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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Feb 07. 2018

운전자가 길냥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몇 가지

추운 겨울 자동차 보닛을 파고드는 길고양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길에 사는 고양이는 흔히 도둑고양이로 불립니다. 쓰레기 봉지를 파헤치고 날렵하게 도망 다니는 모양이 미심쩍어 보였던 거죠. 하지만 고양이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한 인간을 먼저 공격하는 법이 없습니다. 전염병을 옮기지도 않고요. 인식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길고양이와 공생하기 위한 캠페인이 여럿 생겼습니다. 관심만 있다면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똑똑 깨워주세요


한밤 중, 갓길에 세워진 차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요? 추위를 견디지 못한 길고양이들이 자동차 엔진룸으로 피신한 것입니다. 달구어진 엔진룸의 온기를 느끼려고 차 속으로 들어간 거죠. 엔진룸 옆 앞바퀴, 차량 하부 엔진 틈새에 몸을 구겨 넣은 고양이는 그곳에서 잠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사람이 탈 때까지 미처 깨어나지 못하거나 몸이 껴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고양이들도 있어요. 

겨울철 운전자들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실천이 바로 차 보닛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일명 ‘모닝 노크’라고 하죠. 시동을 걸기 전 엔진룸을 노크해 혹시 있을지 모를 고양이가 빠져나가도록 하는 겁니다. 무심결에 출발했다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차도 엉망이 되겠고요. 차문을 여러 번 여닫거나, 좌석에 앉아 가볍게 발을 두드리는 등 진동과 소음을 내주는 것도 좋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니


앙상하게 마른 길냥이를 보고 마음이 쓰였나요? 여러 번 마주친 아기 고양이라면 더욱이 챙겨주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고양이 전용 사료나 고양이용 우유를 차에 준비해 두세요. 가까운 동물병원 혹은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기 때문에 대용량도 밀봉만 잘하면 오래 쓸 수 있어요. 사람이 먹는 우유나 일반적인 간식은 소화기관에 장애를 일으키기 쉬우니 조심하세요.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인데 반해 길고양이가 2, 3년밖에 못 사는 이유도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기 때문입니다. 염분 높은 음식, 썩은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거죠.

미리 준비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편의점에도 고양이용 참치캔이 있습니다. 날카로운 캔 입구에 다칠 수 있으니 내용물은 덜어서 주세요. 1천원 대 생활용품점에서도 저렴한 사료와 간식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겨울에 얼어붙기 쉬운 물은 테이크아웃용 죽 용기나 컵라면 용기에 넉넉히 부어주면 됩니다. 물론, 깨끗한 물이어야만 하고요.



겨울을 위한 선물, 보금자리


고양이는 겁이 많아서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하고 도망갑니다. 하지만 당장은 떠난 것처럼 보여도 곧 자리에 돌아오고 말죠.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머무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내리 쫓겨 지내는 신세에다, 겨울철에는 아무데나 몸을 뉠 수조차 없는 것이 길고양이입니다. 유난히 추운 날에는 얼어붙은 땅 위에 얼어 죽거나 동상에 걸리기 일쑤죠. 길고양이에게 겨울집이 간절한 이유입니다.

고양이집은 스티로폼 박스를 활용해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민한 고양이가 경계하지 않도록 냄새를 빼고, 작은 입구를 만들어 고양이만 드나들게 해 주세요.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기 위해 바닥에는 담요나 신문지를 깔고요. 그 위에 볏짚을 깔아주면 포근한 쉼터가 됩니다. 볏짚은 수분을 머금지 않고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좋은 바닥재거든요. 설치는 가급적 눈에 띄지 않는 곳이어야 합니다. 외관은 어두운 색이 좋고요. 지나가는 사람이 의도를 모르고 폐기해버릴 수 있어 안내문도 붙이는 게 좋습니다. 만드는 게 불편하시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 다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같은 마음이 모이면 쉬워진다


길고양이들에게 부서지기 쉬운 집을 주려니 영 찜찜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더 튼튼한 집을 만들어 주고 싶다면 제작을 후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텀블벅, 와디즈, 스토리펀딩 등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들어가 보세요. 많은 실천가들이 길고양이 관련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후원금 액수는 천원 단위부터 다양하게 낼 수 있습니다.

