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제품 생산의 전 단계에 걸쳐 탈탄소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의 탄소 중립 활동은 보통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개발 및 생산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차량 생산 과정은 물론 재료 선정 등에서도 탄소 중립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제조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인 그린 강철이나 친환경 내장재 적용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 시설의 재생 에너지 전환도 추진 중이다.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의 개발 및 생산을 비롯해 제조 전 단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탈탄소 노력을 소개한다.
1.5℃. 지구 상 모든 생물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폭은 1.5℃ 이내여야만 한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와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 등 세계적인 기관들은 지금처럼 에너지를 마음껏 사용하면 2050년 해수면 고도가 1m 이상 높아지고, 2100년에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3℃나 오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가 2℃ 가량 상승하면 지구 상 생물의 20~30%가 멸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지구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자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기에 나섰고, 그 중에서도 온실가스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저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저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은 물론, 제품의 생애 전 주기를 대상으로 하는 전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에 미리 대응하는 등 전체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기치 하에 단순히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는 수준이 아닌 사회와 브랜드 모두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중심축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이동성을 실현하고 자원 사용의 순환적 구조를 구축하여 글로벌 녹색 경제를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대차의 제품 생산 공정 단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가령 현대차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생산 기지의 친환경화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 체코 공장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저감 및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공장 전체에서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했다. 또한, 지난해 제조 공정별 연료 사용량을 분석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현대차 인도 공장에서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전체 사용되는 전기의 84% 수준이며 풍력 20%, 태양광 8%, 폐기물 소각 열병합 56%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0.69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1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기를 공장 지붕에 설치하기도 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3.2M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으며, 2021년 4월부터 이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공장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품 곳곳에 친환경 페인트를 적용하고 있다. 야자열매 씨앗 추출물이 들어간 친환경 수성 페인트를 적극 활용한 아이오닉(2016년)이 좋은 예다. 또한 아이오닉 5의 도어 트림 마감에는 유채꽃,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이 함유된 수성 페인트를, 콘셉트카인 세븐의 외장에는 바이오 페인트를 사용했다. 더불어 현대차는 도장 공정 등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열 생산 및 사업장 난방에는 LNG를 주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LNG를 수소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아 또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제조 공정 단계에서부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예컨대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은 전체 소비 전력의 전량을 수력으로 생산한 재생 에너지를 100% 사용해 RE100를 구축했다. 참고로 기아는 슬로바키아 공장의 RE100 시스템을 다른 사업장에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기아 인도 공장은 2020년부터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폐수 전량을 방출하지 않고 공장에서 100% 재활용하고 있다. 이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고려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기아의 해외 생산 공장은 2030년까지, 국내 생산 공장은 2040년까지 사용 에너지원을 화석에서 재생 에너지원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기아는 2021년 기후변화 전문 평가 기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로부터 기후변화 및 수자원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리더십 A를 받아 2년 연속 ‘물 경영 대상’과 3년 연속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을 수상했다. 이밖에 기아는 부품조달부터 생산, 물류, 사용, 폐차에 이르기까지 경영 활동의 전 과정에 있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분석하고 이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제로화(Net-Zero) 하는 탄소 중립 경영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직접 및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대량 기준으로 2016년 대비 17.4% 감축할 예정이다.
기아는 공법의 친환경화도 진행 중이다. 지난 2015년 도장 공정의 이온교환 방식 제조 공법을 친환경적인 역 삼투압 방식으로 변경한 데 이어, 2019년에는 모든 공장의 유해 화학물질 취급 시설을 개선하고, 대체 제품을 적용해 유독 물질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저감했다. 아울러 자동차의 주 원재료인 강판(철), 페인트와 시너(Thinner), 플라스틱의 사용량 및 폐기량을 줄이기 위해 원자재 사용량을 집계해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아는 2020년 원재료 총 사용량을 전년 대비 13.6%, 대당 사용량을 7.2% 줄이는데 성공했다. 주 원료의 재활용률 법정 기준인 95%를 달성해 자원의 선순환 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Green Transformation to 2045 Net-Zero(2045년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화)’를 비전으로 하는 ‘2045 탄소 중립 로드맵’을 통해 2030년에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30% 수준으로 감축하고, 2040년에는 사업장의 탄소 중립을, 2045년에는 공급망까지 탄소 배출 제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에 가입하여 공신력 있는 기준을 통해 효과적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SBTi는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검증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이다.
