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씨드가 독일 자동차 전문지의 비교 평가 무대에 올랐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uto Motor und Sport, 이하 AMS)>가 기아 씨드(Ceed)와 폭스바겐 골프, 포드 포커스 등 C세그먼트 해치백(이하 C해치백) 카테고리의 대표 최신 모델 2대를 비교 평가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C해치백은 유럽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차종이다. SUV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차체가 가볍고 무게 중심이 낮은 데다 실용성까지 뛰어난 까닭에 운전 감각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에선 여전히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관심도가 높은 차종인 만큼 성능, 실용성, 내구성, 경제성 등 유럽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해당 시장에서 자동차 회사들의 경쟁도 매우 치열한 편이다.
참고로 독일 자동차 전문지의 비교 평가는 자동차 회사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 만큼 냉정하다. 성능을 비롯한 차량 주요 수치의 꼼꼼한 검증, 자동차 전문 기자의 깐깐한 비평, 차량 상품성의 우위를 가르는 최종 평가의 순위까지, 비교 평가에 오른 차량들의 장점과 단점을 샅샅이 파헤친다. AMS의 비교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AMS는 <아우토 빌트(Auto Bild)>, <아우토 자이퉁(Auto Zeitung)>과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3대 자동차 전문지 중 하나로, 까다로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유럽 전역의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자동차 전문 언론 매체다.
AMS가 이번 비교 평가를 진행한 이유는 C해치백 카테고리에도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도입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 무대에 오른 기아 씨드(1.5 T-GDI 48V, GT Line)와 폭스바겐 골프(1.5 eTSI R-Line), 그리고 포드 포커스(1.0 에코부스트 하이브리드 ST Line X) 등 3개의 차종 역시 모두 1.5L 이하의 소형 터보 엔진에 48V 시스템과 전기 모터를 추가해 성능과 효율 모두를 개선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다. C해치백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기동성이 파워트레인 변경으로 인해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AMS는 이번 평가 범위를 바디, 안전성, 컴포트(안락함), 파워트레인, 주행 특성, 환경, 비용 등 총 7개 부문으로 나누고 세부 항목들을 평가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다른 비교 평가와 마찬가지로 평가 부문별로 평점을 매긴 후, 총점에 따른 순위를 공개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한 차량의 비교인 만큼, 이번 평가에서 가장 주목할 부문은 파워트레인과 주행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번 평가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파워트레인 부문에선 씨드가 95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AMS는 씨드에 대해 내리막은 물론 오르막에서도 엔진 회전수를 높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힘이 넘친다는 평가를 남겼다. 아울러 힘과 반응성, 가속감, 변속 성능, 추월 성능, 가속 성능 및 최고속도 등의 세부 항목에서 씨드에 최고점을 부여했다. 씨드의 뒤를 이은 건 93점의 골프였고, 포커스는 86점을 기록했다.
참고로 씨드는 이번에 AMS가 진행한 모든 가속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가령 0→ 100Km/h 가속에서는 8.4초의 기록으로 2위(골프, 8.8초)와 3위(포커스, 9.1초)를 각각 0.4초와 0.7초 차이로 따돌렸다. 차이는 목표 속도가 높아질 수록 더 커졌다. AMS가 측정한 씨드의 0→ 180Km/h 가속 기록은 29.7초로, 2위 포커스(32.7초)보다 3초, 3위 골프(33.5초)보다 3.8초가 빨랐다. 물론 씨드는 60km/h→ 100Km/h, 80km/h→ 120Km/h 등의 실용 가속 영역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씨드는 이번 평가에서 파워트레인 다음으로 중요한 주행 특성 부문에서도 골프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핸들링, 스티어링, 접지력(트랙션), 직진 안정성 등의 세부 항목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AMS는 ‘씨드의 핸들링은 활기가 넘치며 코너 주행에서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편안함보단 명확한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며, 절도감을 보여주는 섀시 덕분에 민첩한 움직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내용의 코멘트를 남겼다.
씨드는 공간 크기 및 활용성, 시야, 각종 장비의 조작 용이성, 품질 등 C해치백의 중요 특성인 ‘활용성’을 평가하는 바디 부문에서 101점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위(골프, 102점)와의 점수 차이는 1점에 불과했다. 특히 AMS는 씨드의 조작 용이성에 최고점을 부여하며 기아가 씨드에 터치 디스플레이와 함께 주요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물리 버튼도 함께 마련한 것에 대해 호평했다. 아울러 ‘조작 용이성에 대해선 폭스바겐이 기아에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주행 보조 기능, 제동 성능, 주행 안정성 등을 살펴보는 안전성 부문에서도 씨드는 106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1위(골프, 109점)와의 차이는 3점에 불과했으며, 안전성 부문의 총 7개 항목 중 주행 보조 기능을 포함한 안전장비 항목과 냉간 제동 성능(100km/h, 130km/h), 그리고 페달감과 주행 안정성 등 5개 항목에서 최고점을 차지했다. AMS는 특히 씨드의 냉간 제동 성능을 높게 평가하며 ‘포커스 대비 확연히 우수하다’는 말을 남겼다. 참고로 AMS가 측정한 씨드의 130km/h→ 0 냉간 제동 거리는 57.2m였다. 이는 2위인 골프보단 1m, 3위를 차지한 포커스보단 무려 2.7m나 짧은 기록이다.
컴포트 부문에서는 가변 제어 댐퍼(CDC)를 적용한 골프가 강세를 보였다. 씨드는 앞좌석 시트 안락성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지만 나머지 항목에선 평균치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평가에 참가한 씨드가 안락함보다는 민첩성을 강조한 GT Line 모델인 까닭이다. 환경 부문에서는 유일하게 배기량이 낮은 포커스(1.0L)가 1위를 차지했고, 씨드는 같은 1.5L 엔진을 얹은 골프를 1점 차이로 따돌리고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씨드는 장비 수준, 기본 가격, 정비 비용, 연료비, 보증 등을 따져보는 비용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다시 경쟁차들을 따돌렸다.
AMS는 총 7개 부문 48개 항목에 대한 세부 점수를 모두 공개했다. 이번 비교 평가의 최종 승자는 총점 900점 가운데 645점을 차지한 기아 씨드였다. 이는 이번 평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과 주행 특성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거둔 결과다. 씨드는 C해치백의 중요 특성인 활용성(바디)과 안전성 등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고, AMS는 씨드의 가속 성능, 조작 용이성, 핸들링, 민첩성, 제동 성능, 멀티미디어 사양 등을 높게 평가했다.
사실 기아 씨드에 대한 이런 호평이 처음은 아니다. 씨드는 2006년 데뷔 이후 ‘유럽 올해의 차’ C세그먼트 1위(2008년) 등 유럽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아울러 왜건(SW), 슈팅브레이크(프로씨드), 크로스오버(X씨드), 고성능(GT) 등 다양한 파생 모델과 함께 기아의 글로벌 판매를 견인하며 전 세계 수많은 언론 매체의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AMS 비교 평가에서의 1위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즉 친환경 파워트레인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반영한 결과이기에 한층 의미가 깊다. 전동화 내연기관 엔진부터 전기차까지, 기아의 입체적인 친환경차 전략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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