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서비스 로봇 ‘DAL-e(달이)’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술은 인간을 향한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친환경 수소전기차, 인간의 이동 제약 한계를 극복한 엘리베이트 콘셉트, 미래 도시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시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은 현대차그룹의 비전인 ‘인간을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를 구체화한 사례들이다.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한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기술도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진보해왔다. 로봇은 교통 약자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고 산업, 생활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첫 번째 서비스 로봇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서비스 로봇 DAL-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DAL-e는 현대차 송파대로지점에 이달부터 배치돼 고객들을 맞이하고 전시차를 소개한다. DAL-e와 같은 서비스 로봇은 시간 제약 없이 24시간 동안 활동이 가능하며 고객들에게 일관된 서비스로 브랜드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다양하다. 또한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특정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코로나 19 상황 속 대면 접촉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서도 한결 자유롭다.
DAL-e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해 고객과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이 있는 곳까지 스스로 이동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이 “헬로 달이”라고 부르면 DAL-e의 서비스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차량 설명해 줘”라고 말하면, “저는 투싼과 아반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어떤 차를 설명해 드릴까요?”라고 답변한다. 이어서 고객이 차량 종류를 선택하면 차량 근처로 이동한 뒤, 차량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전시장 내부의 미디어 월과 연동해 차량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영상을 재생하거나, 고객의 사진을 촬영해주는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지원한다. DAL-e가 찍은 사진은 휴대폰 문자로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이 전시장을 나설 때는 “전시장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 또 만나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고객을 환송한다.
DAL-e가 이처럼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이유는 ‘자연어 처리’ 기반의 실시간 음성 대화 시스템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은 원하는 내용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DAL-e의 디스플레이 장치를 손가락으로 터치해 각종 기능을 사용하거나, 눈과 몸통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로 DAL-e의 감정과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DAL-e는 친밀감을 높이는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를 통해 사람과 감성적으로 상호작용한다. 대화 내용에 맞춰 팔과 목을 움직여 적절한 모션을 취할 뿐만 아니라, 고객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페이스 트래킹(Face Tracking)’ 기능도 지원한다. 로봇이 다른 곳을 보고 대화한다면 상대방이 어색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면 인식 기술에 기반해 머리 부분에 장착된 두 개의 카메라 영상을 바탕으로 얼굴의 특징을 분석해 고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인식하고 착용을 안내하고 있다.
아울러 DAL-e에는 자율이동 기술도 적용됐다. 실시간으로 장애물을 회피하며 전시장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전력이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기를 찾아가 연결해 충전한다. 이를 위해 4개의 바퀴로 360° 방향 전환이 가능한 ‘전 방향 이동 플랫폼(Four Wheel and Independent Steering, 4WIS)’을 기반으로 장애물을 감지하는 2개의 라이다 센서를 장착했다. 4개의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므로 대각선 이동, 제자리 회전이 가능하며 이런 움직임을 조합해 피겨스케이트 선수와 같은 자유로운 움직임도 선보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송파대로지점에서 시범 운영을 통해 얻은 DAL-e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인공지능과 고객 응대에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DAL-e는 향후 전국 주요 영업 거점, 현대모터스튜디오, 직영 서비스센터 등 다양한 서비스 현장에서 더욱 새롭고 유쾌한 고객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다.
DAL-e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전시장에서의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현대차그룹의 독자 개발 서비스 로봇이다. DAL-e 개발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연구원들을 만나 DAL-e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Q. 로보틱스랩에서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로보틱스랩은 ‘인간을 향한 진보’라는 현대차그룹의 철학을 기반으로 로봇 산업을 선도할 다양한 로보틱스 기술을 연구한다. 인간에게 신체적인 도움을 주는 웨어러블 로봇 첵스(Cex), 벡스(Vex), 맥스(Mex)를 시작으로 전기차 충전 로봇, 서비스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래 로봇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신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Q. DAL-e는 어떤 배경에서 개발했나?
연구원들은 DAL-e를 개발하기 위해 먼저 자동차 판매 현장을 직접 찾아가 카마스터와 고객의 요구를 사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고객은 자동차 전시장을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는 비대면 로봇 서비스를 바랐고, 카마스터들은 로봇이 일부 업무를 분담해 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DAL-e는 자연어 대화시스템, 자율주행 기술 등을 적용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발부터 완성까지는 약 2년 반의 기간이 소요됐다.
Q.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하드웨어 모듈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각 모듈과 모듈이 통신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서비스 로봇 개발에 뛰어든 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모든 영역에서 선행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DAL-e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것을 고려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raphic User Interface, GUI)와 음성 사용자 인터페이스(Voice User Interface, VUI)를 콘텐츠 중심의 유연한 구조로 설계해야만 했다. 소프트웨어 설계에서는 리모컨, 관제 앱 등 로봇을 조작하는 채널이 다양한 점까지 고려해 로봇을 통제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다.
Q. DAL-e의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수준인가?
DAL-e는 고객의 주변에서 안전하게 이동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현대차·기아 브랜드의 이미지에 걸맞은 움직임과 제스처를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원들은 DAL-e만의 동작 특징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DAL-e에는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기술을 적용했다. 자율주행차는 주행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스스로 주행하는 반면, DAL-e는 실내에서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 등으로 공간을 측위해 스스로 길을 만들어 이동하는 차이점이 있다. 참고로 라이다는 앞에서 보았을 때 다리처럼 보이는 두 곳의 상단에 장착돼 있다.
Q. 해외 전시장에서도 DAL-e를 만날 수 있을까?
DAL-e의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언어를 적용하기에 매우 쉬운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DAL-e의 시범 운영 결과에 따라 해외 전시장에서도 활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해당 국가에 맞는 고객 응대 시나리오와 제스처 등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Q. 연구원이 생각하는 DAL-e의 매력은?
DAL-e는 공간인식 및 영상처리, 자연어 사용 등에 특화된 서비스 로봇으로, 고객과 직원 사이에서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조성한다. 마치 인턴 직원의 역할에 비유할 수 있다. 또한 사진 촬영 등 고객에게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경험도 선사한다. 앞으로는 DAL-e를 보기 위해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도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
Q. 앞으로 DAL-e와 같은 서비스 로봇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서비스 로봇의 대중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 적용하기는 이르다. DAL-e와 같이 특정 영역에서의 맞춤 서비스 기능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연구원들은 서비스 로봇의 적용 분야를 넓혀 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으며, 배송과 보안 등 특정 업무 영역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로봇과 관련된 인공지능 기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간다면, 머지않아 우리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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