아울러 현대모비스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RE100(Renewable Energy 100%)’ 이니셔티브에도 가입했다. 전세계 사업장의 전력을 2030년까지 65%,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RE100 이니셔티브에서 요구하는 기준(2050년)보다 10년 앞서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슬로바키아 사업장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사업장 내 주차장과 유휴부지, 공장 지붕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외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직접 계약을 하거나, 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등, 권역별 현황에 맞는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참고로 현대모비스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 100)’ 캠페인에도 동참한다.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회사가 소유ㆍ임차하고 있는 차량을 모두 전기ㆍ수소차로 전환할 예정이다. 아울러 친환경 차량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사업장 내 200기 이상의 충전기도 확보할 방침이다.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며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위아는 임직원 기숙사에 태양광 발전 설비에서 비롯된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고, 전 사업장에 고효율 설비를 도입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 패턴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현대위아 에너지 관리 시스템(Wia Energy Management System, WEMS)을 구축해 에너지 사용량 개선 및 절감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용수 사용 저감을 위해서 고효율 절수기도 전 사업장에 설치했다.
이와 함께 현대위아는 생산 과정에서의 유해 물질 관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 물질을 내부 모니터링 체계인 안전보건환경관리(HSE) 시스템으로 관리해 유해 화학물질 사용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특히 4대 중금속, 브롬계 난연제, 과불화화합물, 디메틸포름아미드, 석면 등 국내외 자동차 업계 규제 물질과 통합 규제 화학물질을 철저하게 감독해 해당 물질 처리로 인한 수질 오염 악화, 탄소 배출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하고 있다.
철강 산업은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제철은 새로운 설비 도입과 공정 개선으로 탄소 저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그 중 철 생산 공정 혁신이 대표적이다. 현대제철은 철의 생산 과정 중 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제련 과정(철광석을 용광로에 넣고 녹여 함유된 금속을 뽑아내는 작업)에 화석 연료가 아닌 수소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수소환원제철'이라고 하는데, 철강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기존 석탄 기반의 제련 과정과는 달리 물만 배출되는 친환경 제철 공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수소 생산에 역량을 집중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2025년까지 수소 생산 능력을 2021년 대비 10배 이상으로 키워 수소전기차 약 20만 대의 1년 연료량에 해당하는 4만 톤을 매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제철은 철을 녹이는 용광로인 고로의 브리더에서 배출되는 유해 가스를 차단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고로 브리더는 제철소의 고로 내부에서 압력이 과도하게 상승할 때 폭발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스를 배출하는 일종의 안전밸브다. 브리더는 작업 환경의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매해 정해진 횟수만큼 개방을 해야 하는데, 기존에는 브리더 개방 시 대기 중으로 오염 물질이 배출됐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 2019년 대기 오염 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제철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20년 상반기부터 모든 고로에 설치해오고 있다.
이밖에 현대제철은 고로를 통해 뽑아낸 철을 이용해 자동차, 선박 등에 필요한 철강 제품을 생산하고, 철스크랩(사용하고 남은 고철)을 전기로에서 녹여 교량이나 건축물의 자재로 다시 사용하는 자원 순환형 철강 시스템을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철광석에서 한번 뽑아낸 철은 40회 가량 재활용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는 최근 글로벌 RE100에 가입하며 사회에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즉, 현대차그룹은 이 캠페인에 동참함으로써 4개 기업을 주축으로 그룹사 전체를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우리 모두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친환경 행보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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