 때문에 에피소드의 진행에 큰 역할을 하죠. 게다가 소형차, 올드카, 스포츠카 등 차의 성격에 따라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도시를 종횡무진하는 추격씬의 짜릿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군요. 등장인물만큼 강한 임팩트를 주는 영화 속 자동차들을 찾아봤습니다.



베이비 드라이버: 꿈의 레드 스포츠카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명곡 ‘Baby Driver’는 초보운전자의 사랑스러운 여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하지만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는 초보운전자의 조심스런 떨림과는 거리가 먼, 천재 드라이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은행 강도의 탈주를 돕는 프로페셔널이죠.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의 궁극을 보여줍니다. 특히 초반 5분의 탈주 장면은 환상적이기까지 합니다. 새빨간 스바루 WRX를 탄 주인공은 이 스포츠카를 자유자재로 운전하면서 대도시의 고속도로와 골목을 누빕니다. 경찰 헬기가 추적하는 와중에 반대 차선에서 달리고 있는 색상이 같은 새빨간 승용차 두 대를 발견하자, 터프하게 유턴해서는 그 차들과 섞여 순서를 뒤바꿔 터널 밖으로 나오는 장면은 가히 압도적입니다. 그리고 새삼 영상 속에서 멋있게 등장하는 차들은 대체로 붉은 색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매혹적이면서 위험하고, 도발적이면서 우아한 컬러. 누구나 언젠가는 새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싶은 꿈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줄거리 : 귀신 같은 운전 실력,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긴 그에게 음악은 필수. 그러던 어느 날 운명 같은 여인 데보라를 만나게 되면서 베이비는 새로운 인생으로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킹스맨 시리즈: 뜻밖의 런던 경찰차


얼마 전 <킹스맨: 골든 서클>이 개봉하고 꽤 인기를 얻었죠? B급 액션에 영국식 유머를 끼얹는 방식이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잔인하지만 웃기는 장면들이 괴상한 감각을 건드리는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 요소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느냐’가 영화를 즐기는 관건이 됐을 것 같군요. 물론 영화의 성공이 단지 비주얼 임팩트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자신감과 자만심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한 청년이 제대로 된 에이전트로 성장하는 내용이죠. 그 과정에서 존경하는 선배를 잃기도 하고, 사랑하는 여자와 감정적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한 청년의 성장이라는 이야기의 뼈대 위에 권총 액션과 블랙 유머를 뒤섞은 전략이 성공한 셈이죠. 원작이 만화라는 점 또한 매력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장된 액션과 폭발 장면, 자동차 추격전 등이 초 단위로 등장합니다. 영화의 첫 편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반가운 차가 등장하는데, 바로 영국 경찰차로 출연한 현대의 i40입니다. 실제 영국에서는 i30를 경찰차로 쓴다고 하네요. 여전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한국어 간판이나, 한국 자동차, 한국말이 들리면 매번 반갑고 그렇습니다. 이젠 좀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말이죠. 제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봅니다.

줄거리 : 동네 패싸움 전문에 직장은 가져본 적도 없는 루저 에그시는 전설적인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의 눈에 띄어 국제 비밀정보기구 ‘킹스맨’의 후보 면접을 보게 된다. 위험천만한 훈련을 통과해 최종 멤버 발탁을 눈 앞에 둔 에그시는 강력한 악당 발렌타인을 만나 사투를 벌인다. 



라라랜드: 오랜 친구를 닮은 자동차


온 국민을 러블리한 감수성에 빠뜨린 영화 <라라랜드>는 자신의 꿈을 좇아 대도시로 이주한 남녀가 사랑을 하고 헤어졌다가, 성공한 뒤 다시 마주치게 되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사랑스럽고 애틋하고 안타까운 장면들이 이어지죠. 여주인공이 타는 차는 토요타의 프리우스입니다. 미국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자동차 중 하나라 평범한 도시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죠.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프리우스 역시 함께 고생했던 옛 동료를 보는 기분을 줍니다. 누구나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애쓰고 고생했던 시절이 있었죠. 당시에는 힘든 일 투성이었지만 지나고 보면 나름의 재미와 아름다움도 분명 존재했죠. 그래서 힘들었던 과거를 돌아보는 건 누추함보다 애틋함으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차 역시 주인공들의 과거를 보여주는 장치로 작용하며 따뜻한 감성을 전달합니다.

줄거리 :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는 첫 눈에 반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 간다. 청춘의 열정과 사랑을 그리며 대히트한 뮤지컬 무비.



