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에 걸친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개발 역사를 두 편에 걸쳐 소개한다
* 이전 편에서 이어집니다
쏘나타와 베스타에서 GV60까지, 30여년을 이어온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개발 역사 1편 보러가기
2011년 1월, 현대차가 드디어 첫 양산형 전기차인 블루온을 출시했다. 블루온은 유럽 전략 차종이었던 소형 해치백 모델 i10을 기반으로 총 400억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여 완성한 국산 1호 소형 고속전기차로, 16.4kWh 전기차 전용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67마력(50kW), 최대토크는 21.4kg·m(210Nm)였으며, 최고속도 시속 130km, 0 → 시속 100km 가속 15초라는 동급 가솔린 자동차 대비 우수한 성능을 자랑했다. 220V 가정용 충전기로 완충에는 6시간이, 급속충전기로는 25분이 걸렸으며,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144km였다. 블루온 EV는 민간에게는 판매되지 않고 정부기관만을 대상으로 보급되었다.
기아는 2011년 최초 양산형 고속전기차인 레이 EV를 출시했다. 전기차 시스템은 블루온과 연계하여 개발됐고, 박스카 특유의 넓은 실내와 뛰어난 활용도는 물론 가솔린 모델 대비 두 배 가까운 토크가 특징이었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139km(도심주행모드), 최고속도 130km/h, ‘제로백’ 15.9초로 지금의 전기차 성능에는 못 미치지만 국내 유일의 경형 전기차라는 의미가 있다.
2014년 출시된 기아 쏘울 EV는 당시 북미 박스카 시장 판매 1위였던 쏘울에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를 얹은 차량이다. 최고출력 81.4kW, 최대토크 285Nm를 내는 전기 모터를 탑재해 최고속도 시속 145km,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148km 등 당시 국내 판매 전기차 중 가장 뛰어난 성능과 주행 가능 거리를 자랑했다. 아울러 배터리 및 전기차 주요 핵심부품의 보증 기간(10년, 16만km)을 연장하는 등 다양한 메리트를 제공하며 국내 전기차 보급을 앞당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016년 전용 친환경차인 아이오닉과 니로를 출시했다. 두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하나의 차체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경우 전용으로 개발한 신형 카파 1.6 GDI 엔진과 안전성을 높인 32kW 모터, 그리고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를 조합한 파워트레인으로 당시 전세계 하이브리드 차량 중 가장 높은 연비인 22.4km/L(북미 기준 58mpg)를 달성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참고로 전기차 버전은 28kW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해 1회 충전으로 200km(국내기준)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었다. 이후 2019년에는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고 용량을 38.3kWh로 증대해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271km로 향상시켰다.
기아 니로는 최초의 국산 하이브리드 소형 SUV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신형 카파 1.6 GDI 엔진과 32kW 모터, 그리고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를 조합한 파워트레인을 장착하여 높은 효율을 자랑했다. 니로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당시 국내 SUV 중 가장 높은 19.5km/L였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부터 배터리 성능 개선을 토대로 탑재 용량을 증대한 장거리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소형 전기 SUV인 코나 일렉트릭이 대표적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2018년 7월 유럽 출시 후 3년 만에 전 세계 누적 판매 10만대를 돌파한 모델로, 1회 충전으로 최대 406km를 주행할 수 있었다(64kWh 사양, 국내기준). 코나 일렉트릭의 동력 시스템은 2019년 넥쏘 수소전기차와 함께 워즈오토의 ‘2020 10대 엔진상’을 수상하였으며, 20년~21년에도 같은 상을 연속으로 수상하며 독보적인 전기차 기술력을 입증했다. 기아 역시 니로 EV에 장거리용 시스템을 탑재하여 385km에 달하는 1회 충전 주행 거리를 제공했다.
2020년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트럭인 포터 II와 봉고 III EV를 선보였다. 도심 활용을 목적으로 개발된 모델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211km와 디젤 모델보다 뛰어난 135kW 최고출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실제 사용 시간이 길고, 사용 빈도가 잦은 물류업 특성을 고려해 54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급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100kW 급속 충전기 기준) 충전 편의성도 높였다.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 니로에서 알 수 있듯, 2010년대는 친환경차 양산체제 구축을 위해 친환경차 전용 모델을 개발하고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주요 차급 한 차종에 모든 친환경차를 구현하며 시장을 개척했던 시기다. 1980~1990년대가 선행 개발 기간, 2000년대가 수소연료전지와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기간이었다면, 2010년대는 2020년대와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던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2월, 현대차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처음 적용한 아이오닉 5를 공개했다. 특징은 물론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기에 충분한 성능과 효율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가령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한 덕분에 초급속 충전 시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단 18분만에 충전할 수 있다. 72.6kWh 대용량 배터리 적용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429km이며, 최고출력은 225kW(305마력), 최대토크는 605Nm다. 물론 디지털 사이드 미러, V2L(Vehicle to Load) 등 첨단 편의 장비도 대거 투입됐다.