‘해비캣’은 네 명의 친구들로 결성된 팀입니다. 작년 12월, 크라우드펀딩으로 후원을 얻어 길고양이 집을 디자인, 배포했죠. 심혈을 기울여 만든 훌륭한 외관에 방풍문을 더해서 단열효과를 올렸습니다. 총 30명이 모인 홍익대학교 팀도 길고양이를 위한 집을 만들었습니다. 건축학과와 목조형가구학과 학생들은 집을 짓고, 유리도예과 학생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훈훈한 마음을 담아 후원하는 것도 새해의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긴급상황, 포획과 이송


야생 고양이는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영역 다툼을 하다 눈이 찔리는 경우, 염증과 진물이 생기고 괴사하기에 이릅니다. 호흡기 질환인 허피스바이러스(herpesvirus)에 걸리면 눈물이 잦고 고름이 생기죠. 금방 나을 수 있는 질환이지만 홀로 방치된 고양이들은 뇌까지 염증이 번지고 말아요. 엉덩이가 젖어 있고 지저분한 고양이들도 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뱃속에 사산된 새끼 혹은 고름이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입주변이 지저분하고 털이 엉키는 것도, 게으르고 더럽기 때문이 아니라 병에 걸린 아픈 아이들입니다. 

도움을 주고 싶다면 포획용 통덫으로 구조해 동물병원에 데려다 주세요. 통덫은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만 내면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신청 글을 올리거나 가까운 동물병원에 문의해 보세요. 카페 등에 가입해 지역 캣맘(캣대디)들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고양이를 세단 트렁크에는 싣지 마세요. 질식사 위험이 있으니 뒷자리에 두어야 안전합니다. SUV나 해치백이라면 큰 상관 없습니다. 긴장한 탓에 소변을 볼 수 있으니 덫 속에 휴지를 넉넉히 준비하시고요.



로드킬 지도 앱


운전자는 자칫 길고양이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보닛에 들어간 고양이를 무심결에, 혹은 주행 중 로드킬을 범할 수도 있죠. 서울에서만 연간 5천 여 건의 로드킬이 발생하는데 희생 동물의 80퍼센트가 고양이입니다. 운전자 역시 사고를 피하려 핸들을 꺾다 되려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요.

로드킬을 피하기 위해서는 동물이 자주 출현하는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안전거리를 지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겠죠. 경적을 울리되 상향등을 켜지는 마세요. 밝은 빛에 시력을 잃어 피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로드킬 대처를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녹색연합이 운영하는 ‘굿로드’라는 앱이 있어요. 로드킬이 발생했거나 목격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폰 대상 서비스입니다. 로드킬 현장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앱을 운영하는 녹색연합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한국도로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지역별 야생동물구조센터 등에서 모은 데이터와 합칩니다. 어디에서 얼마나 로드킬이 발생하는지 확인해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말이죠. 지역별 야생동물 구조센터 번호도 한눈에 볼 수 있어 편리합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될 충청남도의 '로드킬 등 바로 신고 서비스'도 기대되는 앱입니다. 이 서비스가 구축되면, 로드킬 발생 가능성이 내비게이션을 통해 곧장 알려집니다. 잘 활용하면 많은 사고를 막을 수 있겠죠. 



유기된 고양이로 의심된다면


사람의 손길을 탄 품종묘들은 길고양이의 공격 대상이 돼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거리를 헤매다 심한 싸움에 휘말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자생력이 없으니 혼자서는 먹을 것을 구하지도 못합니다. 유기묘를 발견한 곳이 아파트라면 주민방송을 부탁하세요. 주인을 찾아보는 게 우선입니다. 어딘가 맡겨 버리면 주인을 만나기 전에 안락사 될 수 있거든요. 환경 변화로 음식을 거부해 그대로 죽기도 하고요. 구조에 성공했다면 주인을 찾아보고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을 시 각종 포털사이트 카페에 가입해서 입양 글을 올려주세요.

관련 단체에는 새끼고양이에 대한 구조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돼 보인다고, 또는 귀엽다고 곧장 포획하지 마세요. 먹이를 구하러 나간 어미가 하루 이틀 새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죠. 사람이 낯설고 불편한 야생 고양이를 무작정 데려가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치명적인 스트레스가 되니까요. 야생의 삶에 적응하고 살아온 고양이들은 자유롭게 살도록 방생해 주세요. 길에서 마주치는 귀여운 인연, 도움을 주는 방법은 정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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