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N과 함께 안면도의 겨울 바다로 떠났습니다.
‘고성능 모델’하면 호쾌하게 트랙을 질주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겁니다. 이처럼 고성능 모델에겐 운전의 즐거움이 가장 중요하죠. 하지만 ‘편안함’ 또한 고성능 모델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입니다. 경주용 차가 아닌 이상, 일상의 주행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자동차 마니아 대부분이 주말의 트랙 주행을 기대하며 주중에는 도심을 누빕니다. 따라서 고성능 모델은 운전 재미와 편안함 모두를 아울러야 합니다. 그렇다면 장거리 여행에서는 어떨까요? 아반떼 N과 함께 겨울의 안면도로 향했습니다.
아반떼 N을 마주하면 고성능차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성능을 위해 모든 부분을 세밀하게 조정했기에 어느 한 곳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가령 앞 범퍼 하단의 립 스포일러는 공기를 다스려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낮고 넓은 이미지를 자아냅니다. 뒷면의 N 전용 윙타입 스포일러 또한 사이드 스커트, 리어 디퓨저와 함께 공력 성능을 높입니다. 이런 요소들은 고성능차에 요구되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강조하는 역할도 합니다. 즉, 고성능 모델인 아반떼 N의 성격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실내에서도 고성능 모델의 고유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주행 모드에 따라 구성을 바꾸는 디지털 계기판은 엔진 회전수는 물론 트랙 주행에 꼭 필요한 오일 온도, 냉각수 온도, 터보(부스트) 등의 정보를 간결하게 띄우기도 합니다. 중앙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서도 트랙 주행 시 유용한 기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랙을 한 바퀴 주행할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랩 타이머’와 서킷에서의 주행 동선을 그대로 기록해 데이터로 남기는 ‘N 트랙 맵(N Track Map)’ 기능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운전 실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죠.
대천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는 주행 모드를 에코(Eco) 또는 노멀(Normal)에 두고 느긋하게 달렸습니다. 힘이 넉넉한 엔진 덕분에 여유가 넘쳤죠. 아반떼 N의 직렬 4기통 2.0L 터보 플랫파워 엔진은 기존 대비 지름이 5mm 늘어난 52mm의 터빈 휠과 면적을 2.5㎟ 넓힌 12.5㎟의 터빈 유로를 적용하고, 실린더 블록의 형상 및 재질을 개선해 엔진의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이 특징입니다.
8단 습식 DCT를 장착한 아반떼 N은 최고속도 시속 250km, 0→시속 100km 가속시간 5.3초의 강력한 성능을 제공합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호쾌하게 속도를 높이며 운전자의 혈기를 자극합니다. 하지만 넉넉한 힘을 이용해 여유롭게 순항하는 맛도 좋습니다. 시속 100km 주행 시 엔진회전수는 1,500rpm에 불과하며 8단 기어비가 길어 속도를 높여도 엔진회전수의 상승 폭이 적습니다.
한편, 스티어링 휠의 NGS(N Grin Shift) 버튼을 볼 때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만족감이 들었습니다. NGS는 20초 동안 최고출력을 290마력까지 높이는 기능입니다. 트랙 주행에서의 재미를 위해 만든 기능이지만 언제든 추가로 꺼내 쓸 수 있는 출력을 손안에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감이 솟았습니다.
이처럼 잘 달리는 차는 잘 멈추는 브레이크도 필요합니다. 아반떼 N에는 360mm 대구경 브레이크 디스크와 고마찰 패드가 적용됐습니다. 절대적인 제동 성능을 높이기 위한 구성이죠. 또한, 브레이크를 빨리 식히기 위해 에어 가이드 구조와 더스트 커버 냉각 홀을 적용한 덕분에 가혹한 주행에서도 제동 성능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든 믿고 달릴 수 있습니다. 비단 고성능차가 아니더라도 원할 때 달리고 멈추어 설 수 있는 차는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니까요.