기아도 e-GMP를 적용한 EV6를 2021년 8월에 출시했다. 77.4kWh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475km를 제공한다. EV6 역시 아이오닉 5처럼 내연기관 자동차를 훌쩍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으로, 이미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21년 7월 출시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은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다. 내연기관 모델을 기반으로 하지만 전용 전기차 못지 않은 성능을 제공한다. 87.2kWh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하며,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427km이며, 350kW급 초급속 충전시 22분 이내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물론 G80 전동화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쇼퍼드리븐’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뒷좌석을 배려한 고급 대형 전기 세단이라는 점이다.
2021년 9월에는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인 GV60가 출시됐다. 멀티입력 충전시스템, V2L, 플러그 앤 차지(PnC) 충전 기술, 지문인증시스템, 얼굴인식시스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의 신기술이 대거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GV60는 3가지 모델 모두 77.4kWh 배터리를 장착하며, 최고출력 168kW, 최대 토크 350Nm의 스탠다드 후륜 모델 기준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451km(19인치 휠)이다. 성능이나 사양 수준 등 GV60는 여러모로 럭셔리 전용 전기차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차그룹은 지난 30년여 간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차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1980~90년대 현대차 쏘나타 전기차와 기아 베스타 전기차에서 시작된 친환경차 개발 노하우가 현대차그룹으로 집약되며 시너지가 극대화된 것이다. 물론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의 모든 브랜드가 전용 전기차를 출시한 배경에도 오랫동안 이어온 연구 개발 역사가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개발과 판매 경쟁은 점차 치열해 지고 있다. 아울러 완성차 업체들과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모델 출시와 충전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과 실행에 집중하고 있다. 참고로 2019년 운송분야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4%를 차지했다. 그 중 승용차와 상용차 등 도로에서 운행되는 운송 수단의 배출량은 약 75%다. 도로 운송 수단의 배출량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탄소 절감이 비교적 용이한 분야인 까닭에 규제는 점점 강화될 것이다.
이에 현대차는 2025년까지 12종 이상의 전기차를 시장에 투입하고,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한 전동화 모델 100만대를 판매해 세계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 역시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과 파생 전기차 4종 등 총 11개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해 2030년까지 전기차 88만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다. 물론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새로운 전기차 출시, 배터리 기술력 확보와 가격 인하, 그리고 충전 네트워크 확보 등 한층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리서치 기관 우드 매킨지(Wood Mackenzie)는 자동차 배터리 팩 가격이 소비자 임계값을 넘는 시점인 2024년이 다가오면서 주요 전기차 제조 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테슬라, 폭스바겐, GM, 닛산-르노, 현대차 등 상위 5개 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 2030년까지 배터리 전기차를 연 890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의 약 50%를 장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우드 매킨지는 2050년 배터리 전기차가 전체 차량 판매의 56%를 차지할 것이며, 전기 승용차는 8억 7,500만 대, 상용 전기 자동차 7,000만 대, 수소전기차 500만 등 총 9억 5,000만 대의 친환경 차량이 운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2050년까지 중국, 유럽, 미국 등에서는 차량 5대 중 3대 이상이, 상용차 2대 중 1대 정도가 전기차로 운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친환경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2021년은 향후 30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혁신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는 인식을 가지고 보다 공격적으로,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에 나선다면, 분명 혁신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혁신을 시장에서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글. 차두원
인간공학과 기술경영을 전공했으며, 현재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포티투닷 등에서 근무했으며, 국무조정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국토부 모빌리티혁신위원회,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동의 미래〉, 〈잡 킬러〉,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의 미래〉 등을 집필했고, 국내외 모빌리티 정책과 미래 기술, 기업들의 전략과 얼라이언스 진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사람 중심의 안전하고 편리한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 제안, 규제 해소 등을 통해 국내 모빌리티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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