비밀의 숲: 스마트한 자동차의 등장


올해의 한국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코 <비밀의 숲>을 고를 겁니다.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 같네요. <비밀의 숲>은 현재 한국이 당면한 문제, 현실과 비전을 동시에 보여줬습니다. 또한 배두나와 조승우라는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배우들이 나오고, 기존의 뻔한 캐릭터를 탈피한 인물을 보여줘 화제가 됐죠. 저는 특히 조승우가 연기한 황시목 검사의 올곧은 성격과 현실적 고뇌에 공감했습니다. 그토록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얼마만인지 곱씹다 보니 그의 옷이나 차에도 관심이 가더군요. 황시목 검사가 타는 차는 바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IG입니다. 8~90년대를 지나면서 각인된 ‘사장님의 차’ 이미지를 벗어 던진, 21세기에 어울리는 젊은 감각의 세단이죠. 조승우가 탔던 카키 메탈 컬러의 그랜저IG는 드라마의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현대 스마트 센스’라는 지능형 안전 시스템이 큰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죠. 수습으로 데리고 있던 검사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황시목이 잠시 차선을 이탈할 때, 경고음이 울리면서 차가 스스로 방향을 잡아주는 장면 말입니다. 억지스럽지 않고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PPL의 좋은 선례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 :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 그는 정의롭고 따뜻한 인성을 지닌 여형사 한여진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보이후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빠의 자동차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보이후드>는 굉장한 영화입니다. 만들어진 방식 때문인데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한 소년의 7살부터 18세까지 성장기를 고스란히 담고자 1년에 1주일씩 12년 동안 촬영한 영화입니다. 영상에 나오는 시간적 흐름이 특수분장이나 세트가 아닌, 세상이 변하고 배우가 실제 나이든 모습으로 그대로 담겼죠. 자유롭게 살아가면서 밴드 활동을 하는 주인공의 아빠는 에어컨도 없는, 폰티악의 구형 GTO를 타고 다닙니다. 이혼 후 멀어진 어린 아들에게 “네가 17살이 되면 이 차를 줄게”라고 말하죠. 아들은 17살이 될 때까지 그 약속을 기억하지만, 정작 아빠는 폰티악 GTO를 팔아버리고 SUV를 탑니다. 하긴 중년의 라이프스타일에는 그쪽이 더 적합하죠. 이를 계기로 아들과 아빠는 각자의 달라진 삶을 실감합니다. 12년 동안 영화를 찍은 폰티악 GTO는 실제로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소유한 자동차였다고 합니다.

줄거리 : 여섯 살이 된 메이슨 주니어와 그의 누나 사만다는 싱글맘인 엄마와 함께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아빠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두 아이를 데리고 캠핑을 가거나 야구장에 데려가지만 함께 살 수는 없다. 이혼한 엄마와 아빠 사이, 어린 소년은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성장담.



존윅: 대체 불가의 특별한 자동차


스타일리시한 권총 액션과 함께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영화 <존윅>은 만화적인 매력이 충만한 액션 영화입니다. 최근 2편이 개봉됐고, 내년에 3편이 예정된 성공한 시리즈물이죠.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은퇴한 청부살인업자는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모든 것을 애지중지합니다. 영상이 담긴 전화기를 비롯해 그녀와 살던 대저택, 함께 탄 자동차, 그녀가 죽은 뒤 유일한 가족이 된 강아지도 마찬가지죠. 자동차는 1969년형 포드 머스탱 보스 429로, 쉽게 구하기 어려운 고급 스포츠카입니다. 하지만 악당들은 존윅의 강아지를 죽이고 차를 훔쳐갑니다. 존윅이 이 악당들을 차례로 찾아다니며 암흑가를 피바다로 만들자 그들은 '대체 그까짓 강아지와 자동차가 뭔데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되묻습니다. 악당들 입장에서는 그 복수심을 이해할 수 없었죠.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애착이었습니다. 당신은 이 복수심을 이해할 수 있나요?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어떤 물건은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게 엄청나게 비싸든, 엉망진창의 고물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 : 전설이라 불리던 킬러 존 윅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면서 범죄의 세계에서 은퇴한다. 행복도 잠시, 투병 끝에 부인이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앞으로 부인이 죽기 전에 보낸 강아지 한 마리가 선물로 배달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집에 괴한들이 들이닥쳐 소중한 것들을 앗아가고 이 킬러는 복수를 다짐한다.



24: 반갑고 자랑스러운 자동차


앞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한국어 간판이나 한국 자동차, 한국말이 등장하면 괜히 반갑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아마도 미드 <24>가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의 광팬이었던 저는 미드를 보기 쉽지 않았던 시절에 여러 경로를 통해 실시간으로 드라마를 접하곤 했습니다. 당시 전무했던 설정과 엄청난 제작비는 물론, 액션과 특수효과를 보는 재미도 상당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나오는 차에도 관심이 많았는데요, 주요 조직인 CTU는 우락부락한 인상의 GMC 유칸과 시에라를 주로 타고 악당은 주로 토요타를 몬다는 것이 소소한 재미였죠. 2009년 방영된 시즌7에서는 제네시스와 싼타페가, 2010년 방영된 시즌8에서는 제네시스 쿠페가 비중 있게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 즈음부터 미국 드라마와 영화에 한국 자동차들이 등장했던 것 같아요. 제네시스와 현대자동차가 가격이 아닌 기능과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유수의 자동차 미디어에서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된 것도 이때쯤이었죠. 당시 차가 없었던 저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제네시스 쿠페를 사야겠다고 다짐까지 했으니까요. 그 이후로 다음엔 어떤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한국 자동차들이 등장할지 궁금해질 정도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기대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줄거리 : 대테러조직 CTU의 요원인 잭 바우어가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를 막기 위해 활약하는 내용을 담은 TV 시리즈. 한 시즌은 2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에피소드 한 편이 한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한 시즌이 하루 동안(24시간) 일어난 사건이 된다. 최고의 중독성을 자랑하는 미드.







글. 차우진


◆ 본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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