대천항을 떠나 보령 해저터널에 들어섰습니다. 보령 해저터널은 충남 보령시 신흑동에서 오천면 원산도리를 연결하는,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입니다. 길이 6,927m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이기도 하죠. 현대건설은 화약을 폭파해 굴을 뚫으면서 나아가는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공법과 해수 유입을 막기 위한 ‘차수 그라우팅 공법’을 통해 2010년 12월 본격적인 착공을 시작한 지 11년 만에 보령 해저터널을 완성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 전에는 보령 해저터널의 효과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확실히 체감했죠. 보령 해저터널은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의 이동성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가령 보령 해저터널 개통 전에는 태안에서 보령(대천)을 가려면 충남 홍성군과 서산시를 통해 75km의 거리를 약 90분에 걸쳐 이동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보령 해저터널이 개통된 이후에는 경로가 15km로 크게 짧아졌고, 이동 시간도 10분 대로 크게 줄었습니다. 바다를 두고 단절돼 있던 두 지역을, 보령 해저터널이 가깝게 연결한 것입니다. 게다가 보령 해저터널의 통행료는 무료입니다.
해저터널을 빠져나오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원산도에 도착한 것이죠. 오늘의 목적지인 안면도를 향해 원산안면대교에 올랐습니다. 안면도의 면적은 113.5㎢로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큰 섬입니다. 해변을 따라 여러 해수욕장이 있고, 소나무로 이루어진 자연휴양림과 수목원도 있어 자연과 함께 느긋하게 쉴 수 있습니다. 보령 해저터널 덕분에 보다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휴양지가 되었죠.
해수욕장 뒤로 펼쳐진 소나무길을 아반떼 N과 함께 느긋하게 거닐었습니다. 아반떼 N의 승차감을 다시 한번 점검할 기회였죠. 아반떼 N은 고성능 모델답게 트랙 주행에 최적화한 차체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반떼 기본형 모델보다 느낌이 한층 단단한 이유죠.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에도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노면을 자세하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다듬었지만, 충격을 잘 흡수해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시트의 착좌감 또한 아주 뛰어났습니다. 아반떼 N과 같은 고성능 모델의 시트는 측면 볼스터 부분을 강화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급격한 코너링에도 안정적인 운전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운전자를 감싸 안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아반떼 N의 경우 ‘N 라이트 버킷 시트’를 선택하면 운전 경험이 더욱 생생해집니다. 시트 포지션이 10mm 낮아지고 지지력도 높아지기 때문이죠. 기본 시트 대비 뒷면 두께가 50mm 줄어 뒷좌석 무릎 공간도 한층 여유로워집니다. 물론 쿠션의 강도와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 등 경주용 차의 시트와는 달리 일상적인 사용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오랜 시간을 앉아 있어도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소나무길을 빠져나와 꽃지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 광지길에 자리한 꽃지해변은 예부터 백사장을 따라 해당화가 피어나는 까닭에 꽃지라는 예쁜 이름을 얻었습니다. 해당화를 볼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시원한 바다 내음을 즐기며 일상의 무게를 바닷바람에 날려 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서해의 풍경 중에선 꽃지해변의 낙조를 가장 좋아합니다. 실제로 이곳은 할매바위, 할배바위 너머로 물드는 일몰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죠.
해가 지기 전에 병술만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병술만은 고려 시대 삼별초가 경기 강화도에서 충남 아산만 영흥도를 거쳐 수개월 동안 주둔했던 곳입니다. 삼별초가 주둔하면서 병술만 주변에는 당시 군에서 사용하던 목축곡(말을 기르는 계곡), 망재(망을 보는 언덕), 병술안(군사훈련장) 등의 지명이 붙었죠. 병술만은 바로 이 병술안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지금의 병술만은 갯벌 체험, 캠핑장,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합니다.
붉은 낙조를 보며 아반떼 N과 함께한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아반떼 N은 버튼 하나로 양극단을 오갈 수 있는 차였습니다. 아반떼 N의 맞춤형 주행 모드는 엔진, 스티어링, 서스펜션, 레브 매칭,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 차체자세제어장치(ESC), 배기 사운드 등 총 7가지 항목을 취향에 맞게 설정하고, 이를 2개까지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편안한 세팅 하나, 가장 짜릿한 세팅 하나를 맞추고 상황에 맞게 바꾸며 달렸습니다.
이번 여행에선 차 한 대에 얼마나 상반된 매력을 담을 수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반떼 N은 트랙 주행을 위해 많은 부분을 가다듬은 차입니다. 하지만 여행과 같은 일상 속에서도 탁월한 매력을 뽐냈습니다. 강력한 성능과 짜릿한 운전 재미를 더하면서도 아반떼만의 포용성을 지켜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성능 모델이라는 말에 부담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아반떼 N은 일상까지 함께 할 동반자로 더 없이 어울리니까요.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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